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를 위해 버스를 타고 20여분 달려서 한식 식당으로 간다. 요즈음은 참으로 좋은 세상이 되어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우리가 가는 곳이 어디고 어떤 음식을 파는지를 구글 지도를 통해서 다 볼 수가 있다. 여행 내내 지금 지나가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를 보고 멀리 보이는 산과 호수 그리고 도시들의 이름을 기억하면서 가는 것도 여행의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무슨 재미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처럼 이름을 불러 줄 때 비로소 꽃이 되었다고 하는 것처럼 자신이 보면서 지나가는 곳의 이름을 알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이 음식점은 본래 네팔음식점이라 네팔 풍의 내부 장식과 네팔어로 쓰인 간판이 보이는데 성수기에만 노르웨이 현지 교민이 임대해 식당을 운영한다고 한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오슬로 시청사로 향한다. 시청사로 향하는 도중 현지 가이드는 오늘 오슬로는 저기압 상태라 비가 오락가락 할텐데 노르웨이의 날씨는 요즘 온난화의 영향으로 급변하는 경우가 많아 갑자기 폭우가 내리는 경우도 있으니 준비하라고 당부한다.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노르웨이 시청사에 도착한다. 시청사 입구에서 관람에 앞서 간단히 시청사에 대해 소개한다.
“오슬로의 상징인 시청사(Radhuset)는 왕궁과 의회건물에서 걸어 갈 수 있는 해안가에 위치해 오슬로 피오르드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1920년 공사에 착수하였으나 2차대전을 거치는 동안 건축이 중단되었다가 1950년에 오슬로시 창립 900주년을 기념해서 완공되었다. 시청사는 오슬로에 위치한 중요한 건축물 중 하나로, 오슬로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곳으로 사용되며, 오슬로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물이다. 오슬로 시청사는 1950년에 완공된 고딕 양식의 건물로, 건축가 아른스타인 아르네베르(Arnstein Arneberg)와 마그누스 포울슨(Magnus Poulsson)에 의해 건설되었다. 원래의 시청사는 17세기에 건립되었으며, 1624년의 대화재로 파괴되어 1733년 새로운 시청사가 선정되었으나, 이후 도시의 성장에 따라 여러 건물로 이전하다 19세기 들어 신청사를 건축하려고 하였으나 자금 부족으로 인해 계획이 무산되었다. 현재 오슬로 시청사는 이전 건물들의 장소에 세워진 것으로, 오슬로의 역사적인 변천을 반영하고 있다. 오슬로 시청사는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고딕양식의 건물로, 아름다운 2개의 탑이 특징이다. 이 건물은 낭만주의와 신고전주의가 적절히 결합돼 있다고 하며 건물의 내벽과 외벽은 노르웨이의 대표적 예술가들의 그림과 조각으로 장식돼 있는데 또 하나 유명한 것은 노벨평화상이 이곳에서 수여된다는 것이다. 노벨상의 모든 상은 스웨덴의 노벨박물관에서 수여되는데 노벨평화상만은 오슬로 의회에서 선정하고 수여도 이곳에서 수여하도록 노벨이 유언을 하였다.”아마 노르웨이가 1814년에 스웨덴의 속국이 되었다가 1905년에 독립하는데 100년 동안의 잘못에 대한 속죄의 뜻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시청사 입구 중앙에는 오슬로의 상징인 백조상이 자리하고 있고 벽면에는 화려한 시계와 이름 모를 조각상(오슬로 시의 마스코트 여인상이라 함)이 있다.
건물 1층으로 들어서니 넓은 홀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는 곳이라고 한다. 노르웨이 국회에서 선정한 노벨평화상위원회는 매년 10월 중순 수상자를 발표하고 노벨의 서거일인 12월 10일 이곳에서 시상식을 거행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 대통령도 이곳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곳이라 어쩐지 좀 더 친숙해 보인다.
벽면에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일상생활, 바이킹 신화, 문화와 역사 등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점령으로 인한 어두운 역사를 표현한 벽화도 보인다. 시청 그림에 참여한 화가만 28명이라고 한다.
2층에는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거대한 유화와 노르웨이의 대표적 예술가 뭉크(Munch)의‘생명’이라는 작품을 비롯해서 수많은 벽화와 그림이 있다고 하는데 시간에 쫓겨 구경하지 못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그림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뭉크의 그림을 보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
시청사 밖으로 나오니 시청사 앞에 분수가 있는데 화재로 소멸된 이곳을 크리스티안 4세가 복구하고 크리스티니아로 명명한 것을 오슬로로 다시 환원한 것을 기념해 ‘여기가 오슬로야’라고 표시하는 조형물이란다.
