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 작곡과 초연 1945년 제9교향곡 이후 무려 8년만인 1953년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제10교향곡을 작곡하고, 그 해 12월 17일에 레닌그라드에서 므라빈스키 지휘와 레닌그라드 필하모닉협연으로 초연되었다. 이로써 쇼스타코비치는 베토벤이 멈춰 섰고 말러가 주저했던 ‘제10번’이라는 벽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이 「교향곡 제10번 e단조」는 ‘혁명’이라 별명으로 알려진 「교향곡 제5번 d단조」와 더불어 그의 가장 인기 있는 교향곡으로 각광받고 있다.
▲ 제10번 교향곡이 늦어진 배경 1945년에 발표한 「교향곡 제9번 E♭장조」 때문에 쇼스타코비치는 다시금 ‘공공의 적’이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전을 기념할 만한 찬란하고 장엄한 대작 대신, 디베르티멘토에 가까운 단출하고 경쾌한 교향곡을 내놓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일단 ‘9번 교향곡’의 전통적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았고, 세인들의 기대를 저버린 처사였으며, 무엇보다 소련 당국자들의 눈 밖에 날 만한 행동이었다. 결국 쇼스타코비치는 1948년의 악명 높은 ‘즈다노프 비판’을 통해서 다시금 ‘형식주의자’로 낙인찍혀 자아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당연히 그의 ‘진실된’ 창작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그는 한동안 오라토리오 [숲의 노래]를 위시한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입각한 작품들 뒤로 숨어야 했다.
시간이 흘러 1953년 3월, 철권을 휘두르던 독재자 스탈린이 죽었다. 정권은 말렌코프에게 넘어갔고 소련 사회에도 ‘해빙’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쇼스타코비치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해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교향곡 제10번 e단조]를 작곡하여 발표했던 것이다. 다만 이 작곡 시기는 작곡가 자신의 말에 따른 것이고, 일설에 의하면 작품이 이미 1951년에 완성되어 있었고 일부 스케치는 1946년부터 진행되어 왔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교향곡 9번’ 발표 이후 그가 겪었던 일들과 그의 깊은 속내가 반영된 ‘진실의 거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곡 해설 ▲ 제1악장 : 모데라토(Moderato) (26:58) 연주에 22~26분 정도가 소요되는 장대한 악장이다. 통상적인 알레그로가 아닌 모데라토 템포로 출발하여 시종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일관하며, 서정적 기운과 소박한 인간미, 집요한 압박과 강렬한 폭발 등을 아우른다. 아울러 쇼스타코비치는 이 악장에서 자신의 가곡집 ‘푸시킨의 시에 의한 4개의 모놀로그’의 두 번째 곡을 인용하기도 했는데, 그 노래의 제목은 ‘당신을 위한 나의 이름은 무엇인가?’이다.
▲ 제2악장 : 알레그로(Allegro) 상단에 링크 (4:10) 스케르초의 성격을 띤 알레그로 악장으로, 급박하게 휘몰아치는 진행과 격렬하게 두드려대고 울부짖는 듯한 울림이 지배한다. 짜릿한 스릴과 쾌감, 현기증과 공포감 등을 함께 유발하는 음악으로 풍자적인 기운도 감지된다. 한편 이 악장의 주요주제는 무소륵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의 서주에서 가져온 것이다. 짧고 격렬한 스케르초인 ‘스탈린의 음악적 초상’이라 할 수 있다.
▲ 제3악장 : 알레그레토(Allegretto) (12:42) 말러의 「교향곡 제7번」에 등장하는 ‘밤의 음악(Nachtmusik)’을 연상케 하는 춤곡풍 악장으로 다채로운 흐름을 지니고 있다. 앞선 언급했던 ‘D-S-C-H 동기’는 ‘D-E♭-C-B’(독일식으로 D-Es-C-H)로 구성된 음형으로 반복해서 등장한다. 또 엘미라(Elmira)를 나타내는 동기는 ‘E-La-Mi-Re-A’(독일식과 프랑스식의 혼합)로 구성된 음형으로 호른에서 나타난다. 이 두 동기는 교대로 나타나면서 그 간격이 점점 가까워진다.
▲ 제4악장 : 안단테 – 알레그로(Andante – Allegro) (13:13) 안단테의 서주로 출발해서 알레그로의 주부로 이행하는 피날레 악장이다. 서주에서는 어둡고 우울한 선율이 흐르지만, 주부로 넘어가면 밝고 상쾌한 선율이 활기차게 흐르기 시작한다. 중간에 그루지야의 춤곡인 고파크(gopak)이 위세를 떨치며 그 흐름을 방해하는 듯하지만(그루지야는 스탈린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 정점에서 ‘D-S-C-H 동기’가 크게 울려 퍼지면 한동안 드리워졌던 그림자는 걷히고 다시금 밝은 분위기가 흐른다. 이후에는 ‘D-S-C-H 동기를 비롯하여 활기찬 선율과 리듬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열광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친다.
■ 감상 ▬ 2악장 ‘스탈린 음악의 초상’ 상단에 (4:10) ▬ 4악장 Allegro부분 하단에 (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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