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 아이들이 잘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저 잘 된다라는 단어는 무언가 모호하지요.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걸 잘 되었다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제가 생각한 잘 된다는 것의 실상은 방학동안 아이들이 자전거 여행에서 번듯하게 서고, 아이들의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복지를 이루고(자전거 여행을 잘 이루고) 더불어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복지를 이루는데 가능한 한 자주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여름은 이 마음에 다잡는데 집중하여 살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사회사업의 원칙에 집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거의 모든 것을 물었습니다. 무언가를 할 때에 최대한 신중하게, 원칙에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제안하는 것이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서, 그 사람 답기를 바라서 이렇게 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무언가 다르게 하려 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곧 떠날 사람인데, 이 아이들은 여기서 계속 살 텐데 내가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 하나하나까지 묻는데 힘썼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대한 내가 마을에 온 흔적을 줄이고, 쉽게 떠날 수 있게 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일부러 아이들과도 너무 친해지지 않으려,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하기도 했습니다.
친해지는 것과 사회사업은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호숫가 마을은 저를 잘 품어주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았지만, 저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었고, 잊지 못할 추억들을 남겨주었습니다.
사랑받기를 바라고 온 게 아니었는데 많은 사랑받고 갔습니다.
이번 여름 다시 호숫가 마을에 오기로 생각했습니다.
무언가 그립기도 했고, 아이들이 보고 싶었습니다.
호숫가 마을의 여름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 이야기에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마을에 오기 전 2주동안 논어 공부를 했습니다.
공부 중 기억에 남고, 계속해서 기억하려 했던 것은 성의정심과 절문근사입니다.
이번 활동동안 이 두가지를 계속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수 있도록 도우려는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 그 마음을 붙들며, 그것을 이룰 수 있도록 실제를 궁리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도울 수 있을까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궁리를 계속 했다고 하더라도, 항상 그리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실수하기도 하고, 잘 그려내지 못해 모호할 때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최선웅 선생님이 도와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마음을 가지고, 가지려 노력하니 행동이 조금은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들을 잘 돕는 것일까 생각하고 행동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모든 것을 묻지 않더라도 그 안에 상대방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변통하더라도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를 생각하는 마음을 계속 잡으려 했습니다.
이 마음이 저를 조금은 자유롭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 아이들과 자전거 여행을 준비했습니다.
30명이 넘는 인원이 여행을 떠나는 대규모 이동입니다.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팀도
숙소팀, 길찾기팀(식사팀), 의료팀, 훈련팀, 정비팀, 동행팀, 기록감사팀, 환영팀, 보급팀까지 아홉 팀이나 있는 여행입니다.
환영팀과 보급팀은 부모님들이 맡아주셨기에 저는 아이들과 준비하는 다른 팀들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여행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고 여행을 계획하면서,
그것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주인 노릇하게 도우려 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면서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바라고 도왔습니다.
아이들이 참 많이 애썼습니다.
어느정도 준비가 끝나고 자전거 여행 다녀올 만하겠다 싶었습니다. 나름대로 꼼꼼하게 준비했다 싶었습니다.
자전거 여행날이 되었습니다. 여행날이 참으로 다사다난했습니다.
아이들과 준비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이 필요했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참 많이 일어났습니다.
자전거 바퀴도 터지고, 길도 엉망입니다. 길이 막혀 있는 곳이 많습니다. 날씨도 덥습니다.
90키로를 얕봤던 탓일까요? 아이들 입장에서 90키로로 생각했어야 했는데 너무 제 기준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정신이 없습니다.
제도권 기관에서 하면은 민원이 빗발칠 만하다는 자전거 여행, 그럼에도 잘 다녀왔습니다.
누구 덕분이었을까요? 제 덕분은 아닙니다.
아이들의 자전거 여행, 부모님들이 거들고 채워 주셨습니다.
제가 아이들과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는 동안 보급팀, 환영팀 선생님들도 많은 것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아이들이 먹을 것 마실 것 쉴 곳 준비해 주셨습니다.
여행 중에는 아이들이 힘들어 쓰러질만할 때 나타나 주시고, 쉬어야 할 때 푹 쉴 수 있게 잘 도와주셨습니다.
자전거 타는 아이 옆에서 함께 자전거 타주셨습니다.
아이들이 바다를 향해 갈 수 있게 도와주셨습니다.
바닷가를 향해 가는 아이들, 호수라는 안전한 곳을 떠나 위험한 여정을 떠나는 아이들.
부모님들을 이 아이들이 잘 떠날 수 있게 도왔습니다.
어려워 보였던 자전거 여행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았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으로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고 도왔습니다.
위험해 보였던 여정이 지역사회가 끈끈해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과 끈끈한 관계가 생겼습니다.
사람 사는 것 같다라는 말의 실상을 보았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떠나면서 잊혀질 준비를 했었습니다.
이번 여름은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며 잊혀지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니까요.
저는 이번 여름 호숫가 마을에서의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겠습니다.
이번 여름 자전거 여행이라는 이야기에 함께 할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이번 여름 호숫가 마을에서 함께 지낼 수 있어 참 감사했습니다.
종종 찾아뵙겠습니다.
아이들이 그리울겁니다. 선생님들이 그리울겁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첫댓글 P.S.
선생님들이 저를 먹이셨습니다.
한달동안 잘 먹고 잘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성령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이성령 선생님 인생에 복이 되기 바랍니다. 잘되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오래오래 생각날겁니다
이제 저의 현장을 찾아가려 합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함께 공부했을때 참 즐겁고 기뻤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번 여름은 성령 덕분입니다.
성령에게 추동이 마음의 고향이기를 바랍니다.
언제든 오세요.
네 선생님
저는 잘 도착했어요
또 돌아가겠습니다
은우가 잊지 않게요
편안한 마음으로 가겠습니다 :)
글로만 뵙고 얼굴 못 보나 했는데… 보고 인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반가웠어요!
선생님 겨울에만 뵙고 여름에는 못 뵈어서 아쉬웠는데 얼굴 뵐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책 모임 가길 잘했다 생각했어요.
고맙습니다 :)
다음에 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