시간에 쫓기는 패키지여행은 가이드가 지나가면서 그림과 방에 대해서 설명하지만 사진찍기에 바쁘고 가이드 설명도 잘 듣지 않는 것이 패키지 여행객들의 일반적인 현상이다. 나는 여행 전 나름대로 여행지에 대해 자료를 찾아 읽어 보고 정리해 소책자로 가지고 다니며 이동 중에 다음 여행지에 대해 다시 읽어보며 나름대로 관심을 기울이지만 가이드가 설명하는 시청사 그림 하나하나를 잘 알 수는 없다. 사실 그림이나 조각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적어도 하루 이상 한곳에 머물며 감상해야 할 것이다.
버스를 타고 시청사에서 멀지 않은 칼 요한슨 거리로 가는 도중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건물은 오슬로 국립극장으로
건물 앞에는 있는 동상은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극작가 입센과 노르웨이 국가 작사자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동상이며 극장 안의 호화스러운 로코코 홀은 입센의 연극을 공연하기 위해서 지은 것으로 국립극장 측은 2년에 한 번씩 8월 말에서 9월 초에 국제적인 입센 축제를 개최하는데 축제 기간 동안에는 연극 공연뿐만 아니라 콘서트, 전시회,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칼 요한슨 거리는 오슬로 최대 번화가로 중앙역부터 노르웨이 왕궁까지 길게 이어지는 약 1.5km거리로 오슬로의 샹제리제라고 불리는데 거리의 명칭은 1852년에 스웨덴-노르웨이 연합 왕국을 다스렸던 칼 14세 요한(Charles XIV John)의 이름을 따 붙여졌으며 2륜차와 자동차가 없는 거리로 마음 놓고 거리를 걸으며 카페, 상점, 레스토랑 등 쇼핑을 즐길 수 있으며, 오슬로대학, 국회의사당, 국립극장 등이 있어 노르웨이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붐비는 곳이라 한다. 이 거리는 오슬로에서 가장 중요하고 활기찬 도로 중 하나로,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는 주요한 명소로, 19세기 초 노르웨이의 국민영웅이자 스웨덴과 노르웨이 연합을 이룬 칼 요한(Karl Johan) 왕의 집권시대를 상징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오슬로 중심부로 연결되어 있어 도시의 역사적 발전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칼 요한스 거리와 주변지역은 오슬로에서 열리는 공연, 음악행사, 축제 등의 다양한 문화활동과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인데 그 중 국립미술관은 노르웨이와 국제적인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예술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명소 중 하나라고 한다. 칼 요한스 거리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축제가 열리는데 가장 유명한 축제는 노르웨이의 국경일인 5월17일<노르웨이의 구 제헌절 시트네 마이(Syttende Mai)>로, 이때 거리는 축제 행렬과 축하 행사로 가득 찬다고 한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보행자 우선 거리로 운치 있는 카페와 아담한 상점들이 들어서 있으며, 곳곳에 풍부한 녹지가 조성되어 있는 시민과 관광객들의 휴식처인데 우리나라의 차 없는 명동과 인사동을 합쳐 놓은 느낌이다.
이 거리는 다양한 건물과 건축물로 가득해 오슬로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현대적인 스칸디나비아 양식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오슬로 대성당, 칼 요한스 거리 14 등 오슬로의 랜드마크 건물도 위치하고 있으며, 다양한 상점과 브랜드 매장도 보인다.
칼 요한슨거리를 걸어 올라가면 노르웨이 국회의사당이 있다. 그 옆 호텔은 노벨평화상수상자가 시상식에 참석할 때 이 호텔에 묵는데 이 때 호텔 발코니에 나와 시민들에게 인사한다고 한다. 아마 김대중 대통령도 이 발코니에서 오슬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었겠지?
버스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폭우가 내린다. 보통 비가 아니고 완전히 양동이로 쏟아 붓는 듯한 폭우라 인근 백화점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는데 도무지 그칠 기미가 없고 거리는 이미 발목까지 차오를 정도로 강을 이루고 있다. 큰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오슬로 거리는 배수시설이 열악한 것 같다. 가이드에게 우리 위치와 약속시간까지 버스로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을 휴대폰으로 알려 준다. 그렇게 30분 정도 지나자 비가 좀 잦아 든 틈을 이용해 약속장소로 가는데 아직 거리에 물이 덜 빠져 신발은 물론 양말까지 다 젖은 채 간신히 약속장소에 도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