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양로연을 재현하다
-수원화성문화제 낙남헌 양로연
수원화성문화제의 한 행사로 화성행궁 낙남헌에서 ‘양로연’이 열렸다. 이 행사는 조선시대 정조의 애민과 효의 뜻을 담은 양로연을 재현한 것으로, 만 60세 이상 시민 100명을 모시고 10월5일 열렸다.
정조는 그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화성의 융릉으로 옮긴 뒤 11년간 13번 원행(왕 친족의 묘소에 가는 것)을 했다. 1795년에는 환갑을 맞은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정조가 8일간 원행을 했다. 정조는 이 원행 때 70세 이상의 관리들 15명, 환갑을 맞은 노인들과 80세 이상의 백성 484명을 초대하여 양로연을 펼쳤다. 양로연에 초청 받은 이들은 정조와 같은 음식을 차린 밥상을 받았고, 노란 손수건과 지팡이도 하사받았다.
수원시가 재현한 양로연에서는 정조가 대접했던 것과 같은 음식이 그대로 차려졌다. 놋그릇에 담긴 음식은 떡갈비, 오이선, 약과, 우엉, 연근, 그리고 연잎밥과 타락죽(쌀가루와 우유로 끓인 죽), 오미자차 등이다. 먹을것이 흔한 오늘날 기준으로는 소박한 음식일지 모르나, 음식 하나하나가 정성을 가득 기울인 것이었고, 18세기 당시에는 귀한 음식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정조의 양로연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라는 의미가 더 컸다고 하겠다. 또한 정조가 하사했던 것처럼 노란 손수건과 함께 지팡이 대신 종이꽃이 선물로 주어졌다.
음식과 함께 공연이 뒤따랐다. 가야금과 생황 연주는 이색적인 생황이라는 악기와 국악과 퓨전국악의 형식으로 연주되어서 전통에 새로움을 더했다. 그리고 화려한 장구춤과 부채춤도 이어졌다.
양로연은 사전예약으로 본인 또는 대리 신청으로 만60세 이상 시민 100명을 모집하였다. 기본 정보와 참여동기와 사연을 써서 신청하여 선정된 분들을 모셨다. 부부가 직접 신청해서 같이 오기도 했고, 자식이 사연을 써서 신청하여 부모를 모시고 오기도 했다. 팔순 노모가 음식을 드시는 동안 중년의 두 아들이 번갈아 가며 어머니 곁에 가서 얘기도 나누고 자신의 겉옷을 덮어주고 수발을 드는 모습이 애틋하게 아름다웠다.
양로, 노인을 보살펴 편하게 지내게 함. 양로연은 그러한 잔치였다. 각 동마다 대개 연중행사로 경로잔치가 열리지만, 음식을 나누는 자리라는 의미 이상의 의미를 담는 행사가 양로연이었다.
구채윤 주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