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마바드에서 만세라(Mansehra)를 거쳐 나란(Naran)으로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카라코람하이웨이 여정이 시작되는데 출발 시간이 9시 30분으로 다른 날에 비해 비교적 여유있는 아침이다. 5시에 일어나 호텔 주변을 산책하며 가벼운 체조로 몸을 풀고 7시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데 일행 중 비교적 젊은 상배씨가 직접 내린 커피를 준다. 오랜만에 드립 커피를 마시니 커피 맛이 새롭다. 9시 호텔 로비에 캐리어를 가져다 놓자 버스 기사들이 캐리어를 버스 지붕에 싣는다. 9시 30분 호텔을 출발한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오늘의 목적지 나란까지는 256㎞이며, 도중에 점심도 먹어야 해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7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내일 목적지가 길기트(Gilgit)로 본래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베샴(Besham)을 거쳐 칠라스(Chilas)로 가는 길(N35)이지만 지름길(N15)인 낭가파르밧(Nanga Parbat)이 보이는 바부샤르 패스(Babusar Pass)를 넘어간다고 한다.
버스가 카라코람 하이웨이에 진입해 아보타바드 근처에 이르자 무장한 관광경찰이 탄 픽업트럭이 버스를 에스코트한다. 도중에 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시작점인 아보타바드(Abbottabad)라는 곳을 거쳐서 가게 되는데 이 도시는 해발 1,256m 고원에 있는 인구 20만이 넘는 파키스탄 북부의 도시로 9.11테러의 배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이곳에 숨어 있다가 2011년 5월 2일 미군의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곳이어서 유명해진 도시이다. 파키스탄 군정보부는 미국과의 공조로 사전에 오사마 빈 라덴이 이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진즉부터 알고 있다 결정적인 때를 기다려 미군 특수부대원들이 사살했다고 한다. 우린 아보타바드가 우리의 여정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 아보타바드 좌측으로 난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달리며 버스 속에서 멀리 아보타바드 시내를 눈으로만 보고 지나친다.
11시 10분경 휴게소에 잠시 정차해 화장실을 들린 후 만세라(Mansehra)를 향해 출발한 버스는 12시가 좀 넘어 만세라 시내로 진입한다. 만세라는 별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꽤 큰 도시로 보인다. 버스는 만세라에 있는 한 호텔(karakuram Hotel)에 정차한다. 이 호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간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우리를 에스코트한 경찰차와 관광 경찰이 호텔 앞에서 지키고 있다. 차파티, 닭고기 조림 등 파키스탄 전통음식과 짜이로 점심식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우리를 에스코트한 관광경찰이 밖을 지키고 있다. 다가가 식사하셨냐고 영어로 물으니 웃기만 하기에 같이 사진 찍어도 좋으냐고 하니 좋다고 한다.
다시 버스에 올라 나란(Naran)으로 향한다. 호텔을 출발한지 얼마 안 돼 물살이 빠른 쿤하 강이 보이고 다리를 건너자 언덕을 오르는데 언덕 아래로 만세라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이제부터 만세라-나란-잘카드-칠라스 도로라는 15번 도로를 따라간다. 이 도로는 파키스탄 사람들의 인기 있는 여름 휴양지 카간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데 주변 경치는 아름답지만 경사가 가파른 구간과 급회전 구간이 많아 지나는 동안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경사진 고갯길을 오르던 버스는 힘에 겨운지 에어컨을 껐고 우리를 에스코트하던 경찰 차량은 타이어가 펑크나 차량은 멈추고 경찰이 우리 버스에 탑승한다. 카간 계곡은 소나무 숲, 고산 초원, 수정같이 맑은 호수, 시원한 산이 매력적인 곳으로 쿤하강에 서식하는 송어가 유명하다고 한다. 카간 계곡을 지나는 동안 전통텐트에서 길을 따라 야영을 하거나 사람이 동물, 양, 염소 떼와 함께 계곡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니 평온함을 느낀다. 계곡 주변으로는 호텔과 음식점도 많이 보인다.
