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의 시 – 긍정
발가락이 예쁜 천사
- 난 그녀에게 물었다
발가락이 얼마나 귀여운데?
그녀는 웃었다
나는 그녀에게 또 물었다
발가락이 얼마나 예쁜데?
그녀는 또 웃었다
나는 그녀에게 또또 물었다
발가락이 얼마나 귀한데?
그녀의 눈빛이 또또 날카롭다
그녀의 발에선 이상한 냄새가 나 나를
유혹하는 듯한
비누냄새인지 바디샴푸향인지
그녀를 더듬는 이 작업이 너무 매력있어
기억 속의 천사는
발가락이 아홉 개였고 발바닥이 평평했어
그녀의 향수는 아주 진한 포프리향으로 하지
사실은 독한 장미향이었어 지금 내가 뿌리는 향수는
그녀가 준 포프리니까 포프리로 하지
그녀가 입는 옷은 일단 없는 거로 해
옷이야 그녀가 골라 입는 거니까 내가 설정하는 이 작업은
발가락이 중요해 그녀의 양말은
BYC? MDG? KGC? 그 중 하나던가? 그녀는
국산용 스타킹은 절대 신지 않아 영문자가 새겨진
양말만을 신고 옷은 입기를 싫어해 껄끄럽대 절대
양말은 벗지 않아 그녀의 양말을 벗기기까지
연애의 기초를 지나 연애의 5단계까지
지나왔는데 6단계를 가는 게 너무 어려워
결국 7단계는 실패했지 6단계에
나는 드디어 그녀의 양말을 벗기는 데 성공한 거야
그녀는 사랑한단 말을 자꾸만 되뇌었는데
난 그 말을 믿지 않았어 지금도
난 그말을 믿지 않지 5단계까지 그 말을
단 한번도 하지 않았거든 그래서
7단계는 실패하게 된 거야 그녀가
일흔 아홉 번 사랑한단 말을 한 순간
나는 울고 있는 그녀에게 말했어 넌 정말 너무 예뻐
사실, 그녀의 오른쪽 엄지발가락은 너무 귀여웠지
그렇게 귀여운 엄지발가락은 처음 봐 그녀는 이제
양말도 신고 다니지 않아 그녀는
비누를 칠한 후엔 언제나 바디샴푸를 발가락에 바르지
그녀의 향은 아주 약한 포프리향이야
그녀의 발에선 이상한 냄새가 나지.
세 마리의 글자로 세우는, 안녕
오랫동안 묵혀 두었던
다리 하나 빠진 소파와 흔들의자,
회색이 때묻은 구르미 의자는
4만원으론 기름값도 안 나온다며
볼멘소리로 7만원을 부르는
두 남성의 손에 내팽개진다
트럭 위를 따다다닥 구르는 사이
돌아온 이불 속의 나체는
블로그 속을 걸어다녔다
아까운 건 다 그 안에 있지
물이 샘솟을 터이니
네 삶의 중요한 부위를 내어주어라
삶이 쭈뼛한, 어떤 警句(경구)
폐기되는
세 마리의 글자는
빛줄기 恨殺(한살)에 잠을 자던
벽 속의 세상으로 遺棄(유기)되어
안녕, 이라는 새로운 인사법을 배운다
나는 너를 체포한다
뜬금없이
시가 전화를 했다
너를
체포한다, 그러므로
24시간
인터넷 사용금지
24시간
성스럽게 지내기
갇힌 욕망,
상상 속에서는
아름다운 예수님.
내게 조금만 시간을 줘요,
시에게 요청한다
조금은
TV에게나 물어보라며
체포에
순종적으로
응하지 않은 벌로
외부와의 모든 연락 차단.
빛이 완전히 차단되는
블라인드마저 내려져
체포되는
한낮의 문장.
나는
너를 체포한다
너에겐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