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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3월 3일 주일 설교
시리즈 제목: 땅을 위한 하늘의 대리인들 9
설교 제목:
십자가의 비밀 2 – 유월절 식사의 의미
https://youtu.be/wuWGCy5_0ws?feature=shared
때가 이르매 예수께서 사도들과 함께 앉으사
이르시되 내가 고난을 받기 전에
너희와 함께 이 유월절 먹기를 원하고 원하였노라
누가복음 22:14~15
설교를 위한 묵상:
지난 주에는 사순절 시리즈로서 십자가의 의미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설교에서 나는 유월절에 예수님이 죽으심으로써 십자가의 죽음이 자기 백성의 해방을 위한 것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사순절이 우리의 해방을 위하여 주님이 고난당하심을 기념하는 것이라면 그 해방의 목적을 기억하고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삶은 우리 인간의 원초적인 문제인 우상숭배를 벗어나는 것이며, 그 우상숭배란, 하나님 대신에 하나님이 주신 세 가지 선물을 섬기는 것이다. 그 선물은 이성과 재물과 권력이며, 하나님의 올바른 대리인들은 그것을 바르게 사용하며, 우상숭배에 빠지게 되면 그것을 그릇되게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혼돈과 사망이 찾아온다.
이번 주에는 예수님의 유월절 식사를 다룰 것이다. 이번 주일이 삼월 첫 주로서 성찬주일이기도 하고 예수님의 죽으심이 유월절에 이루어졌음을 생각하면 이 주제는 새로운 의미를 가진다. 지난 주에 이미 유월절에 대하여 한번 다루었다. 지난 주의 강조점이 해방을 의미하는 절기로서 유월절을 설명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절기의 진정한 의미가 그 실체를 포착하고 누리는 삶에 있음을 강조할 것이다.
유월절 식사는 성만찬과 같은 것인데, 그 진정한 의미는 그 대적에 대한 하나님의 승리이며, 새로운 언약 백성의 탄생이며, 새로운 시대의 개막이다. 이것은 이 세상과 자신과 하나님에 대한 새로운 각성을 의미하며 마음의 변화를 통해서 새로운 삶을 살라는 격려이기도 하다. 신앙생활은 이런 각성과 결단의 연속이다.
나는 이번 설교를 위해서 지난 두어 주간 들은 톰 라이트의 강연을 다시 묵상했다. 그의 강연은 7년 전에 한 것으로 그의 책, 혁명이 시작된 날(The Day the Revolution Began)을 소개하는 것이다. 그가 2017년 휘튼칼리지에서 강연한 영상도 있다.
설교 개요:
1. 설교 리뷰: 유월절의 해방과 우리의 대적
2. 예수님이 유월절 식사를 기다리신 이유?
3.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다시 먹지 않겠다!
4. 절기는 실체를 기념하는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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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설교 리뷰: 유월절의 해방과 우리의 대적
지난 금요일은 제105주년 삼일절이었습니다. 삼일절은 우리나라의 독립을 온 세상에 선포한 날, 1919년 3월 1일을 기념하는 국가적인 절기입니다. 그 독립선언문의 첫 부분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세계 만국에 알리어 인류 평등의 큰 도의를 분명히 하는 바이며, 이로써 자손 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려 가지게 하는 바이다…
1776년 7월 4일에 선포한 미국의 독립선언문의 시작은 다음과 같습니다:
WHEN in the Course of human events, it becomes necessary for one people to dissolve the political bands which have connected them with another, and to assume among the powers of the earth, the separate and equal station to which the Laws of Nature and of Nature’s God entitle them, a decent respect to the opinions of mankind requires that they should declare the causes which impel them to the separation.
인간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 민족이 다른 민족과 연결되어 있는 정치적 결속을 해체할 필요가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상의 세력들 사이에서 자연 법칙과 자연을 만드신 하나님이 부여하신 독립적이고 평등한 지위를 당연하게 생각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럴 때 인간이 가진 그런 생각을 적절하게 존중하려면 그들이 독립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선언해야 할 것입니다.
