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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추픽추 정문
▶ 문을 달았던 고리(좌우 구멍)와 윗쪽 돌출부
마추픽추 건물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처음 만나는 곳은 마추픽추 정문(Puerta de acceso a la ciudad)인데 정문은 바깥에서 보면 일반적인 잉카 건축 양식에서 보이는 모양을 하고 있지만 안쪽에서 보면 위쪽에 둥근 고리 모양의 돌출부가 있고 좌우로는 비슷한 높이에 홈이 나있어 안쪽에서 여는 문이 달려 있었던 자리로 추정되며 위쪽에 달려 있는 돌출부에는 적의 침입을 대비한 도르래 형태의 바윗돌이 달려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한다.
▶ 3 창문의 신전
▶ 주 신전
▶ 주 신전 앞 나침반
언덕 아래 위치한 신성한 광장은 세 개의 신전이 모여 있는 곳으로 이 중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 세 창문의 신전은 잉카의 초대 황제인 만코 카팍이 태어났다고 전해지며 그 외 남쪽에 위치한 제사장의 집은 문이 있었을 법한 공간이 비워져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온전한 집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북쪽에 있는 주신전은 삼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앙에 폭이 4m가 넘는 제단이 자리 잡고 있는데 벽면 한쪽이 살짝 무너져 들어가지 못하도록 보호선이 쳐져 있다.
▶ 해시계 인티와타나
▶ 천문관측소
신성한 광장을 지나 살짝 솟아 있는 언덕의 계단을 오르니 해시계 인티와타나(Observatorio Astronómico Intihuatana)가 있는데 마추픽추 유적지 내에서 가장 높은 곳이란다. 인티와타나는 중앙에 튀어 나와 있는 기둥을 제외하면 마추픽추 입구에 있는 장례용 바위와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기둥의 그림자를 통해 해시계의 역할을 했다는 설도 있고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제단이라는 설도 있지만 확실히 밝혀진 것은 아직 없다고 한다. 태양의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속설로 많은 여행자들이 인티와타나를 매만지고 가는 덕에 현재는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보호선이 둘러져 있다. 서쪽으로는 계단식 밭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은 빙엄이 기어올라 마추픽추를 발견한 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내려다보면 엄청 가파른 경사면이라 새삼 빙엄의 용기에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 지붕이 없어진 집
시가지로 들어서서 돌 벽만 남은 연속된 집들 사이 좁은 골목을 걸어간다. 지붕이 없어진 집 내부는 텅 빈 공터로 잡초만 무성하다. 지붕 아래 불쑥 튀어 나온 돌은 풀을 엮어 지붕에 얹었던 것을 고정했던 곳이라고 한다. 이곳은 유적 중간을 종단하는 중심 광장과 대 광장인 풀밭의 서쪽 부분으로 계단을 올라간 신전 지대이다.
▶ 태양의 신전
돌계단을 걸어 내려가니 가이드가 한 곳을 가리키며 태양의 신전(El Templo del Sol)이라고 한다. 거대한 자연석 위에 탑의 형태로 우뚝 세워져 있어 여느 건축물과도 한눈에 구별이 되는 태양의 신전은 마추픽추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곳이다. 정교하게 쌓아 올린 석벽과 탑 특유의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모습은 쿠스코의 산토 도밍고 교회에 일부 남아 있는 태양의 신전을 떠올리게 한다. 이 유적 안에 있는 유일한 곡면 석벽으로 쿠스코 태양 신전의 곡벽과 비슷한 모습이다. 밑에서 보면 두 개의 창을 가진 둥근 모양이 뚜렷하게 보여 대표적 신전임을 알 수 있게 한다. 6월 21일 하지 날 아침 해가 전면 창에 정확히 일치한다고 한다. 잉카 제국의 새해는 1월 1일이 아닌 6월 21일로 남아메리카 3대 축제로 손꼽히는 태양의 축제도 이 시기에 맞추어 열리는데, 그날이 되면 태양의 빛이 신전 중앙의 창문으로 딱 맞추어 들어온다고 한다.
▶ 능묘로 추측되는 곳
높이 쌓아 올린 태양의 신전 아래에는 삼각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석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증명되지 않았지만 묘석으로 추정되는 돌과 제단, 신전 아래 자리 잡고 있는 형태로 보아 왕실의 미라를 안치했던 능묘인 것으로 추측되고 있으며 석실 안쪽 깊숙한 곳에는 미라를 두고 제단에는 왕실의 안위를 위한 제물을 바친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 왕녀의 궁전(Aposento de la Ñusta)
태양의 신전 옆에 있는 왕녀의 궁전(Aposento de la Ñusta)으로 알려진 곳은 마추픽추에서 유일하게 2층으로 설계된 건물로 왕녀가 사용한 곳이 맞는지, 왕녀가 존재하기는 했는지 등 여러 의문점이 해소되지 못한 채 남아 있지만 중요한 용도의 건물에서만 보여 지는 2층의 설계 형태를 통해 신분이 높은 사람이 거주했을 것이며 태양의 신전 바로 옆에 위치한 점이 왕실이나 신성한 곳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한다. 궁전 안쪽에는 물건을 놓을 수 있는 장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삼각 형태로 축조된 벽면을 보면 지붕의 모양이 상상된다.