오늘날 여행자의 길이 된 카칸 계곡은, 과거에는 계곡을 따라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오래된 교역로였다. 양털과, 소금, 말린 과일을 말에 싣고 이 길을 걸어 나란과 바부사르 패스를 지나 길기트로 향했고, 겨울이 오기 전 비단 등을 싣고 다시 이 계곡을 따라 내려 왔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쿤하강은 그 길 옆을 지키며 유유히 흐르고 있다.
카칸 계곡에는 페르시아 왕자 사이풀 물룩과 요정 바다르 자말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며, 쿤하강은 그 전설이 흐르는 물길이라 불린다고 한다. 페르시아 왕자 사이풀 물룩이 요정 바다르 자말과 사랑에 빠져 이곳까지 찾아 왔고, 그 사랑의 흔적이 계곡 끝 사이풀 물룩 호수에 남았다는 이야기로 지금도 마을 노인들은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호수에 요정들이 내려 온다고 한다.
화장실도 다녀오고 힘들게 운전한 버스기사들의 휴식을 위해 Kunhar Valley View Point, Dana Top이란 전망대에서 20여분 정차한다. 이곳에서 만난 파키스탄인 가족들이 우릴 보더니 한국에서 왔냐고 물으면서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은 가족인 것 같다. 다시 버스를 타고 30분 쯤 달리니 쿤하 강 앞에 자리한 비시안(Bisian)이란 제법 큰 마을이 우측에 보인다. 쿤하 강을 따라 굽이진 산길이 계속되고 멀리 설산(雪山)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후 5시경 쿤하 강 옆 카니안(Khanian)이란 곳 강가에서 쉬면서 화장실도 가는데 길이 좁고 험해 중간에 쉴 곳이 없어서이다. 휴게소에서 차도 마시고 과일(주로 복숭아)도 먹으면서 잠깐 쉬고 다시 출발하여 주변 풍경을 사진도 찍고 구경하면서 일행들은 이런 경치를 보러 왔다고 한다. 달리는 차안이고 덜컹거려 사진 찍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주변 풍광을 구경만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런 풍광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다. 화장실을 다녀 온 후 주위를 둘러보니 레스토랑 뒤편 강가에서 몇 명의 남자들이 소를 도축하고 있다. 지금이 이슬람 희생절 기간이라 소를 도축해서 희생제에 쓰고 마을사람들이 나눠 먹는다고 한다. 희생절을“이드 알아드하”라고 하는데 코란에서 아브라함이 장자 이스마엘을 제물로 바치려 했으나 알라가 염소를 미리 준비해 두고 이스마엘을 살려준 이야기에 유래한 희생절에는 낙타, 소나 양, 염소든 형편껏 가축을 도축해 희생제를 올리고 그 고기를 가족 혹은 이웃과 나누어 먹는 잔치같은 명절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가족과 여행 중인 파키스탄 두 자매를 만났는데 어찌나 귀엽던지 사진에 남긴다.
나란(Naran) 입구에는 산 아래까지 흘러내린 빙하의 흔적이 보이고 산봉우리는 5월 말인데도 흰 눈을 뒤집어쓰고 있다. 나란은 주위가 모두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이라 해가 일찍 져 오후 7시 반인데도 어둡고 마을 전체에 전등이 켜 있다. 마을은 그리 크지 않지만 도로명이 만세라, 나란, 잘카드, 칠라스 도로란 것을 볼 때 이 산길에서는 큰 마을이기 때문일 것이다. 호텔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춥다. 나란은 해발 2,409m에 위치해 여름에도 15℃를 넘는 경우가 많지 않아 피서지로 유명한 곳이라 한다.
길가에 있는 Jovial Gold Hotel Naran에 여장을 풀고 누룽지를 끓여 이슬라마바드 쇼핑몰에서 산 과일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