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로푸스(tropus)
기보법이 확산됨에 따라 10세기에서 12세기 사이에 상당히 많은 새로운 성가들이 기존의 레퍼터리에 추가되었다. 기존 성가에 새로운 가사나 음악을, 또는 가사와 음악을 함께 첨가하는 방식이 점차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런 방식을 트로프(trope), 라틴 어로 트로푸스(tropus)라고 불렀다.
미사에서 트로프는 입당송·봉헌송과 영성체송 같은 고유문에, 그리고 신앙의 진술이라는 이유로 제외된 크레도 이외의 모든 통상문에 붙여졌다. 트로프에는 가사만을, 또는 선율만을 첨가하거나, 가사와 선율을 함께 첨가하는 세 가지 방식이 있다.
■ 시퀀스(sequence), 라틴 어로 sequentia(부속가) 9세기 중반에 알렐루야 성가에의 트로프로 시작된 시퀀스(sequence), 라틴 어로 sequentia(부속가)는 이후에 알렐루야 성가와는 관련 없이 새로운 선율과 새로운 가사를 지닌 독자적인 음악형식이 되었다. 원래 알렐루야는 마지막 모음에 가사 없이 모음창으로 불리는, 긴 다음적 패시지가 있으며, 이 부분을 유빌루스(jubilus, 환희)라고 불렀다. 이 가사 없는 마지막 패시지가 더 긴 다음적 패시지로 확장되고(선율적 트로프), 여기에 단음적으로 가사가 붙여졌고(가사적 트로프), 그것은 곧 알렐루야로부터 분리되어 독립된 악곡이 되었다.
이 명칭은 시퀀스가 알렐루야 다음에 따라나오기 때문에 ‘뒤따르다(sequor)'라는 라틴 어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트로프 관행이 과도하게 인기를 끌고 너무 많은 수의 시퀀스가 난무하자, 1545년부터 1563년에 걸쳐 트렌토에서 열린 공의회에서 세속적이고 불순한 모든 요소를 교회음악에서 배제시켜 전례의식을 가능한 한 원형의 모습으로 재현시켜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지고, 전례에서 트로프를 완전히 제거하도록 명령했으나, 다음 4개의 시컨스만 허용되었다. 부활절의 ‘부활의 희생 제물을 찬양하라(Vicitimae paschali laudes)’, 성신 강림절의 ‘오소서, 성신이여(Veni Sancte Spiritus)’, 성체 주일에 부르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St. Thomas Aquinas, 1225경~74) 작곡의 ‘시온이여 찬양하라(Lauda Sion)’, 그리고 진혼 미사 때 불려지는 ‘분노의 날(Dies irae)’ 이외의 다른 모든 시퀀스들은 공식적인 교회 전례에서 더이상 사용하지 못하도록 명했다. 이중에 가장 잘 알려진 시퀀스는 첼라노(Celano)의 프란시스코 회 수도사인 토마스(Thomas, ?~1250)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분노의 날(Dies Irae)’로서, 나중에 레퀴엠 미사에 고유문의 한 부분으로 삽입되었다.
이 성가의 가사와 선율은 ‘죽음’이라든가 ‘최후의 심판’이라는 이미지의 모티브로서, 종교적·문학적·음악적 영역에서 폭넓은 인기를 얻어 인용되었다. 음악의 경우,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69)의 ‘환상 교향곡(Symphoniefantastique)’(1830),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v, 1873~1943)의 교향시 ‘죽음의 섬(The Isle of the Dead)’(1907), 리스트(Franz Liszt, 1811~86)의 ‘죽음의 춤(Totentanz)’(1849)과 ‘단테 교향곡(Dante Symphony)’(1856), 그리고 생 상스(Camille Saint-Sa ns, 1835~1921)의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1874) 등, 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널리 사용되었다.
<출처 : 서양음악사 100장면(1),pp.63~74 발췌>
● 감상 ◆ 베르디 : 분노의 날(Dies Irae) ◆ 모차르트 : 분노의 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