10. 농촌의 겨울 난방
농촌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봄과 가을은 지내기 참 좋고, 여름도 나쁘지 않다. 농촌의 겨울은 여러 가지가 불편하다. 난방비 부담과 함께 눈을 치워야 하고, 도시보다 미세먼지가 심각하다. 이 중 난방비 문제는 이웃과의 불화와 함께 전원주택을 기피하는 대표적 이유 중의 하나이다. 또한 난방은 심각한 겨울철 농촌 미세 먼지의 원인이다. SNS에 보면 전원주택은 난방비 폭탄이랄 정도로 난방비 부담이 크다고 나온다. 농촌의 단독주택에서 첫 겨울 넘긴 경험을 바탕으로 농촌의 난방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한다.
농촌은 난방을 개별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농촌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난방은 기름보일러, 심야전기보일러, LPG보일러, 나무보일러이고, 지열과 히트펌프 등 신기술 난방, 전기판넬, 아궁이 등이 극히 일부 사용된다. 주로 사용되는 난방 방식의 장단점을 간단히 알아보자.
먼저 심야전기보일러는 소음이 적고 전기가 자동 공급되며, 난방 과정에서는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많다. 난방비용이 이제 비싸져 기름보일러 보다 조금 많이 드는 것 같다. 심야시간에만 가동되기 때문에 난방비 절약을 위해 축열조 온도를 낮추면 저녁시간에는 난방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다 보일러 설치비용이 비싸고 설치공간이 축열조로 인해 아주 커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집은 보일러 교체를 위해 보일러실 벽을 헐어 낸 경우도 있다. 이제 신규 설치가 안 되는 등 보일러 수요가 적어 A/S도 잘 되지 않는다.
기름보일러의 장점은 설치 작동 관리 등이 상대적으로 편리하다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보일러가 있고, 설치 업체도 많다. 주유소도 많아 쉽게 난방유를 공급 받을 수 있다. 보일러 가격도 비싸지 않다. 단점은 가동 시 소음이 커 예민한 사람은 보일러에 붙어 있는 방에서는 잠을 자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가동 시 매연이 나오고, 오일쇼크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격히 오르면 난방비 부담도 급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다음으로 LPG 보일러의 장점은 소음이 적고, 보일러 비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단점은 가스 유출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LPG는 도시가스와 달리 공기보다 무거워 누출 시 집에 쌓여 폭발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집 외부에 별도의 대형 가스통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미관상의 문제도 있다. 난방비용은 기름보일러와 비슷한데 가스 공급업체 마다 차이가 있어, 업체를 비교해보고 골라야 한다.
나무보일러의 장점은 농촌에서 자신이 부지런하면 난방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쓰기 좋게 잘라진 나무를 구입하면 아주 싼 난방은 아니다. 단점은 가동 시 연기와 끄름이 많이 나오고, 대기업 제품의 나무보일러도 효율이 떨어져 자주 나무를 보충해줘야 해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중소기업이 개발한 소각로 방식의 나무보일러는 난방 효율이 높아 화목투입을 하루에 한번 정도 하면 된다고 하는데 충분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 또한 보일러의 가격이 일반 나무보일러의 2-3배 정도 비싸다.
그리고 지열과 히트펌프 보일러는 난방비가 저렴하다고 하나, 설치비가 아주 비싸고 개발초기이고 사용자가 많지 않아서 기술 안정성 등에 의문이 있다. 또한 지열 방식은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전기판넬 난방은 온수 순환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주택의 개별난방은 도시에서 많이 사용하는 도시가스(LNG) 난방이 비용 편리성 등에서 최적이나, 농촌 지역은 거의 대부분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는다. 농촌의 불리함이다. 이러한 제약 하에서 농촌주택에 적절한 난방은 기름보일러와 소각로방식의 나무보일러일 듯하다. 기름보일러는 소음을 줄이고 난방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더 개발이 이루여야 한다. 소각로방식의 나무보일러는 정부 지원 등을 통해 가격 인하와 함께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야 한다.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귀농 귀촌을 많이 지원하고 있다. 실질 효과가 큰 지원은 농촌 단독주택의 난방문제를 쉽고 저렴하게 해주는 일이다. 이는 귀농 귀촌인 뿐 아니라 기존에 농촌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 서울에서는 친환경보일러로 교체하면 보일러 비용의 일정 부분을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농촌에 비슷한 제도가 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저희 집에서 이번 겨울에 실제 지급한 난방비용이다. 난방비는 집의 크기와 단열 상태, 채광가능성, 환기정도 난방온도 등에 따라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일률적인 비교가 어렵다. 제가 사는 집은 50평 정도의 2층 목조 주택이다, 10년 조금 넘은 집이지만 단열 상태는 나쁘지 않은 것 같다.남쪽으로 창문이 충분히 있어 채광조건은 양호하다. 반면 전망을 위해 창문이 많고 커 열손실은 많을 듯하다. 환기는 미세먼지가 아주 심한 날을 제외하고는 하루에 2번 정도 한다. 난방은 심야전기보일러에 나무보일러가 연결되어 있다. 전에 살던 분이 난방비 때문에 주로 나무보일러만 사용했는데 연기 문제로 이웃과 마찰이 있었다고 들었다. 나는 주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겨울 동안 추운 날 저녁과 밤에 나무보일러를 주로 가동했다. 나무 투입은 저녁에 한번 밤에 한번 총 2번 정도했다. 아침에 나무보일러가 저절로 꺼지게 했다.
집은 아이들이 와 잘 때를 제외하고는 60% 정도만 난방을 했다. 거실과 주방은 20-22도 정도 유지했고, 가장 많이 쓰는 2층 방은 22-23도 정도 유지 했다. 햇볕이 좋은 낮에는 24-26 도까지 저절로 온도가 올라갔다. 2층 거실은 난방은 하지 않았지만 계단으로 온기가 올라와 18-20도 정도는 유지되었다. 난방을 하지 않는 북쪽의 큰 방은 10-12도 정도였다. 도시의 아파트에 비해서는 낮은 실내온도이지만 농촌주택 치고는 난방을 많이 한 편이라고 한다. 이번 겨울에 그렇게 춥지 않아서 인지 내복 입고 있으니 지낼 만 했고, 가족 모두 감기도 걸리지 않았다.
심야전기 난방비는 온수포함 12월 28만원, 1월 33만원이 나왔다. 나무보일러는 전에 살던 분이 남겨놓은 나무를 써서 돈이 들이 않았지만 사서 썼다면 꽤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무보일러를 쓰지 않고 심야전기보일러만 가동했다면 50만 원 이상 난방비가 들었을 것 같다. 도시 아파트에 비해서는 난방비 부담이 훨씬 크다. 다만 늦은 봄부터 초가을까지는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을 합해 5만 원 정도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아파트에 비해 관리비 부담이 많이 적다. 농촌 단독주택의 연간 비용은 난방비를 포함해도 도시에 비해 조금 적을 듯하다. 다만 단독주택은 주기적으로 수선 유지를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농촌 단독주택의 수선 유지에 대해서는 다음에 글 써 보겠다.
농촌의 단독주택은 도시 아파트에 비해 정원과 텃밭 관리, 난방과 집수선 등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다. 이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면 어렵지 않고 이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면 살기 어렵다. 불편함을 감수하면 적은 소음과 아름다운 풍광, 신뢰할 수 있는 먹을거리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장점이 있다.
첫댓글 난방에 대해 소상히 연구하셨네요. 농촌의 불편함을 잘 소화하고 계시는 님께 찬사와 부러움을 보냅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재미있고 좋은일도 많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농촌에서는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가 더 많고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