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
”이형! 내년 5월에 윤준경 시인 작시곡 연주회가 있는데 이 형께 ‘황혼의 옷자락’(고 이수인 헌정시 윤준경 작시 정덕기 작곡)‘ 연주 부탁합니다.“
오병세 대표님이다. 그분과 저는 갑장이다. 3년 전 고교 선배의 권유로 독창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최은순 반주자님의 추천으로 우리 가곡 연주회 무대에 선 지 3년여 늘 기회를 주시는 내겐 정말 은인같은 분이다. 악보를 보고 유튜브에서 김정연 소프라노가 부른 소리를 들어보니 저같은 초짜 아마추어가 부르기에는 벅찬 노래다. 부담이 커지고 정신이 번쩍 들어 매일 반복해서 듣는다. 우선.
오대표님 덕분에 거의 매일 악보를 보며 산다. 악보는 제게 인간의 에너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는 양태를 순간 포착해 표기해 놓은 위치 에너지 기호다. 그래도 사람의 에너지와 시간의 흐름은 저마다 제각각이고 저마다 고유하다. 작사가 작곡가 반주자 연주자 4분의 고유한 에너지가 버무려져 다시 고유한 운동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 그것이 연주가 아닐까?
그래서 사실 나는 연습하면서 유명한 연주가들의 영상을 잘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노래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악보를 저 나름 살아온 저만의 방식으로 작사자 작곡가가 표기해 놓은 범위 내에서 반주자와 재해석하는 것이 연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연주에는 잘하고 못하고가 없다.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삶이 묻어나올 뿐이다.
저를 독창의 세계로 이끌어 주고 배재 솔리스트 모임을 4년여 이끌어 온 고교 4년 선배(테너)는 며칠 전 뇌동맥에 꽈리가 생겨 독창을 포기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유유히 연습장에 나타났다. ”검사 결과 꽈리가 그리 크지 않다네. 조심해서 살살 부르지 뭐!“ 저희 반주를 맡아주시는 최은순 선생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본인이 내과 의사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상황인데, 의외로 초연하다.
막상 연주가 시작되자 냅다 고음을 질러댄다. 전 그때 그가 독창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난 그가 삶의 마지막까지 자신만의 고유한 삶을 살고 싶다는 간절한 바램의 소리로 들려 숙연했다.
연주는 남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살아갈 에너지를 스스로 부여해주는 동력의 원천이다.
첫댓글 같은 곡을 연주자 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의 노래에는 선생님의 색이 입혀져서 깊은 감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격려 감사드립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