▶ 수로(Fuentes)
왕녀의 궁전에서 되돌아 나오니 지금도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돌을 깎아 만든 수로(Fuentes)가 보인다. 깊은 산 속에서도 자유로이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높은 곳까지 물을 끌어와 수로를 만든 잉카인들의 관개 기술은 가히 찬탄할 만하다. 마추픽추의 수로 역시 잉카 제국의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여느 수로와 마찬가지로 물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돌을 깎아 홈을 만들어 물길을 정비하였다. 수로 곳곳에는 흘러내린 물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그 물을 길어다 쓸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 대광장
▶ 대광장에서 풀을 뜯는 야마
수로에서 두 세개의 돌계단을 올라 우측으로 가니 양쪽으로 돌을 쌓아 만든 두 개의 단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넓고 푸른 대광장(Plaza principal)이 나온다. 먼 옛날 잉카인들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집회를 갖고 운동을 하는 집단생활을 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했다고 한다. 광장에는 야마 무리가 평화롭게 노니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가까이 다가가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가이드는 이 야마 무리를 마추픽추의 공무원이라고 농담을 한다. 그 중 새끼 야마가 가장 인기 있는 사진 모델이다.
▶ 콘돌 신전
▶ 콘돌신전 아래에 있는 지하 감옥
대광장에서 나와 가이드를 따라 간 곳은 콘돌 신전과 그 지하에 설계된 감옥이다. 천연석으로 이루어진 콘돌 신전을 마추픽추 유적 중에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자랑하는 유적으로 손꼽는다. 바닥에는 콘돌의 부리와 머리 모양을 빼닮은 돌이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이를 중심으로 커다란 양 날개를 활짝 편 형상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특히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크기의 웅장한 날개는 마치 일부러 그려 넣은 듯한 다채로운 색상이 줄무늬처럼 들어가 있어 더욱 생동감을 더한다. 콘돌 신전 밑 지하에는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통로가 나 있는데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돌 의자와 작은 공간이 존재한다. 일설에 의하면 그 안에 죄수를 가둬놓고 잔인한 고문을 가했다고 전해진다.
▶ 기술자 거주 구역
▶ 절구 또는 기둥 받침
콘돌신전 옆 좁은 건물들은 마추피추를 건설하던 기술자들이 거주하던 곳이라고 한다. 그 안에는 크기가 다른 원형의 돌 두 개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는데 곡식을 빻기 위한 용도의 절구라는 견해와 기둥을 받치고 있던 흔적이라는 견해 등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고 한다.
▶ 귀족 거주지
기술자들이 거주하던 곳 위에 있는 비교적 넓은 건물들이 있는데 이곳이 귀족 거주지라고 한다. 이 건물에는 세 개의 문이 달려 있던 흔적이 있어 라스 트레스 포르타다스(Las Tres Portadas)라고 불리는데 마추픽추 입구에 있는 정문과 마찬가지로 이곳에도 문이 있었을 만한 공간에 6개의 홈이 비슷한 높이에 패여 있어 세 개의 문이 달려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잉카인들의 신분에 따른 높낮이가 거주 지역에도 그대로 적용된 사실이 흥미롭다.
▶ 성스러운 바위
귀족거주지를 지나 우측으로 가니 뽀죡한 삼각 지붕의 건물 두 개 사이로 높이 3m, 폭 6m가 넘는 거대한 바위가 세워져 있는데 이를 성스러운 바위(Roca Sagrada)라고 한다. 초가지붕이 얹어져 있어 소박한 느낌을 주는 양 건물은 마치 성스러운 바위를 호위하듯 양옆을 지키며 자리 잡고 있다. 성스러운 바위는 와이나픽추 기슭에 위치하고 있는데 뒤로 보이는 산맥의 윤곽과 비슷해 신기하게 느껴진다. 많은 여행자들이 성스러운 바위의 기를 받고자 양손을 바위에 갖다 대고 기원을 한다. 이 바위 뒤로 나 있는 길이 와이나픽추로 오르는 길이 라고 한다.
