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수특 문학 만언사 해설
아마도 할 일 없이 생애를 생각하고
아무것도 할 일이 없어 생계를 생각하고
고기 낚기 하자하니 물머리를 어찌하고.
물고기 낚기를 하자하니 배 멀미를 어찌하고,
나무 베기 하자하니 힘 모자라 어찌하며
나무를 베자하니 힘이 모자라 어찌하며,
자리치기 신삼기는 모르거든 어찌하리.
돗자리치기와 신을 삼는 일은 할 줄 모르니 어찌하리.
어와 할 일 없다 동냥이나 하여보자.
아아! 할 일 없다. 동냥이나 하여보자.
탈 망건 갓 숙이고 홑 중치막 띠 끄르고
망건을 벗고 갓을 숙여 쓰고 홑 중치막의 띠를 끄르고
총만 남은 헌 짚신에 세살 부채 차면(遮面)하고
총만 남은 헌 짚신에 가는살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남초 없는 빈 담뱃대 소일 조로 가지고서
담뱃잎도 없는 빈 담뱃대를 심심풀이로 가지고서
비슥비슥 걷는 걸음 걸음마다 눈물 난다.
비슥비슥 걷는 걸음에 걸음마다 눈물이 난다.
구절 풀이
* 물머리 : 배 멀미
* 탈 망건 : 망건을 벗다
* 중치막 : 벼슬하지 아니한 선비가 소창옷 위에 덧입던 웃옷
* 총 : 짚신이나 미투리 따위의 앞쪽의 우뚝 솟은 부분
* 세살 부채 : 가는 살을 붙인 부채
* 차면(遮面)하고 : 얼굴을 가리고
* 남초(南草) : 담배
* 소일 조로 가지고서 : 심심풀이삼아서 가지고
세상인사 꿈이로다 내 일 더욱 꿈이로다.
세상의 인간사는 모두 꿈이로다. 내가 지금 당하고 있는 일도 더욱 꿈이로다.
엊그제는 부귀자요 오늘 아침 빈천자라.
엊그제는 부귀한 사람이었고 오늘 아침엔 빈천한 사람이라.
부귀자 꿈이런가 빈천자 꿈이런가.
부귀했던 과거가 꿈이던가, 빈천한 오늘이 꿈이런가.
장주호접 황홀하니 어느 것이 정 꿈인고.
장자가 호랑나비 되는 꿈이 황홀하니 어느 것이 진정 꿈인가.
한단치보 꿈인가 남양초려 큰 꿈인가.
한단지몽이 꿈인가 남양에서 밭 갈던 삶이 큰 꿈인가.
화서몽 칠원몽에 남가일몽 깨고 나서
화서몽, 칠원몽에 남가일몽 깨고 나서
몽중흉사 이러하니 새벽 대길 하오리다.
꿈속에서 보이던 흉한 일이 이러하니 현실로 돌아온 새벽에는 크게 길할 것이로다.
가난한 집 지내치고 넉넉한 집 몇 집인고
가난한 집은 그냥 지나고 넉넉하게 잘 사는 집은 몇 집이나 되는가.
사립문을 드자할가 마당에 섰자하랴.
사립문 안에 들어가자고 할까 마당에 서겠다고 할 것인가.
구절 풀이
* 내 일 : 나의 일, 내가 당한 현실의 상태
* 장주호접(莊周胡蝶) : 중국의 장자(莊子)가 꾼 나비에 관한 꿈, 인생의 덧없음을 이르는 말 * 정 꿈인고 : 진짜 꿈인가
* 한단치보 : 한단지몽(邯鄲之夢)
* 남양초려(南陽草廬) : 제갈양이 출사하기 전 머물렀던 남양의 초가집
* 화서몽(華胥夢) : 옛날 황제가 낮잠을 자면서 화서(華胥)라는 무위자연의 나라를 꾼 꿈. 일장춘몽과 뜻이 통함
* 남가일몽(南柯一夢) : 남쪽 가지에서의 꿈이란 뜻으로, 덧없는 꿈이나 한때의 헛된 부귀영화를 이르는 말
* 몽중흉사(夢中凶事) : 꿈속의 흉한 일. 꿈속에서 흉한 일을 당하면 현실에서 좋은 일이 일어난다 함
* 대길(大吉) : 크게 좋은 일이 일어남
* 드자할가 : 들어갈까
* 섰자하랴 : 서 있을까
철없는 어린 아해 소 같은 젊은 계집
철없는 어린 아이와 소 같은 젊은 계집이
손가락질 가라치며 귀향다리 온다하니
손가락질 가리키며 귀양다리 온다고 하니
어와 고이하다. 다리 지칭 고이하다
아아! 괴이(怪異)하다. 다리라고 칭하는 것이 괴이하다.
구름다리 징검다리 돌다리 토다리라
구름다리, 징검다리, 돌다리, 흙다리라.
춘정일 십오야 상원야 밝은 달에
정월 15일 보름날 밝은 달에
장안시상 열 두 다리 다리마다 바람 불어
서울 장안의 열 두 다리 다리마다 바람 불어
옥호금준은 다리다리 배반이요
옥 술단지에 금 술잔마다 다리다리 배반(杯盤)이요,
적성가곡은 다리다리 풍류로다.
