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의 하루하루를 기다려
28일 새벽을 맞아들이다.
이슬도 별님도 달님도
하늘에 들어 잠이 든
오직 우주의 기운만이 깨어 세상을 어루만지는 시각
나는 봄 맞으러 떠난다.
버스로 4시간을 달려 도착한 경남 통영 여객선 터미널
여명이 터오는 여섯시
배낭을 메고, 짊어진 자들이 빼곡이 터미널을 메우고 있다.
터미널의 여객 행선지는 , 내가 가는 비진도를 비롯하여
욕지도, 사량도 , 연화도를 비롯하여 너뎃 군데가 되는 듯 하다
세월호의 아픔으로 승선의 규칙이 잘 지켜지고 있음을 몸소 느낀다.
잔잔한 남쪽 바다의 품에 평화롭게 떠 있는 섬들을 살펴보며 바다 내음에
빠져 들기를 40분만에 비진도 외항에 도착한다.
간간이 떠 있는 구름 사이로 비쳐드는 햇살 아래서 간단한 몸풀기를 끝내고
나와 들꽃 두나와 섬돌이 셋은 오른쪽 선유봉을 택한다.
천운 산악회가 계획한 행선지는 내항을 돈 다음, 외항 선유도를 돌아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것이지만, 나는 봄을 더 느껴 보고자 내항의 행선지는 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선유도로 오르는 외항의 비진도길은 초입부터
" 나도 밤나무요, 너도 밤나무요 천천히 구경하고 가이소"
하며 나무들이 애살맞게 온 몸으로 반긴다.
선유봉을 안은 산은 봄의 시큼털털한 향기를 날리고 있다
지줄대는 산새 소리에 섞인 감미로운 바람에 키 큰 진달래는 가지마다 연분홍 꽃을
탐스럽게 피어내고,
진달래 위로 하늘을 가리운 동백도 연빨강을 수 없이 달고,
아래로는 별꽃, 노루귀꽃, 호색환들이 간간이 피어 함께 봄을 알리고 있다.
이 모든 생명들이 봄을 맞이하며 감미로운 봄 바람에 묻어나던 향기임을 알았다.
돌산이라 자생하는 나무들은 모두 구불구불 자라고 둥치가 빼빼말라있다.
험한 곳에서 뿌리 내려 잘 자라 숲을 이루어, 이 곳을 지키고 있는 나무들이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인중에 힘든이 생각나 함께 왔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도 든다.
짙은 푸른 빛의 바다와 연분홍 진달래, 연빨강의 꽃과 소나무, 나도, 너도 밤나무는 멋진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음을 전망대에서 다시 한번 알아본다.
선유봉 아래로 보이는 바위에는 낚싯꾼들이 어느새 자리를 틀고 앉아 고기잡이에 바쁜 손놀림이다.
산의 곳곳엔 크고 작은 바위들이 빼곡하고 그 사이 사이 어찌 생명줄을 놓치지 않
고 이어 가는지 진달래가 , 진달래가 피어서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산을 오르며 이러한 풍경을 만날 때 마다 시조들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들꽃 두나와 어느 노인이 수로 부인에게 절벽우에 핀 꽃 한송이를 꺾어 바친
"헌화가" 를 간간이 기억하며, 즐거웠다.
선유봉을 안은 외항의 비진도는 옛 선조들을 떠올려 보게 하며 학창 시절로 되돌아 가 보게 하는
낭만의 섬이다, 내게는...
세곳에 설치 되어 있는 전망대에는 비진도가 품어 안은 많은 섬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이름을 알아본다
일상으로 돌아가서 금방 잊어버릴 터이지만, 이곳에 왔으니, 알아는 보는게 예의일 듯 싶어 그리한다.
전망대를 모두 벗어나니, 길은 마을로 이어진다.
마을로 들어서는 곳은 마치, 원시림으로 들어서는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그도 그럴 것이, 수령이 오래된 후박나무 군락지로 어두컴컴한 숲과 독바위들이 우뚝우뚝 섯는 폼이 그러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신비스런 분위기를 즐기며, 나오니, 비진암이 보인다.
비 진 암
비진암
잠긴 문이 발걸음 재촉하니
후루룩 삐삐삐
후루루 삐이삐삐
꾀꼴 새 노래 하고
수백년 동백은
송이송이 붉어
발걸음을
붙든다.
수백년 수령의 동백과 노랑꾀꼬리가 노래하는 한가한 비진암에 누추한 시 한수를 읊조리며
돌담길에 앉아 쉬며, 새 소리에 마음을 씻어 본다.
봄이 내려 앉은 비진암을 나오다 , 두고 오기 아쉬워 뒤를 돌아다 본
그곳에 벚꽃인지, 매화인지 가지 가지에 헤아 릴 수 없는 꽃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내항을 돌지 않고 돌아본 외항의 선유도에서 여유로운 점심을 몽돌 해변에서 먹으며 만끽한다.
