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 아버지의 뜻길을 가게 하소서
오늘,
보잘것없는 저희들이
몰리고 쫓김받던 무리로서 여기에 엎드렸사옵니다.
남이 알지 못하는
하나의 목적지를 향하여 나서는 길에는
가시 자국이 남게 되고 상처가 있게 될 줄 아옵니다.
그러나 이것을 개의치 않고
넘어가야 할 저희들인 것을 아시는 아버지.
저희들이 이 길을 가기 위해서는
철두철미한 각오와 맹세와 결심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늘과의 참다운 심정적인 관계가
이 자리에서 맺어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을 아오니,
아버지,
당신의 손길로 친히 저희들을 붙들어 주시옵고,
아버지의 양팔로
저희들을 당신의 사랑의 품에 품어 주시옵소서.
얼마나 고대하시고 소원하셨던 일이었습니까?
이제 그 심정을 가히 짐작할 수 있사옵고,
그 애달픔을 가히 짐작할 수 있사옵니다.
아버지라 부를 수 없는 불초한 이 모습들,
수많은 선지자들이 쌓아 온 피의 제단으로 인해
속죄받을 수 있게 된 놀라운 은사를 받고도
감사할 줄 모르던 과거의 생활을 다시 한 번 뉘우치면서,
실적을 갖고 아버지 앞에 드릴 수 있어야 할 터인데
빈손 들고 나온 것을 용납하여 주시옵소서.
세상의 그 무엇을 요구하는 아버지가 아니시기에,
간절한 마음 간절한 심정만을 아버지 앞에 드리옵니다.
아버지의 얼굴이 그립고 보고 싶어 눈물짓는 그 모습을
아버지께 드리고 싶어 나왔사옵고,
상처 입으신 아버지의 손길을 붙들고
눈물 뿌리고 싶고 또 그 손길이 그리워 나왔사옵니다.
그 마음과 몸의 상처가 심하심에도 개의치 않으시고
잃어버린 자녀를 찾기 위하여 방황하시는
아버지의 수심에 잠기신 모습,
초췌한 그 모습을 붙들기 위해 저희들은 나왔사옵니다.
이런 마음에 어리어 아버지라 부르는
당신의 아들딸들이 여기에 모였다 할진대,
아버지께서 그러한 때 저를 불러 주시고
저를 찾아 주신 것과 같이
이들도 그러한 자리에 처하게 될 때
버리지 않으실 것을 아옵니다.
아버님!
가라 하신 길이 서글픈 길이 아니었사옵고,
가고 보면 황공한 은사의 길이었사옵니다.
죽으라 하시며 내몰던 길도
죽이기 위해 예비한 길이 아닌 것을 알았사옵나이다.
그 내면의 곡절을 알게 될 때,
저희가 무엇을 더 바라겠사옵니까?
이것이 다 저희를 위해
먼저 수고하신 아버지의 수고의 증거를
보여 주시기 위한 역사임을 알았사옵니다.
저희들이 그런 느낌을 체휼하고
감격의 눈물을 지을 수 있게
허락하여 주신 것만도 감사하옵니다.
이제 이들이 그 무엇을 찾기 위하여
여기에 왔사옵니까?
그 무엇을 보기 위하여 여기에 왔사오며,
그 무슨 인연을 맺기 위하여 여기에 왔사옵니까?
보여 줄 것은 눈물과 애달픈 사정밖에 없사옵고,
인연맺을 것은
안타까운 것밖에 없는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그래도 이 인연이 아니면,
이 사정이 아니면 저희가 갈 바를 알지 못하고
사탄의 제물로 사라져 탄식하게 될까
염려하여 나온 무리이오니,
이 시간 붙들어 주시옵기를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니다.
당신이 붙들고 눈물지으실 수 있는 자녀가 있고
‘아무개야’라고 이름을 부를 수 있는 아들딸이 있다 할진대,
여기서부터 하늘의 역사는 이 민족을 이끌 것이요,
잠들어 있는 세계 인류의 심정을 움직여
하늘 앞으로 향하게 하는
기원이 될 것을 알고 있사옵니다.
여기에서 젊은이의 가슴가슴이 불타 올라
서로 손에 손을 맞잡고
‘아무개야 뜻을 위해 가자’하고
외치는 움직임이 있다 할진대,
이 민족에게는 살길이 열릴 것이요,
사망의 동산에 생명의 군대가 와서 함께 싸워줄 것입니다.
저희들은 그러한 무리가 그리워 모였사옵고,
그러한 길을 가기 위해 싸워 나왔사오며,
그런 자리에서 승리의 제단을 세워
아버지와 더불어
만우주 앞에 보이기 위하여 나왔사오니,
처음 각오한 이 마음 변하지 않게 하여 주시옵고,
작정하여 드리고자 하는 이 일편단심,
이 절개를 굽히지 않는
당신의 아들딸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각오한 그 충절을
천륜이 변하지 않는 한 변치 않고 간직하는
당신의 아들딸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올 때,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60. 5. 8)
첫댓글 참부모님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