We hold these truths to be self-evident, that all men are created equal, that they are endowed by their Creator with certain unalienable Rights, that among these are Life, Liber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진리가 당연하다고 확신합니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고, 창조주로부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분명하게 부여받았습니다. 그 권리에는 생명권, 자유권, 행복 추구권이 포함됩니다.
대한민국은 1919년 삼일독립선언 후 26년만에 나라를 되찾았고, 미국은 1776년 독립선언 후 영국과의 전쟁을 통해 많은 희생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7년이 지난 1783년 9월 3일에 영국 조지3세로부터 독립을 얻었습니다. 미국의 헌법은 또 4년 후인 1787년에 만들어졌고 다시 2년 후인 1789년에 연방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1776년 7월 4일을 독립기념일로 정하여 기념합니다. 그것은 미국의 독립적인 연방정부가 세워지기 13년 전의 일입니다. 미국인들은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1776년 7월 4일을 건국일로 여깁니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건국일도 독립선언문을 선포한 1919년 3월 1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헌법전문에도 삼일운동의 정신이 분명하게 담겨 있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ㆍ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중략)… 1948년 7월 12일에 제정되고 8차에 걸쳐 개정된 헌법을 이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하여 개정한다.
1987년 10월 29일
우리나라의 삼일절은 국경일이며 독립선언일이므로 공휴일입니다. 우리는 이 날을 기념하면서 국가의 독립과 국력의 신장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상들이 피 흘려 싸우면서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하고 우리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되돌아봅니다. 그것이 국가적인 절기를 지키는 이유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지금 사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사십일 동안 우리는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기념합니다. 지난 주에 저는 사순절의 의미를 되새겨 보기 위하여 예수님의 십자가에 대하여 설교를 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 지신 때는 유월절이라는 절기였습니다. 그 절기는 유대인에게는 해방의 기념일입니다.
예수님이 유월절을 선택하여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신 이유는 우리의 해방을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를 가두고 노예로 부리려는 세력이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이 주신 세 가지 선물인 사랑과 재물과 권력을 하나님으로 섬기게 하는 거짓말쟁이입니다. 사순절을 의미 있게 보내려면 예수님의 고난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것이 무엇인지를 굳게 붙들어야 한다고 지난 주에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 예수님의 고난에 대하여 한번 더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2. 예수님이 유월절 식사를 기다리신 이유?
오늘 설교의 본문인 누가복음에는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식사를 하기를 원하고 또 원하셨다고 말씀하는 장면이 나옵니다(누가복음 22:14~15). 예수님이 그 유월절 식사를 제자들과 함께 하기를 간절히 원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님이 고난당하기 전에 그들과 함께 그 식사를 하시려는 의도는 무엇일까요? 아마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잊지 말아야 할 무엇인가를 알려주려고 그 유월절을 기다리셨던 것 같습니다.
그러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들려주심으로 그들에게 영원히 기억하라고 하신 일은 무엇일까요? 성경 속으로 들어가서 2천년 전 예수님이 사시던 시대를 상상해 보겠습니다. 그때 예수님은 유대땅에서 사셨습니다. 유대인으로 태어나 난지 팔일만에 할례를 받으시고 어린 시절에는 회당에서 율법을 배우셨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쉐마기도를 암송했을 것입니다. 유대인들의 정신을 하나로 묶어주는 그 핵심이 되는 쉐마기도는 신명기 6장 4절부터 시작되는 말씀입니다:
이스라엘아 들으라
우리 하나님 여호와는 오직 유일한 여호와이시니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신명기 6:4~5
한분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다짐하는 기도문을 암송하고 몸에는 아브라함의 자손이라는 표시를 한 유대인이 있습니다. 그에게 가장 큰 자랑은 아마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사실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그 하나님이 세상 모든 나라의 머리로 세우신 민족입니다. 하나님이 온 세상에 복을 주신다면 아브라함의 자손인 유대인들을 통해서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역사는 하나님이 하신 일을 기록하여 들려줍니다. 그 일 중에서 유월절은 가장 중요한 절기입니다.
