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공약인 65세 이상 법적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 확대는 양립 가능한지 자신의 생각을 논하시오. (2025, 아주경제)
제로섬 게임이 시작된다. 최근 정부가 법적 정년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년을 만 60세에서 65세로 늘리고,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불일치해 소득 크레바스가 존재하고, 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자리는 총량이 한정된 자원이나 희소가치에 가깝다. 고령층의 생업 전선을 넓힐수록, 청년의 취업 전선은 쪼그라든다. 급격한 정년 연장이 불러올 부작용도 크다. 결국 법적 정년 연장은 청년 고용 확대와 양립하기 어렵다.
‘정년 연장 = 청년 고용 감소’ 공식은 증명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3년 만 60세 정년이 의무화됐다. 그 결과 정년 연장의 예상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고령 고용 증가는 0.6명 증가했지만, 청년 고용은 0.2명 감소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의 고용 비용 부담이 정년 연장으로 인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연공서열제가 뚜렷한 한국에서는 고령 고용 보장에 들이는 비용이 더욱 크다. 기업이 이를 상쇄하려면 신규 채용을 축소하는 수밖에 없다. 기업의 청년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 청년들의 사회 진출과 일경험 축적도 늦어진다. 이는 청년들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막심한 손해다.
정년 연장의 긍정적 효과도 섣불리 낙관하기 어렵다. 아이러니하게 정년이 급격하게 큰 폭으로 연장되면 고령 고용 감소가 선행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 입장에서는 정년이 임박한 고임금자의 명예퇴직이나 권고사직을 유도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소득 공백을 메꾼다는 본래 목적과 판이한 결과다. 정년 연장이 곧 고령층 고용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정년 연장의 예상 수혜자가 1명 증가할 때, 고령 고용 증가가 0.6명에 그쳤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 경우에는 정년 연장보다 기존 정년(만 60세)부터 보장하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고령화하는 인구 구조상 정년 연장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정년 연장에 앞서 최소한 두 가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첫째로 뿌리 깊은 ‘연공서열제’를 타파해야 한다. 연공서열제 하에서 급격한 정년 연장은 청년의 일자리를 빼앗고, 세대 간 갈등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기존 정년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다는 점이다. 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정년을 보장하기 때문에 구직자의 대기업 선호가 강해지고, 이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 결국 무리한 정년 연장은 청년들의 일경험 축적을 늦추고, 사회 전체의 미래 역량을 약화할 것이다. 정년 연장이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