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량어모자(莫良於眸子)- 눈동자는 마음의 거울이다. 예로부터 ‘사람의 마음을 알려면 눈동자를 보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면 대체로 눈동자부터 바뀐다. 또 화가 나면 눈동자에 분노가 서리고 기쁜 일이 생기면 눈동자에 화색이 돈다. 거짓을 말할 때는 상대방을 똑바로 보기 어려우며 확신에 차지 않은 말을 하는 경우 상대방을 강하게 주시하지 못한다. 그래서 눈은 내면의 거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 눈동자를 함부로 쳐다보기 어렵다. 만약 다른 사람의 눈동자를 함부로 쳐다보다간 온갖 오해를 받기도 한다. 각종 시험에서 면접을 볼 때 그동안은 대면 면접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러나 최근에 와서 대면 면접이 사적인 감정이 작용한다고 하여 비대면 면접을 권장하고 확대하는 추세에도 있다. 과연 그 비대면 면접은 옳은 것일까? 일찍이 맹자는 사람에게 보존되어있는 것 중에서 눈동자만큼 좋은 것은 없다(맹자왈존호인자막량어모자 孟子曰存乎人者莫良於眸子)고 하면서 눈동자는 그의 모든 기운을 대변하며 그의 모든 것을 알게 한다고 했다. 맹자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눈동자는 그 사람의 악(惡)을 절대로 은폐하지 못한다(모자불능엄기악 眸子不能掩其惡). 가슴속이 바르면(흉중정 胸中正) 눈동자가 밝고(칙모자료언 則眸子瞭焉), 가슴 속이 바르지 못하면(흉중불정 胸中不正) 눈동자가 흐리다(칙모자모언 則眸子眊焉)고 했다.(맹자 이루장귀 상 15-1) 위에서 양(良)은 좋은 것을 뜻하는데 여기서는 사람의 장기 중에서 사람을 알기에 가장 좋은 것이란 의미이다. 모자(眸子)는 눈동자를 말하며 료(瞭)는 밝음을 모(眊)는 무엇인가가 가려 밝지 못한 모양을 뜻한다. 따라서 마음이 선하고 정직하면 눈동자가 밝고, 거짓이 있거나 분노가 차면 그것이 구름이 해를 가리듯 눈동자를 가려 밝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고(청기언야 聽其言也), 그 사람의 눈동자를 관찰하면(관기모자 觀其眸子) 사람들이 자신을 숨길 수 없다(인언수재 人焉廋哉)고 했다. (맹자 이루장귀 상 15-2) 즉 그 사람의 말과 눈동자는 그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것이다. 맹자의 이 말은 틀린 것일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세계적인 얼굴 연구자인 대니얼 맥닐 역시 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배어 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이 그 얼굴을 진정으로 잘 살펴볼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진실과 음모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놀랍게도 그 사람의 거짓말을 분별해내지 못한다. 알아도 증명할 길이 묘연하다’고 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문학 작품을 평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독교 국가에서 그분보다 사랑이나 미움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도 없으리. 그분의 얼굴을 쳐다보면 마음을 훤히 알 수 있는 것을”이라고 헤이스팅스는 리처드 3세를 두고서 말한다. 이것은 문학상에 나오는 가장 순진한 대사 중의 하나이다. 왜냐하면 헤이스팅스가 그 말을 하고 나서 침이 채 마르기도 전에, 리처드 왕이 그를 죽이라고 명령을 내리기 때문이다. 속임수는 하나의 집착처럼 셰익스피어를 사로잡았다. 속임수는 「오셀로」 「리어왕」을 낳았고, 「리처드 3세」에 깊이 배어들었으며, 「햄릿」을 단단히 지탱했고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낭만적 희극속에서 춤을 추었다.(대니얼 맥닐 저, 안정희 역, 『얼굴』 385 쪽) 사람들은 많은 경우 눈맞춤으로 그의 거짓말을 찾아낼 수 있지만, 과학적으로 증명할 길은 묘연하다. 인간 세상에는 욕망의 그늘에 속임수가 춤을 추고 사람들은 그 속임수를 밝혀내기 어렵기 때문에 속임수와 속임수를 밝히기 위한 추적은 수많은 문학 작품에서 흥미를 유발한다. 눈동자를 보고 그의 거짓을 증명하려고 하는 것은 심증적인 일이지 과학적인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강심장을 가진 사람이나 사이코패스(Psychopath)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양심을 속이고 거짓을 말한다면 상대방을 똑바로 주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맹자는 그러한 인간의 속성을 말한 것이라 여겨진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눈동자에 그의 내면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대면 면접은 그 사람을 얼마나 편견 없이 평가할 수 있을까? 공자가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 했듯이, 셰익스피어가 “신은 너의 내면을 보지만 사람은 너의 내면을 보지 못하고 겉을 보고 말한다.”고 했듯이 사람이 외모와 얼굴, 눈동자에 풍기는 모습은 상당 부분 그의 내면을 알려주는 소중한 정보가 아닐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눈동자와 얼굴을 보고 평가하는 사람 자체가 얼마나 밝고 맑은 눈을 가졌는가일 것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의 눈은 일말의 편견과 아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린 맹자의 위의 말[막량어모자(莫良於眸子) 즉 눈동자는 마음의 거울이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린 이 말을 ‘마음을 늘 밝고 맑게 가지려 노력하여야 한다’는 자기 수양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 같다. 마음이 바르고 맑지 못하거나 사악하면 그 모든 것은 눈동자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공자도 사람의 기심(欺心-거짓된 마음)은 얼굴로 드러난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자기의 마음에 거짓이 깃들지 않도록 노력하는 길인 듯하다. 그런데 요즈음 많은 정치인들이 눈 하나 까닥 않고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를 어찌하랴. 국민이 그것을 간파할 줄 알아야 그래도 좀 더 나은 지도자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나는 맹자의 “막량어모자(莫良於眸子-눈동자는 마음의 거울이다.”란 말을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