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광고나 대체의학 잡지를 보면 '산성 혈액'이 온갖 질병을 유발한다고 공포를 조성하면서, 산성을 중화시킨다는 '알칼리수'를 만들어 준다는 기계를 홍보한다. 이 주장은 전혀 근거 없는 허구이다. 알칼리수를 마신다고 해서 혈액의 산도(pH)가 변하지는 않는다. 섭취하는 음식에 따라 산도가 변하는 건 소변뿐이다.
혈액은 완충 시스템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pH는 ~7.4에서 거의 변하지 않으며, 혈액의 pH가 0.4 정도만 떨어지거나 올라가도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혈액 내 알칼리(염기)가 과다하면,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로부터 만들어지는 탄산이 이를 빠르게 중화한다. 반대로 산이 과다하면, 뼈에서 방출되는 칼슘이 산을 중화시킨다.
음식에 따라 산성 잔류물 또는 알칼리성 잔류물이 남는데, 이는 음식 속 무기질(미네랄) 구성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칼슘이 풍부한 음식은 알칼리성 잔류물을 남기고, 황이 많이 든 단백질 식품은 산성 잔류물을 만든다. 황이 체내에서 산화되어 황산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이런 산성·알칼리성 물질의 생성은 혈액의 pH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며, 대신 소변의 pH를 변화시킨다. 우리 몸은 무기질을 소변을 통해 배출하는데, 소변은 혈액과 달리 완충 시스템이 아니어서, 음식의 종류에 따라 그 산도가 달라진다. 염소, 인, 황을 함유한 식품(빵, 시리얼, 달걀, 생선, 고기, 가금류 등)은 산성 잔류물을 남긴다.
이런 지식이 중요할 때가 있는데, 바로 신장결석을 앓는 경우이다. 신장결석은 칼슘과 마그네슘의 인산염, 탄산염, 또는 옥살산염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염은 알칼리성 환경에서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소변이 알칼리성일 때 결석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런 신장결석 환자는 소변을 산성으로 만드는 식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요산이나 시스틴으로 이루어진 결석은 산성 환경에서 형성되므로, 이 경우에는 알칼리성 잔류물을 남기는 식단이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는 알칼리성 잔류물을 남기지만, 옥수수와 렌틸콩은 예외적으로 산성 식품에 속한다.
결론적으로, 알칼리수를 마신다고 해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혈액의 산도를 바꿔 병을 치료한다는 명목으로 판매되는 이런 기계들은 사기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