적성가곡은 다리다리 풍류로다.
웃다리 아래다리 석은다리 헛다리
웃다리, 아랫다리, 썩은 다리, 헛다리,
철물다리 판자다리 두다리 돌아 들어
철물로 만든 다리, 판자로 만든 다리, 사람의 두 다리로 돌아들어
중촌을 올라 광통다리 굽은다리 수표다리
중촌을 올라가 광통다리, 굽은 다리, 수표다리,
효경다리 마전다리 아량 위 겻다리라.
효경다리, 마전다리, 아량 위의 곁다리라.
도로 올라 중학다리 다리 나려 향다리요
도로 올라가 중학다리, 다리를 내려오니 향다리요,
동대문 안 첫다리며 서대문 안 학다리
동대문 안 첫다리며, 서대문 안 학다리,
남대문 안 수각다리 모든 다리 밟은 다리
남대문 안의 수각다리, 모든 다리를 밟고 온 다리,
이 다리 저 다리 금시초문 귀향다리
이 다리 저 다리 다 들어봤지만 귀향다리는 금시초문이라.
수종다리 습다린가 천생이 병신인가.
다리가 부어올라 점점 퍼지는 수종다리이니 습다리인가, 천생이 병신인가?
구절 풀이
* 귀향다리 : 귀양객을 낮춰서 놀리는 호칭
* 춘정일 십오야 : 정월 15일 보름
* 상원야(上元夜) : 음력 정월 보름날 밤
* 장안시상 : 서울 장안 거리의
* 옥호금준(玉壺金樽) : 옥 술단지와 금 술잔
* 배반(杯盤) : 술상에 차려 놓은 그릇. 또는 거기에 담긴 음식. 혹은 흥취 있게 노는 잔치
* 적성가곡 : 춘향가 속에 들어 있는 노래 적성가
* 수종다리 : 백수증(白水症). 다리가 부어올라서 점점 퍼지게 되는 수종
아마도 이 다리는 실족하여 병든 다리
아마도 이 다리는 실족(失足)하여 병든 다리일 것이니,
두 손길 느려치면 다리에 가까오니
두 손길을 늘어뜨리면 다리에 가까울 것이니
손과 다리 머다한들 그 사이 얼마치리.
손과 다리 사이가 멀다 한들 그 사이가 얼마나 멀 것인가.
한 층을 조금 높여 손이라나 하여주렴.
다리라고 부르지 말고 한 층을 조금 높여 손이라고 불러주렴.
부끄럼이 몬저 나니 동냥말이 나오더냐.
부끄럼이 먼저 나니 동냥을 달라는 말이 나오더냐.
장가락 입에 물고 아니 가는 헛기침에
장타령을 차마 내뱉지도 못하고 잘 나오지도 않는 헛기침에
허리를 굽힐 제는 공손한 인사로다.
허리를 굽힐 때는 공손하게 인사할 뿐이로다.
내 허리 가이 없어 비부에게 절이로다.
내 허리가 가엾어서 비천한 것들에게 절을 하게 되도다.
내 인사 차서 없이 종에게 존대로다.
나의 인사는 위아래가 없이 종에게도 존대를 하는구나.
구절 풀이
* 느려치면 : 길게 늘어뜨리면
* 머다한들 : 멀다고 한들
* 손이라나 하여주렴 : 손이라고나 불려주렴, 손[手, 손님(客)]
* 동냥말 : 동냥을 달라는 부탁의 말
* 장가락 : 장타령, 빌어먹는 거지들이 부르는 노래
* 비부(卑夫) : 비천한 사람
* 차서(次序) : 위아래의 분별이 없어, 위아래 구별하지 않고
* 존대(尊待) : 높여 대하다
혼자말로 중중하니 주린 중 들어온가
혼자말로 중얼중얼하니 굶주린 중이 들어왔는가.
그 집사람 눈치알고 보리 한 말 떠서주며
그 집 사람이 눈치로 알아차리고 보리 한 말 떠서 주며
가져가오 불상하고 적객 동냥 예사오니
가져가시오, 불쌍한 귀양객들의 동냥질은 예사로 있는 일이라오.
당면하여 받을 제는 마지못한 치사로다.
막상 닥쳐서 동냥을 받을 때는 마지못해 치사하더라.
그렁저렁 얻은 보리 들고 가기 어려우니
그럭저럭 얻은 보리를 들고 가기가 어려우니
어느 노비 수운하리. 아모려나 저 보리라
어느 노비가 있어 운반하리. 아무튼 한 번 짐을 져보리라.
갓은 숙여 지려니와 홑 중치막 어찌할고.
갓은 숙여지지만 입은 홑 중치막은 거추장스러워 어이할꼬.
