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5일
언제고 너는 뒤를 돌아보며 스스로 크게 웃을 날이 있으리라.
“내가 이토록 깊은 잠에 취해 있었다니? 믿기지를 않는구나. 어떻게 그렇게 진실을 망각했더란 말인가? 그 지독한 슬픔과 아픔들이 모두 고약한 꿈이었을 줄이야!”
<루미지혜>
도서관소임집중의 날입니다.
도서관일꾼으로 하루를 지내다보면 오롯하게 집중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어찌어찌하다 보면 금방 점심밥모심시간이고 또 마무리시간, 그렇게 하루이틀사흘 흘러가더라구요.
그 어떤 일도 집중없이는 어렵잖아요?
물날, 하루만이라도 소임으로 받은 일을 잘 살피고 챙기는 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023년에는 그런 마음을 담아 물날을 '도서관소임집중의 날'이라 하고 그렇게 하루를 살아보기로 합니다.
소임을 잘 수행하는 것에 마음을 잘 모으자 말합니다.
이야기방에서 컴퓨터를 켜는데 마우스가 영, 뻑뻑합니다. 이리저리 다니며 쓸만한 것을 찾아 빌린 일지를 쓰려고 앉았는데 다시 의자에서 일어날 일이 생깁니다. 끝내 하고자 했던 일은 펼쳐보지도 못하고 점심밥모심, 그리고 12시 기도종을 울립니다. 오후에는 길벗맞이하려고 밭에서 배추를 두 포기 가져와 공양간에서 손질해서 무치고 김치찜을 만듭니다.
그리고 4월 제대를 앞두고 있는 남현이와 도서관에서 만나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청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간간이 기타도 치면서 당분간은 좀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합니다. 늘 부드러운 동무, 청년입니다. 흙날 착착과 청년들이 만나는 자리에 기꺼이 함께 하겠다고 하네요. 든든합니다.
오후 풍경소리방에서는 마을인생학교 두 동무들과 빛나는, 두더지가 만납니다. 창 너머로 보이는 모습이 참 진지하고 따뜻해보입니다.
3시가 지날 무렵에는 특별한 길벗들이 오셨습니다.
오수성교수님께서 광주 사랑방신문(생활정보지)를 시작하셨던 정태형선생님, 김용인선생님, 그리고 이무성선생님과 동행하셨네요. 캐나다에 계시는 정태형선생께서 최근 광주에 오셨는데 오교수님과 만나는 자리에서 두더지와 정태형선생의 인연을 알게 되어서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정선생님은 <풍경소리> 캐나다독자이기도 하시더라구요. 까페를 통해서 <사랑어린마을배움터>소식을 접하고 계셨어요. 응원과 지지의 말씀을 해 주시는데 그 마음이 참 고마웠습니다. 교육과 세상에 대한 진심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또 ‘이별꽃스콜레’에 대해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보여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두더지와 도서관과 교실들, 그리고 배움터를 한바퀴 도는데 그 눈길, 복도를 걷는 발걸음에 각별함이 느껴졌어요.
하늘친구방에는 배움터일꾼들이 마무리를 하던 시간이어서 서서 인사합니다. 그리고 옆교실, 미술실에는 하사마을 어르신 네분이 은하수와 함께 <마을붓꽃놀이> 첫 시간을 하고 계셨어요. 잠시 미술실에 들어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와온슈퍼에서 마을붓꽃놀이를 마친 어르신 두분과 오교수님 일행이 막걸리 한잔 나누었습니다. 해룡남초등학교 10회 동문께서 <사랑어린학교>가 있어 참좋다는 말씀을 연거푸 하십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와온소공원을 지나 올리브까페를 돌아, 산책하시고 저녁밥모심까지.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광주로 가셨어요. 아, 그리고 토마토, 바나나, 귤, 딸기를 선물로 가득 가져 오셨네요. 배움터식구들과 잘 나누어 먹겠습니다.
뜨거운 젊은 시절을 보낸 어른들이 여전히 젊게 살 수 있는 것은 꿈꾸기 때문이겠지요. 오늘 그걸 흘낏 본 듯합니다.
3시, 은하수와 마을어르신들의 <마을붓꽃놀이>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사마을에서 네분이 걸어서 학교로 오셨어요. 쉬엄쉬엄, 놀이삼아 붓놀이 하자 하시지만 돌아가실 때는 집에서 연습을 좀 해야 하나? 살짝 걱정, 긴장하시는 것 같아요. 정말로 천천히, 놀이삼아 먹을 갈고 붓을 잡았으면 좋겠네요. 은하수한테도 복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녁에는 도서관 살림모임, 7시부터 열렸습니다. 다정, 빛나는, 간송이 머리를 맞대고 살림을 술술 풀어나가는 재미 이야기꽃을 피웠겠지요.
오늘도 관세음보살 관옥나무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