유대인들은 유월절을 지키면서 어린 양을 잡아 그 고기를 구워서 무교병과 아울러 쓴 나물과 함께 먹습니다(출 12:8, 민 9:11). 무교병(無酵餠)이란 누룩이 없는 떡입니다. 유월절 식사는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포악한 왕 파라오의 손에서 건져 내실 때 행하신 놀라운 일을 기억하는 행동이며 의식입니다. 이 유월절이라는 절기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민족의 명절이며 유대인의 신앙에서 가장 중요한 절기입니다. 이 절기를 지키면서 유대인들은 자기 조상들을 구원하신 하나님이 지금도 자기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서 다시 오실 것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예수님 당시 유대 지방의 상황은 암울합니다. 로마의 식민지배는 계속되고 있으며 예루살렘의 지도자들은 권력자의 편에 서서 양심을 저버리고 있습니다. 백성들은 그 지도자들을 더 이상 존경하지 않으며 하나님의 백성에게 주신 아브라함의 약속을 저버린 사람들도 많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극단적인 행동을 하면서 로마에게 대적하다가 실패하여 십자가에 달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이지만 그 영광을 잃어버린 초라한 백성입니다. 하나님의 성전이 예루살렘에 있지만 더 이상 하나님의 영광이 그곳에 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유월절이 되면 사방에서 양을 잡아 유월절 식사를 하지만 그 본래 정신은 더 이상 살아 있지 않습니다. 절기는 어떤 역사를 기념하는 것이지만 유월절의 절기는 백성들에게 더 이상의 희망도 줄 수 없는 습관적인 일과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상상해 본 예수님 당시 유대 백성들의 현실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것은 오늘날의 부활절이나 사순절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2천 년 전에 예수님이 부활하셨지만 오늘날의 부활절은 그렇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부활절이면 특별 기도회를 열고 연합예배를 드립니다. 계란값이 오르기도 합니다. 절기헌금을 드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부활절이 어떤 날인지, 오늘 우리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점점 희미해 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신앙의 퇴색은 언제나 절기의 쇠퇴로 이어지며 절기의 쇠퇴는 형식만 남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가 예수님이 유월절 식사를 제자들과 함께 먹기를 원하고 원하셨다는 말씀을 읽으면서 예수님이 그 낡고 오래된 절기를 어떻게 회복하셨으며, 그 본래의 정신을 어떻게 되살리셨는지, 그리고 그것이 오늘 우리의 삶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은 자신이 고난을 받기 전에 이 유월절 식사를 제자들과 함께하기를 원하셨습니다. 그 말은 예수님의 고난, 즉 예수님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제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유월절 식사에 담아 길이 그 절기를 새롭게 지키도록 명하셨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예수님의 마지막 만찬인 이 유월절 식사는 이 사순절에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는 주제임이 분명합니다. 이에 대하여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3.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다시 먹지 않겠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식사를 하려고 식탁에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을 그토록 원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후에 예수님이 그 유월절 식사 자리에서 어떤 언행을 하셨는지 누가복음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유월절이 하나님의 나라에서
이루기까지 다시 먹지 아니하리라 하시고
이에 잔을 받으사 감사 기도 하시고 이르시되
이것을 갖다가 너희끼리 나누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내가 이제부터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때까지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다시 마시지 아니하리라 하시고
누가복음 22:16~18
예수님은 이번 유월절 식사가 자신의 생애에서 마지막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다시 유월절 식사를 한다면 그 때는 하나님 나라가 이루어진 다음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때까지 예수께서는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다시는 마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예수님의 마지막 유월절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신 포도주를 입에 대셨습니다. 성경을 보면 복음서 기자들은 그 대목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그 후에 예수께서 모든 일이 이미 이루어진 줄 아시고
성경을 응하게 하려 하사 이르시되,
“내가 목마르다!” 하시니
거기 신 포도주가 가득히 담긴 그릇이 있는지라.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적신 해면을 우슬초에 매어 예수의 입에 대니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요한복음 19:28~30
예수님은 자신의 고난과 죽음이 어떤 의미라고 제자들에게 가르치시는 걸까요? 왜 더 이상의 유월절 식사는 없다고 하시며 제자들에게는 그것을 길이 행하여 기념하라고 하실까요?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마시시고 나서 “다 이루었다!”고 말씀하신 후에 별세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 행동과 이 말씀에는 어떤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 전까지는 다시 포도나무에서 난 것을 입에 대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십자가에서 신 포도주를 받으셨다면 그리고 그 후에 “다 이루었다!”고 외치셨다면 거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4. 절기는 실체를 기념하는 상징이다!
