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면접후기
설레는 마음 안고 철암으로 가는 중
철암은 어떤 곳 일까? 버스를 타고 철암에 가까워질수록 제 심장은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김재극 할아버지께서는 경화를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두 손 꼭 붙잡고 잘 지냈냐며, 얼굴은 그새 많이 탔다며 안부를 물어주십니다. 경화는 싱글벙글 웃으며 할아버지 댁 앞까지 갔습니다.
도서관에 도착하니 김동찬 선생님과 수용이가 불을 때고 있었습니다. 장작 타는 냄새,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니 추동의 겨울이 생각났습니다. 저녁메뉴는 주호가 해준 밥, 경화가 사온 김치, 희연이가 끓여준 육개장입니다. 덕분에 철암도서관에서 첫 끼를 소박하게 잘 먹었습니다. (주호는 육개장에 밥을 말아 3공기를 먹었습니다! 꿀맛!)
밥을 먹고 광활 8기선배 이민규 오빠가 제주도에서 보내주신 귤피차, 승규가 준 쿠키를 먹으며 상호면접을 했습니다. 맛있는 후식과 함께 맛있는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왜 철암에 지원했는지, 강점은 무엇인지, 그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했던 것은 뭐가 있었는지 한 명 한 명 얘기하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아직 서로 궁금한 것도 많고 할 얘기도 많지만 못 다한 얘기는 내일 산책하며 하기로 하고 자러갔습니다.
광활 선배 이민규오빠, 시인 승규 고맙습니다!
별자리가 보이는 다락방에서
다음날 아침, 아침밥을 든든하게 먹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나서 산책을 하러 갔습니다. 맑은 공기, 푸른 하늘을 보니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룰루랄라.
산책하다 조순녀 할머니께서 밭을 일구고 잡초를 뽑고 계셨습니다. 김동찬 선생님과 함께 인사드리러 밭으로 들어갔습니다. 조순녀 할머니께서는 '야 이 바부들아!' 하시며 저희를 정겹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께서는 농활 팀을 위해 구수한 강냉이차와 달달한 알사탕을 꺼내주셨습니다. 몸에 좋은 물과 간식을 먹었으니 보답을 해야겠지요.
각자 한 손에 호미를 들고 밭을 고르게 펴고 잡초를 뽑았습니다. 잡초를 뽑아야 하는데 감자를 뽑아버려서 하하 웃기도하고 옆에 있는 동료와 얘기를 하면서 밭일을 하니 금세 끝났습니다. 그리고 굽었던 허리를 펴고 깔끔해진 밭을 보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할머니 밭에 맛있는 작물들이 자라날 것을 상상하니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밭일을 마치니 할머니께서는 김치, 떡, 엿, 포도를 가득 담아 주셨습니다. 남아있던 알사탕을 보시며 "이것도 어여 한줌씩 여며" 하십니다. 사탕으로 두둑해진 주머니 그리고 정으로 두둑해진 마음으로 철암도서관으로 돌아갔습니다.
구수한 강냉이 물 잇몸에 좋은 물
이제 거의 끝났다!
깔끔해진 할머니 밭, 얏호!
파란 하늘 아래 빨간 지붕
빼꼼, 얼마나 잘했나 검사하러 나왔나?
한 보따리 챙겨주신 조순녀 할머니 고맙습니다!
양갈래 머리 휘날리며
철암 베스트 드라이버!
할머니 허리 꼭 안고 철암도서관으로!
면접위원들이 이미 도착해서 면접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면접대기실에 가니 아이들이 직접 만든 명찰과 면접순서명단이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조다슬 선생님" 명찰을 왼쪽 가슴에 달았습니다. 소영이가 "차는 어떤 것을 드시겠어요?" 하며 직접 만든 메뉴판을 펼칩니다. 그리고 주문을 받고 맛있는 차와 음료를 내어줍니다. 면접이 시작되기 전부터 귀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경화와 희연이가 제일 먼저 면접실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제 차례가 되자 소영이가 만화방 면접실로 안내해주었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김치', 들어와서는 '만세'를 외쳐주세요. #부끄러워하지마세요" 적힌 글을 보고 문 앞에서 '김치~' 문 열고 들어가서는 수줍게 '만~세'를 외치고 들어오자 색종이로 만든 예쁜 목걸이를 직접 목에 걸어줍니다.
민아, 주은, 현아, 가연이가 면접위원입니다. 눈앞에는 '왕깐깐의 세계로!'라는 글이 보입니다. 면접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예상됩니다. 그래도 가연이가 틀어준 잔잔한 클래식 노래 덕분에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가연이의 섬세한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왕깐깐의 세계답게 질문들이 예리했습니다. 대답을 횡설수설하게 잘 못한 것 같은데도 면접위원들은 잘 들어주고 반응해주었습니다. 만화방에서 첫 번째 면접을 마치고 바로 비밀의방에서 두 번째 면접을 봤습니다. 비밀의 방에는 승규, 민준, 주연, 수영이가 면접위원으로 늠름하게 앉아있었습니다. 민준이가 긴장된 저를 보더니 10초의 여유시간을 줍니다.