함께 했던 섬돌이께서 따온, 티비를 통해 봤던 거북손이를 넣고 끓인 맛있는 라면에 밥에 시장끼를 해소
하고, 들꽃 두나와 함께 내항 품에 안겨 살아가는 이들의 집을 한곳한곳 돌아보며 선착장으로 돌아와서도
시간이 꽤 흘려 일행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
오후 두시 배를 기다리며
몇몇 회원들과 운동장 아이들이 되어 비석치기를 하며 박장대소를 한다.
놀이는 사람을 신명나게 만들며 관계를 가깝게 하는 좋은 문화임을 재발견하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새벽부터의 강행군에 지친 몸을 뜨끈하게 데워진 배의 마룻바닥에 맡기며 40분의 휴식을 끝내고 통영에
도착한다.
굴축제 기간이라 터미널 근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우리는 동피랑 벽화 마을을 걷기로 한다.
티브이 연속극에도 나와 유명세를 타고 있는 동피랑 벽화마을!
모대학 교수님이 한 그림에 꽂힌 내게
"저 그림은 세계에서 세손가락에 꼽히는 키스해링의 작품"
이라며 그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외에는 어느 곳에서건 볼 수 있는 그림들이라, 나는 중간쯤 올라와 색다른 작품과 대면한다
그림인즉슨, 좌, 우측으로 저희들끼리 재미지게 놀고 있는 원숭이들 가운데 떠억하니 자리하나 차지하고
있는 호랑이 한마리, 호랑이는 지금 휴대폰으로 누군가 통화를 하며 원고지에 숫자를 쓰며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그림이였다.
갑자기 장난기가 동하여 들꽃 두나와 함께 올라가는 것은 의미없다며 호랑이와 얘기를 나누며, 통영 앞바다를
즐긴다.
나폴리를 닮았다며, 모두들 얘기를 하는 이곳!
나폴리를 가 보지는 않았지만, 닮았다고들 하니 닮은 곳이겠지만, 어째 마음은 좀 그렇다.
왜우리는 꼭 우리 것을 보고도, 유명세를 타는 외국의 것과 닮았다며, 더 찾고 길거리에 간판도 그 이름을 따라
쓰며 . 그리 하여야만 하는 것일까?
우리는 진정 우리의 것으로, 우리만의 독특함과 아름다움을 내세울 수는 없단 말인가!
통영은 나폴리를 닮은 곳이 아니요, 통영은 대한민국의 통영일뿐이요
아담하면서도, 고즈녁하고, 섬세하며 사람들의 활기가 넘쳐나는 곳 그래서 아름다운 곳
여행하고 싶은 곳
아름다운 통영을 봄바람과 함께 나누다. 통영의 한 횟집에서 회와 매운탕으로 저녁을 먹는다.
일행들보다 빠른 저녁을 먹은 후 몇명은 시장골목에 나와 통영의 장터에 있는 먹거리와 그곳에 기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한 생선가게 앞에서 발걸음이 멈춰졌다.
봄이라지만, 아직은 조석으로 찬 기운이 도는 터라 손이 시려울텐데, 바닷 바람에 말릴 참 가자미 손질에
얼굴이 빨개진 한 어머니!
가족의 행복한 얼굴이 그 위로 겹쳐진다.
세상 어디에서건 만나게 되는 어머니, 어머니들
그 얼굴에, 손에, 잡힌 주름이 이제는 보인다.
그 주름들이 우리를 키웠고, 지금도 먹여 살리고 키워내고 있음을...
이번 산행은 산행이라기 보다
여행이며, 사람을 만나는 길이였고, 사랑을 알게 하는 길이였다.
첫댓글 항시 좋은글 써주시는 들꽃하나님 감사합니다
잘읽고 갑니다 ~~~^^
산행기가 예술이네요 잘 읽엇읍니다.
한편의 수필이네요 정말 멋있게쓰네요
바쁜 총무는 이제서야 박샘 후기를 읽었네요.
섬산행의 여유로움만큼... 후기도 너무 여유롭게 쓰셨네요.
잔잔한 후기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담달 산행은 신청 안하셨군요~ 아쉽...
오후시간 꾸벅꾸벅 졸다가 까페들어와 후기을 보면서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네요 표현도 이쁘고 느낖도 좋고 잔잔하게 써내려간 후기보면서 비진도
섬을 또한번 떠올리며 착한미소 지어보는
조금은 지루한 오후시간 잘 읽고 나갑니다
항상 그곳보다 글이 더 예뻐요...후기만 읽고 비진도에가면 쬠 서운할듯....감사합니다
항상 애쓰시는 울 총무님! 사월은 제가 중고딩 셤기간이라 함께 하지를 못해 저두 아쉬워요
항상 수고 많으신 울 총무님! 사월은 제가 중고딩 셤 기간이라 주말에 공부시켜야 해서 함께 못해도 마음만은 항상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