여기서 유월절이라는 절기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유월절을 지키게 된 배경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그들의 조상이 애굽에서 종살이를 할 때 하나님이 모세를 통하여 그들을 건져내시고 그들을 하나님의 산으로 이끄셔서 언약을 맺으신 후에 지금의 땅으로 들이신 것을 기념하는 것 아닙니까? 유월절은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해방의 날이며, 동시에 아브라함의 언약에 동참하고 계승하는 백성이 된 날이며, 하나님이 자신들 가운데 거하시며 그들을 통하여 열방에 빛이 되게 하시려고 택하신 날입니다. 그것이 유월절이라는 절기가 가진 실체입니다.
절기는 실체를 기념하는 상징입니다. 실체가 있었기에 절기를 통해서 그것을 기리는 것입니다. 실체가 없다면 절기는 더 이상 의미를 가지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자신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고 새로운 언약을 맺게 하실 것을 확신하셨다고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백성이 다시 하나님의 언약을 기억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기념하며 하나님의 언약에 충실하여 마침내 온 세상에 하나님의 빛을 비추는 백성이 되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유월절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봅시다. 최초의 유월절 식사는 애굽에서 열번째 재앙이 온 이집트에 내리던 날 밤에 있었습니다. 그날 밤에 이스라엘 백성은 식구 수에 맞게 어린 양을 잡고 무교병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 식사를 하는 시간에 애굽의 전역에 흑암이 덮더니 죽음의 천사가 애굽의 장자들을 죽였습니다. 애굽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을 압제하고 괴롭게 하던 파라오가 심판을 받고 쫓겨날 시간입니다.
유월절은 바로 그런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백성을 괴롭게 하던 원수가 심판을 받아 쫓겨나는 날이며, 하나님의 백성들은 어린 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그 고기를 먹으면서 하나님이 하시는 위대하고 두려운 일을 생각하면서 그 밤을 보냈습니다. 그들은 한편으로는 애굽 전역에서 울리는 곡소리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자신들이 자유를 얻게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부풀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굳게 닫은 그 문 안에서 전능하신 하나님을 경외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종살이를 하던 땅에서 벗어나 하나님을 섬기는 자유인으로 살 것을 기대하며 찬송을 불렀을 것입니다.