▶ 와이나픽추
와이나피추는 케추아어로 젊은 봉우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마추피추가 늙은 봉우리를 의미하는 말이라 하니 유래는 모르지만 서로 연관돼서 이름이 생긴 듯하다. 작은 봉우리 와 큰 봉우리라는 뜻도 갖고 있다 한다. 표고가 2,700m로 유적에서 420m 정도를 올라야 하는데 사무소를 나서자마자 30m 정도 능선 내리막길이 있어 실제로는 450m를 등반해야 한다. 이곳에 오르려면 마추픽추와 별도로 등반 신청을 해야 하고 별도의 요금을 내야하며 하루에 등반할 수 있는 인원도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일행 중 몇 분은 새벽 5시에 호텔을 나와 첫차를 타고 와이나픽추 등반을 했지만 나는 아내를 생각해 등반을 포기했는데 영 아쉽다.
▶ 마추픽추에서 아구아 칼리엔테스로 내려가는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행렬
마추픽추를 나와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화장실이다. 유적지 내에는 화장실을 포함한 어떤 편의 시설도 존재치 않고 오직 유적들만 있는 곳이라 모든 여행자들은 마추픽추를 나오자마자 화장실부터 찾기에 화장실 앞은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매표소 옆 버스 정류장으로 나와 12시 40분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구아스칼리엔테스로 가는 버스는 사람이 차면 출발하는 모양이다. 마추피추 방문은 기대만큼의 소득을 건져 만족스럽다. 비 오는 마추피추부터 흐리고 개인 마추피추까지 골고루 구경한 것이다.
▶ 샛길로 내려가는 사람들
버스가 빙엄 로드의 S커브에 들어섰다. 거의 수직으로 고추 선 모습을 한 주변 산들은 허리에 구름을 감고 있고 까마득한 수백m 아래 우루밤바 강은 황토 빛으로 굽이쳐 흘러가고 있다. 내려오다 보니 20대 젊은 청춘 남녀 대여섯 명이 버스를 타지 않고 빙엄 로드 사이로 난 샛길로 내려가고 있다. 나도 20대라면 저 길로 내려가고 싶지만 6학년 5반인 지금은 무리하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 셔틀버스 하차장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시가지로 향한다. 전날 밤의 비 때문인지 다리 아래의 물살이 무척 거세다. 다리 건너편 도로에 마추픽추로 올라가는 버스를 타기 위한 줄이 아침에는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 지금은 텅 비어 있다. 점심식사를 하러 호텔 인근 맛집이라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니 먼저 온 일행들이 반겨주며 이 레스토랑 베스트 메뉴를 알려준다.
▶ 오얀타이탐보로 가는 아구아 칼리엔테스 역
호텔에서 짐을 찾아 역으로 향한다. 처음 도착한 곳과 모습이 사뭇 다르다. 도착한 곳과 출발하는 곳이 다른 모양이다. 15시 출발한 기차는 급할 것이 없다는 듯 지루하게 달린다. 승객들은 피곤한지 거의 잠을 잔다. 어젯밤 기차를 타고 왔을 때는 어두워서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차창을 스친다. 뾰쪽뾰쪽 솟은 산들 사이의 계곡을 따라 우르밤바 강이 흐르고 주변의 높은 산들을 피해 기찻길을 시설해 놓은 탓인지 기찻길은 거의 태반이 강과 나란히 달리고 있다. 오얀따이땀보에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의 기찻길에서는 평지의 모습은 전혀 볼 수 없고 오로지 높게 솟아있는 봉우리들과 그 사이의 좁은 협곡만 존재한다. 그래서 차창으로 보이는 것은 온통 산 뿐인데 가끔씩 조금 완만해 보이는 산도 보이지만 암석으로 뒤덮힌 가파른 산이 태반이다. 그리고 우루밤바 강이 흐르는 계곡은 폭이 좁아서인지 비가 많이 내린 탓인지 모르겠지만 물살이 무척 거세다.
2시간을 달려온 기차가 오얀타이땀보 역에 도착해 이곳에서 기차를 내려 버스를 갈아타고 어제 왔던 길을 거슬러 쿠스코로 돌아간다. 우루밤바 다리를 건너는데 이미 해는 서산에 지고 있다. 우루밤바에서 쿠스코로 돌아오는 길은 고원 길로 버스는 점점 표고를 높여간다. 표고 2,400m 마추픽추에 있다 표고 3,400m 쿠스코보다 높은 3,7~800m는 돼 보이는 고원지대로 들어서니 머리가 약간 어지럽다. 오후 7시 30분 쿠스코에 도착했는데 버스는 시내 중심으로 들어 갈 수 없어 가이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서 호텔로 돌아온다.
먼 전쟁터에서 고향 어머니 품으로 돌아온 반가움과 그리움이 이런 것일까? 수수께끼만 남아있는 무인의 폐허에서 알지 못할 비애의 역사를 느끼고 온 허전한 가슴에 잉카의 슬픈 운명을 겪어온 그들 후손의 따뜻한 불빛은 원초적 일체감을 안겨 주는 듯하다. 이 장면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동공으로 들어오는 불 빛 하나하나가 화살처럼 초점을 찔러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