구절 풀이
* 중중하니 : 중얼중얼하니
* 주린 중 : 굶주린 스님
* 눈치알고 : 눈치로 알아차리고
* 예사오니 : 특별한 일이 아니고 예사로 있는 일이니
* 당면(當面)하여 : 바로 눈앞에 당함
* 치사(致謝) : 고맙고 감사하다는 뜻을 표시함
* 수운(輸運)하리 : 물건을 나를 것인가
* 저 보리라 : 등에 물건을 지다
주변이 으뜸이라 변통을 아니하랴.
주변머리 좋은 것이 으뜸이라. 변통을 아니 할 것인가.
넓은 소매 구기질러 품속으로 넣고 보니
넓은 소미는 구겨 질러서 품속으로 넣고 보니
긴등 거리 제법이라 하 괴이치 아니하다.
긴 언덕의 거리가 제법 되나 너무 괴이하게 보이지는 않구나.
아마도 꿈이로다 일마다 꿈이로다
아마도 꿈이로다. 하는 일마다 모두 꿈이로다.
동냥도 꿈이로다 등짐도 꿈이로다
동냥도 꿈이로다. 등짐도 꿈이로다.
뒤에서 당기는 듯 앞에서 미옴는 듯
뒤에서 당기는 듯, 앞에서 미는 듯,
아모리 굽흐려도 자빠지니 어찌하리.
아무리 허리를 굽히려 해도 자빠지니 어찌하리.
머지 아닌 주인집을 천신만고 겨우오니
멀지도 않은 주인집을 천신만고 끝에 겨우 오니
존전의 출입인가 한출첨배 하는고야.
높은 상전(上典)집에 출입을 하는 것같이 등에서 땀이 나오는구나.
저 주인 거동보소 코웃음 비웃으며
저 주인의 거동을 보소. 코웃음 치며 비웃으며
양반도 할일 없네. 동냥도 하시었고
“양반도 참 할 일이 없네. 동냥질도 하시었으니
귀빈도 속절없네. 등짐도 지시었고
귀한손님이라도 어쩔 수 없나 보네. 등짐까지 지셨고
밥싼 노릇 하오시니 저녁 밥 많이 먹소.
밥값을 하셨으니 저녁밥이나 많이 먹소.”
구절 풀이
* 주변 : 일을 주선하거나 변통함
* 변통(變通) : 형편과 경우에 따라서 일을 융통성 있게 잘 처리함
* 긴등 : 길게 뻗어 나간 언덕의 등성이
* 하 괴이치 : 너무 괴이하지, 너무 이상하지
* 일마다 : 하는 일마다
* 등짐 : 등에 짐을 짊어짐
* 미옴는 듯 : 미는 듯
* 굽흐려도 : 등을 굽으려고 해도
* 머지 아닌 : 멀지 않은
* 존전(尊前) : 신불(神佛)이나 존귀한 사람의 앞
* 한출첨배(汗出沾背) : 몹시 부끄럽거나 무서워서 흐르는 땀이 등을 적심
* 밥싼 노릇 : 밥 먹을 자격이 있는 행동
네 웃음도 듣기 싫고 많은 밥도 먹기 싫다.
네 웃음도 듣기 싫고 많은 밥도 먹기 싫다.
동냥도 한 번이지 빌긴들 매양하랴.
동냥질 하는 것도 한 번이지 빌어먹는 일을 항상 할 것인가.
평생에 처음이요 다시 못할 일이로다.
평생에 처음이요, 다시는 못할 일이로다.
차라리 굶을진정 이 노릇은 못하리라.
차라리 굶을지언정 이 노릇은 못하겠다.
무삼 일을 하잔 말고 신삼기나 하자하고
그러면 무슨 일을 하잔 말인가. 짚신 삼기나 하자하고
짚 한단 추려다가 신날부터 꼬아보니
짚 한 단을 추려다가 신날부터 꼬아보니
조희 노도 모르거든 샛기꼬기 어이하리.
종이 줄도 모르는데 새끼 꼬기를 어찌하리.
다만 한 발 다 못 꼬아 손가락이 부르트니
다만 한 발을 다 못 꼬고 손가락이 부르트니
할 리 없어 내어 놓고 긴 삼대를 베껴내어
하릴없이 그만 두고 긴 삼대를 베껴내어
자리 노를 배와 꼬니 천수만한 이 내 마음
돗자리 줄을 배워서 꼬니 근심 많고 한이 많은 이 내 마음
부칠 데 전혀 없어 노꼬기에 부치었다.
붙일 데가 전혀 없어 노를 꼬는 일에 붙였다.
구절 풀이
* 빌긴들 : (양식을) 빌기 인들
* 매양(每樣)하랴 : 항상 하랴, 늘 하랴
* 신날 : 짚신이나 미투리 바닥에 세로로 놓은 날. 네 가닥이나 여섯 가닥으로 하여 삼는다 * 조희 노 : 종이로 가늘게 비비거나 꼬아 만든 줄
* 삼대 : 삼나무의 줄기
* 자리 노 : 돗자리를 만들기 위해 꼬는 줄
* 천수만한(千愁萬恨) : 이것저것 슬퍼하고 원망함. 또는 그런 슬픔과 한
* 부칠 데 : (취미나 마음을) 붙일 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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