이것이 유월절의 실체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 실체를 다시 회복시키시려는 것입니다. 요한복음을 보면 이 사실을 이런 방식으로 소개합니다:
이제 이 세상에 대한 심판이 이르렀으니
이 세상의 임금이 쫓겨나리라
내가 땅에서 들리면 모든 사람을 내게로 이끌겠노라 하시니
이렇게 말씀하심은 자기가 어떠한 죽음으로 죽을 것을
보이심이러라
요한복음 12:31~33
예수님은 자신의 죽음으로 이 세상의 임금이 쫓겨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애굽의 왕이 열번째 재앙으로 쫓겨날 것이라는 의미와 같다고 하겠습니다. 애굽의 왕에게 하나님이 심판을 내리실 때 그 백성은 해방되었습니다. 그것이 유월절에 일어난 일입니다. 예수님이 유월절 식사를 하시면서 자신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하셨는데 그 이전에 하신 말씀에서 ‘이 세상의 임금이 쫓겨나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유월절에 어린 양이 죽으면 하나님의 백성은 구원을 받으며 이 세상의 임금은 쫓겨납니다. 그렇게 하나님의 구원은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이 유월절 식사에 담긴 의미입니다. 예수님이 잡히시던 날 밤에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이 세상의 모든 악이 그 최후의 발악을 하면서 빌라도와 헤롯, 그리고 종교지도자들을 부추겼습니다. 사탄은 예수를 죽이려고 가룟 유다에게 들어갔습니다. 그것은 더 큰 짐을 지우고 더 힘든 노역을 시키던 파라오의 악행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십자가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하늘에 있는 악한 영들이 일어나 그 모든 악을 한 곳에 집중하게 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심으로 예수께서는 그 악한 세력들을 한 자리에 모아 무장해제를 시키시고 그들을 무력하게 만드시고 쫓아내셨습니다. 이에 대하여 사도 바울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를 거스르고 불리하게 하는 법조문으로 쓴 증서를 지우시고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력화하여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
골로새서 2:14~15
5.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
유월절 식사는 무엇을 기념하는 것입니까? 그것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려고 애굽의 왕을 심판하신 것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과 언약을 맺었고 아브라함의 복에 동참하고 상속하게 되었습니다. 그 말은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시고 그들을 번성하게 하시며 그들을 통하여 세계 모든 나라들이 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보다 더 큰 복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 백성은 머리가 되고 꼬리가 되지 않으며, 위에 있고 아래에 있지 않을 것이며, 들어가도 나가도 복을 받을 것이며 형통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세상을 더 나은 곳이 되게 하여 생명으로 충만한 하나님의 나라를 만드는 일에 주역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이 시작된 날이 바로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구원하신 날 유월절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그 백성들에게 새로운 유월절을 제정하셨습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유월절의 본래 의미를 다시 살리셨습니다. 유월절이 과거에는 애굽에서 이스라엘을 건져낸 사건이라면, 예수님이 유월절 식사를 통해서 하시는 일은 이 세상 임금을 쫓아내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유월절에서 어린 양은 바로 예수님 자신이십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죽음은 어린 양으로 자신을 하나님께 바치는 행위입니다.
그런 이유로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떡을 떼어 주시면서 자신의 몸이라고 하셨고, 잔에 포도주를 따라 주시면서 자신의 피라고 하시며 받아 마시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새로운 유월절을 제정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 지구적인 구원을 약속하신 유월절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이제 유대인을 넘어 모든 세상 사람을 자신에게로 이끄실 것입니다. 그렇게 예수님의 유월절 식사는 만인을 구원으로 인도하는 새 언약의 식사인 성만찬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유월절 절기를 지키면서 어린 양을 잡아 그 고기를 구워 먹고 무교병과 쓴 나물을 먹으면서 하나님이 애굽에서 구원하신 일을 기념하고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살게 된 자신들의 소임을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전 세계에서 성만찬의 식사를 하면서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십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성만찬은 유월절 식사와 같이 언약의 식사입니다. 그런데 이전과 다른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제 이 세상 임금이 쫓겨났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어린 양 대신에 한번에 영원한 제사를 드리신 예수님의 살과 피를 통해서 새로운 언약백성으로 우리가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이 언약의 식사를 하면서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이 세상 임금을 쫓아내셨음을 믿습니다. 더 이상 이 세상의 임금은 우리를 부릴 수 없습니다. 마치 옛날 유월절에 하나님의 심판을 받은 애굽의 왕 파라오가 더 이상 이스라엘 백성을 억압할 수 없게 된 것과 같습니다. 이제 하나님의 백성에게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집을 세우고 나라를 세우며 열방을 축복하는 제사장의 나라가 되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이것은 마치 새롭게 태어난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니고데모에게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야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요 3:5). 사도들도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새롭게 지으심을 받았으며, 그 목적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신 선한 일을 하게 하시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엡 2:10).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신 선한 일이란 아담에게 하라고 주신 일이며, 아브라함과 이스라엘 백성을 부르실 때 그들에게 하라고 주신 일입니다.