그리고 시작된 두 번째 면접, 광활 면접을 많이 해본 승규가 첫 질문을 합니다. 역시나 수준 높고 힘이 있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민준, 주연, 수영이가 차례로 질문을 합니다. 그러다 보아가 똑똑 문을 두드리더니 진호가 사온 김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면접이 모두 끝난 후에는 감사편지 썼습니다. 그리고 대추나무 아래에 새로운 추억을 써내려갔습니다. 나무 밑에서 편지를 나눠주고 서로 꼭 안아주었습니다. 한 명 한 명 모두가 귀한 존재로 느껴집니다.
요리팀과 점심을 준비하러 갔습니다. 메뉴는 카레입니다. 아이들이 직접 재료를 사왔습니다. 이것저것 비교해가며 음식재료를 신중히 골랐겠지요. 최민숙 선생님께서는 자세하게 재료 설명부터 해주십니다.
“좋은 감자는 이렇게 속이 하얗고 물기가 있어~”
“이건 중국산 당근이야. 왜 그럴까?”
“감자볶음을 할 때에는 한번 물에 데쳐야 되는데 왜 그럴까?”
요리수업이지만 지혜를 배우는 수업이었습니다. 카레 만들기. 그것 하나만으로도 사회사업입니다. 재료 사러 직접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어떻게 만드는지 마을선생님께 배우고, 각자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역할 나누고, 부족한 것은 서로 도와주며 카레를 만들었습니다. 손질한 재료를 모두 넣고 카레를 보글보글 끓이니 카레 냄새가 철암도서관에 가득 채워집니다. 네모반듯하게 썰어 넣은 당근, 감자, 고구마, 양파, 호박 그리고 화룡점정 올린 완두콩까지! 한 가득이던 카레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습니다. 맛있는 카레를 만들어준 요리팀 고맙습니다.
소영이의 화려한 손놀림
감자깎기도구 활용법
맛있는 카레~맛있는 카레~ 맛있는 카레를 주세요~♪
버스 기다리면서 한 발 두 발! 누가 누가 멀리 가나!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감사편지 하나씩 읽어보았어요. 마음이 따뜻해져요.
면접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모든 과정이 복으로 가득합니다. 대학생과 아이들 모두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합니다. 그러니 모두가 성숙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1박 2일 동안 참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추억이 또 하나 쌓였습니다. 정겨운 철암. 고맙습니다.
첫댓글 다슬이 눈과 마음에 담은 마을 아이들과 할머니 이야기가 그림책을 펼친 듯하다.
양 갈래 머리를 하고 달리는 경화, 오토바이에 네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할머니 뒷모습, 면접실에 편안한 배경음악을 틀어 놓고 선생님을 맞이한 어린이 면접위원들, 대추나무 아래서 주고받은 편지, 카레를 해서 대접해 준 최민숙 선생님과 요리팀 아이들, 버스 정류장 배웅...
사랑하는 마음으로 보아주고 정답게 어울려서 고마워요.
고맙습니다 선생님 :)
글 잘 읽었어요.
함께 면접본 것 같아요.
철암 참 따뜻하고 아름다워요.
따뜻하고 아름다운 철암! 읽어줘서 고마워요~
꼭 가보고싶은 철암..
다슬누나의 이야기, 그리고 살아움직이는듯한 사진
철암에 와있는듯 하네요. :^)
다슬누나와 철암 농활팀의 뜨거운 여름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
그리운 성용!
성용이 추동에서 쓴 이야기도 한편의 동화책 같았는데~
응원해줘서 고마워! 보고싶다 :)
철암....문득문득 생각나는 곳^^
이번 여름 활동도 화이팅!!
고마워! 든든한 동료 지형이^_^
우와!
김재극 어르신과 조순녀 어르신,
피내골 풍경을 사진으로 글로 잘 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비밀의 방에는 승규, 민준, 주연, 수영이가 면접위원으로 늠름하게 앉아있었습니다. 민준이가 긴장된 저를 보더니 10초의 여유시간을 줍니다."
민준이 세심한 배려~심쿵 ^^
이제 합동연수 준비에 곧 광할도
시작되겠네요.
마음으로 응원하고 함께하고싶습니다. 화이팅!!
고맙습니다!
맞아요. 철암 면접위원들의 배려에 감동했어요~
배고플까봐 김밥도 사다주고, 자신이 먹던 귀한 초콜렛도 나눠주었지요!
다시 생각해도 참 예쁘고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