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병신년 봄
五棣三枝減却春
다섯 형제 중의 셋을 잃은 봄에 1)
此身何獨獨留塵
이 몸 어이 홀로 세속에 남았나?
神檀運塞年庚戍
신단수 운이 막힌 해 경술이고 2)
風樹恨深歲丙申
효도 못한 한 깊은 해 병신이라. 3)
鬢髮三千蹉又過
살쩍터럭 삼천가닥에 그르치니
人生八六假耶眞
인생 86년이 거짓인가 참인가.
來也偶然去亦偶
와도 우연이요 떠남도 우연이니
雪泥鴻爪去來人
설니홍조에 오고가는 사람일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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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체삼지(五棣三枝): 산앵두나무 체(棣)자는 옛날에 형제를 비유하는데 시인은 오체삼지의 5형제 중에서 셋을 잃었다는 것 같다.
2) 신단운새(神檀運塞): 신단은 신단수(神檀樹)로 조선이 개국한 곳을 말하니 조선의 운명이 막혀버린 해가 경술(庚戌) 곧 경술국치(庚戌國恥)가 일어나 1910년이란 말이다,
3) 풍수한심(風樹恨深): 풍수는 풍수지탄(風樹之嘆)이란 말로 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가만두지를 않는다는 말로 그와 같이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고자 하나 더 이상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고사인데, 그런 한이 시작된 해가 바로 병신(丙申)이란 말이니 서기 1896년에 부친 작고했다는 뜻이 된다.
4) 설니홍조(雪泥鴻爪): 눈 내린 진흙 밭에 기러기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