이렇게 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실 때, 그것은 유월절의 어린 양으로서 새로운 언약 백성을 탄생하게 한 사건이며, 그 결과 하나님이 처음부터 예비하신 바로 그 선한 일을 할 새로운 아담들이 일어난 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피조물이라고 했습니다(고후 5:17).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운명하시기 전에 “다 이루었다!”라고 외치신 그 말씀은 어쩌면 하나님이 천지 만물을 다 이루신 것과 같이 창조 사역을 이루신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창조가 있었습니다. 그것을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고 기록합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의 시작은 창세기의 시작과 비슷합니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이야기를 새로운 창세기처럼 기록합니다. 그리고 요한복음의 마지막에서 “다 이루었다!”는 선언은 창세기 2장의 말씀과 서로 통합니다:
이리하여 하늘과 땅과 그 가운데 있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졌다.
창세기 2:1, 공동번역개정판
이것이 예수님의 십자가에 담긴 의미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은 유월절에 일어난 일입니다. 예수께서는 유월절의 본래 의미를 되살리셨으며 그 범위를 이스라엘에서 온 인류로 확대하셨습니다. 그리고 요한은 유월절의 사건을 해방을 의미하는 출애굽의 이야기를 넘어 새로운 창조를 의미하는 창세기의 이야기로 확대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찬예식을 하여 예수님이 하신 일을 기념할 때 우리는 신약성경의 사도들이 가르치는 바에 따라 새로운 언약백성이 되라고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셨다는 사실을 기억합시다. 또한 이 구원을 우리에게 주시려고 이 세상 임금을 쫓아내셨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애굽의 파라오가 유월절에 쫓겨난 것처럼 이 세상 임금이 십자가로 심판을 받았음을 기억합시다. 그리고 “다 이루었다!”고 선포하신 예수님의 십자가 선언이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었다는 새로운 창조의 선언임을 기억합시다. 그 결과 우리는 새로운 피조물로 다시 빚어졌고, 예수님과 함께 일어나 하늘에 올라 앉게 되었다는 사도 바울의 말씀을 기억합시다(에베소서 2:6).
이런 이유로 옛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성소에 들어갔다면 우리는 새 이스라엘로서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하늘에 앉게 되었으며 하나님의 성소 앞으로 인도되었음을 기억합시다. 그렇게 우리는 땅에 살면서 하늘의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하늘의 정신을 이 땅에 펼쳐 나가라고 하나님이 부르신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기도하는 가운데 하늘의 뜻을 깨닫고 이 땅에서 실천합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바로 그 길을 가셨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언약 백성입니다. 이 성찬식은 그것을 잊지 말라고 주님이 제정하신 의식입니다.
<끝>.
성찬식의 기도:
하나님 아버지, 주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시려고 모세를 통하여
유월절을 제정하시고 그 밤에 파라오를 심판하신 것처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새로운 유월절을 제정하시고 이 세상 임금을 심판하셨습니다.
옛 이스라엘이 유월절을 통해서 언약백성으로 세워진 것처럼
우리들도 예수님의 유월절 식사를 통해서 새로운 언약 백성으로
다시 세워진 것을 믿습니다.
오늘 저희들은 이 성찬식에 동참하면서
예수님이 세우신 새 언약의 식사에 참여합니다.
이 식사에 참여함으로써 저희들은 그 동안 우리를 묶고 있던
죄와 저주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되어
생명을 주시는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살게 될 것을 믿습니다.
또한 이 식사에 참여함으로써 저희들은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도록
예수님을 본받아 살 것을 다짐합니다.
저희들이 사는 동안에 말과 행실을 통하여
예수님이 보여주신 자비와 진실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