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봐라! 북쇠야! 우리가 밤낮 응박캥캥 풍악만 할 것이 아니라, 성주님을 모시고 이 댁 가정에 좌정을 시키는 것이었다. 천개는 자하고 지벽은 축하니 사람은 묘하여 인시에 생겼다."
2월 25일 오전 10시. 하얀 바지저고리 위에 삼색띠 두르고 울긋불긋 종이꽃 고깔 쓴 풍물패가 '철마풍물패' 깃발 앞세우고 철마면사무소 앞마당에서 질펀하게 풍물굿을 편다. 상쇠 송문기 입석마을 이장이 풀어내는 지신밟기 성주풀이가 걸쭉하다. 복지회관과 농협, 파출소를 비롯하여 입석마을의 가가호호를 돌며 마을의 안녕과 가정의 안택을 축원하고 액을 쫓는 걸립풍물굿을 벌인다.
잡귀 잡신은 저리로!
만복은 이리로!
풍물 앞세워 가가호호 지신밟기
달집 태우며 마을 안녕 기원
휘영청 떠오른 대보름달
새해 소망을 빌어 볼까지신밟기는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집터를 지켜 준다는 지신(地神)에게 고사(告祀)를 올리고 풍물을 울리어 축복을 비는 세시풍습으로, 땅을 밟으면서 잡신을 쫓고 복을 부르는 내용의 덕담과 노래로 짜인 의례이다. 꽹과리·북·장구·징을 앞세우고 소고패·양반·각시·포수·머슴 등의 잡색이 뒤따른다. 마을신앙의 중심이 되는 신을 위한 당산굿을 비롯하여 공동우물굿을 한다. 그리고 마을사람들 집을 방문하여 지신풀이의 고사소리를 하고, 춤과 익살로 놀이판을 벌여 주인댁을 기쁘게 한다. 이때 제물 겸 답례로 받아온 쌀이나 금전 등은 마을 대소사에 쓰인다.
설 즉 정월 초하루에 시작되는 새해의 의미는 정월 대보름까지 계속된다. 대보름의 '대'는 그해 맨 처음으로 제일 큰 달이 뜨기 때문에 붙인 말이다. 이날은 1년의 첫 보름으로 특히 중요시하고, 그해의 풍흉(豊凶)과 신수의 길흉화복을 점쳤다. 새벽에 귀밝이술을 마시고 부럼을 깨물며, 약밥·오곡밥·복쌈·나물들을 먹는다. 그리고 더위팔기·줄다리기·석전·차전놀이·원놀이·기세배·달집태우기·놋다리밟기·사자놀음·들놀음(야류) 등 여러가지 민속놀이를 했다. 정월 대보름을 기리는 민속들이 연중 세시풍습의 5분의 1을 차지한다.
대보름날 철마면 청년들은 가까운 산에서 소나무 가지와 대나무들을 꺾어 와서 면사무소 앞 공터에 '달집'을 만들고, 문 위에는 짚을 엮어 만든 보름달을 걸어 놓는다. 불에 잘 타는 짚이나 마른나무로 달집 속을 채운다. 바깥쪽에는 생솔 가지를 차곡차곡 쌓아서 이엉을 엮어 씌우고 칡덩굴이나 새끼줄로 감는다. 동쪽하늘이 밝아오면서 달이 떠오를 때쯤이면 철마면장을 앞세워 고사를 지낸 다음 철마풍물패가 풍물을 한바탕 치고 성주풀이를 하여 흥을 돋운다. 동쪽 산허리에 둥근 달 모습이 보이면 횃불로 달집에 불을 댕긴다.(면장이 불을 댕기지만, 더러는 후사 없는 사람이나 노총각이 댕기기도 한다.)
사람들은 달집과 떠오르는 달을 향해 새해 소망을 빌고, 삼재 든 사람은 저고리 동정을 떼어서 불사르고 혹은 고쟁이·속곳·제웅·사주단자·부적·머리카락 등을 태우며 액땜을 비는 소지도 올린다. 아이들은 정초에 날리던 연을 불사르면 액운이 없어진다고 하여 달집에 태운다. 달집을 태우는 날 떠오르는 달을 먼저 보는 사람은 재수가 좋다고 하고, 또 달집이 잘 타야 마을이 길하다고 여겼다. 마을에 따라서는 달집이 넘어지는 방향을 보고 그해의 시절을 점치기도 하였다.
철마풍물 상쇠 송문기 이장은 3대째 마을 상쇠를 맡아 오는 풍물집안 후손답게 신나게 꽹과리 치면서 달집을 돌 것이다. 최근엔 마을버스 등이 들어와 교통이 편리하지만 아직도 면내에는 후미지고 깊은 마을이 많다. 이들은 마을이 안가태평하고 동네어른들 무병장수하도록 기원 올릴 것이다."잡귀 잡신은 저리로! 만복은 이리로!
/부산민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