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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신이 창조했는가 [21]
시간깎기 (gri****)
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
현대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폴 데이비스 저
역자의 말
우주는 언제쯤 만들어졌으며, 도대체 얼마만한 크기일까? 무한한 공간대와 시간대 속을 우주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우리의 앞에는 과연 어떤 목적이 기다리고 있으며, 절대자는 어떤 우주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을까?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런 의문은 누구나 한번쯤 가져보기 마련이다. 특히나 어린 시절에 밤하늘에서 명멸하는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보다가 신비에 빠져 상상의 여행을 해본 일이 없는 사람은 참다운 어린시절을 보냈다고 할 수가 없다. 여기 우리 속안의 어린애를 데리고 창조주를 찾아 여행을 떠나주는 책이 있다. 이 여행에서 우리는 물질의 최소 단위와 그것들이 이루고 있는 상호관계의 그물망을 만날 것이며, 아울러 우리가 어떤 선택에 직면할 때마다 수없이 분열되는 이상한 우주와도 만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쭈그러들어 정지해버리는 세계, 팽창과 수축을 되풀이하는 흔들이 우주, 서로의 관계에 의해서만 존재가 성립되는 소립자(素粒子)의 세계, 그러한 가면들을 쓰고 우리 앞에 어른거리는 절대자에 대한 조심스러운 해석들을 만날 수 있다.
자연법칙은 왜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게 되었는가?
우주는 왜 지금과 같은 물질로 이루어졌는가?
그 물질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불교에서 말하는대로 텅빈 공(空 )으로? 아니면 창조주의 전능한 힘에 의해서?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해답은 현재 얼마만큼 가능한가?
이 책은 제목이 말하는 그대로, 세계관과 존재관의 혁명을 꾀하고 있는, 현대물리학이 우주와 인간 존재의 창조주를 어떻게 발견해 나가고 있는가를 밝히는 책이다. 물론 주제는 현대물리학의 여러 이론과 발견 사실들에 한정되어 있다. 삼바라(지하 중앙 정부)와 카바라 체계, 외계인과 UFO, 자기 내면에서 신(神)을 발견하는 깊은 종교성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 책에는 없다. 오로지 최첨단의 과학적인 연구와 이론들을 통하여 물질의 기본구조로 내려갔을 때, 그리고 우주의 끝으로 달려갔을 때, 그곳에서 절대자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나는가를 설명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 방면의 책을 여러권 세상에 내놓은 사람이다. 이 책의 원본으로는 《God and New Physics》(Paul Davies, Penguin Boods 1983)를 사용하였다.
이 책은 어려운 책이다. 미리 일러두지만, 저자는 일반인을 위해 전문용어를 피하고 알기 쉽게 썼다고 하나, 그래도 어렵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창조주에 대한 책을 두세 시간 안에 쉽게 읽어치울 문고판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이 오히려 잘못 아닐까?
쉬운 책은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누구나 고통과 노력 없이 쉬운 책을 쓰고, 또 누구에게나 부담 없이 읽힐 쉬운 책을 찾는 이때에, 현대물리학의 온갖 심오한 발견들을 동원하여 창조주의 소맷자락이라도 붙잡으려는 이 책은 아무래도 어렵다. 아무 생각 없이, 한 권의 가치 있는 책을 읽는다는 마음의 준비도 없이, 그림책 넘기듯 쉽게 읽을 책을 찾던 독자가 그럴싸한 제목에 이끌려 실수로 이 책을 샀다면 아마 책방 주인도 기꺼이 물러줄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아무나 읽는 책이 아니다. 어렵다고 고개를 흔들면서, 시간을 내어 다른 책까지 뒤적이면서 읽어야 할, 그리하여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비로소 오랜만에 책다운 책을 읽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그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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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신이 창조했는가
나는 신(神)이 어떻게 이 세상을 창조했는지 알고 싶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나에게는 그러한 가설(假設)이 필요치 않습니다. = 피에르 라플라스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우주조직의 설명을 위하여 神에게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개 마음 속에서 '초자연적인 행위자', 즉 자연적인 법칙을 무시하여 세상에 작용하는 절대자를 생각한다. 하지만 우주의 모든 것이 그렇지는 않을지라도 대다수의 것들이 순전히 자연스러운 종류의 지적인 조작에 의해서 물리법칙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은하계는 어떤 강력한 의식체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그 강력한 의식체가 조심스럽게 배치된 중력 물체와 통제된 폭발, 그리고 우주 시대의 천체 엔지니어의 온갖 장비를 동원하여 원시 가스들을 재배치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초지성체가 바로 하나님일까?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대개 단순히 은하계 하나만 설계한 것뿐만 아니라, 전체 우주(시공간을 포함한)의 창조자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존재하는 법칙들을 사용하여 물리적인 우주 안에서 기능하도록 되어 있는 존재는 분명히 우주의 창조자로 생각될 수 없다. 그래도 이런 슈퍼 천체 엔지니어의 능력이 모든 은하계의 범위까지 커질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그가 중력을 이용하여 시공간을 구부릴 수 있다고 상상해 보라.
현대 물리학은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시각을 던져 준다. 충분한 에너지와 자원만 있으면 중력 물질을 대량 축적하여 하나의 블랙 홀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능력으로도 가능하다. 블랙홀의 중심, 소위 특이점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파괴된다. 따라서 인간은 우리도 시공간을 파괴할 수 있다. 자연계에는 자연적인 하나님을 가정함으로써 쉽게 설명될 수 있는 신비들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은하계의 기원은 현재에는 만족할 만한 설명이 없다. 생명의 기원 역시 또 다른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이다. 하지만 이들 두 시스템이 어떤 지적인 초월적인 존재에 의해 물리법칙을 위반함이 없이도 신중히 조직화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나님의 존재는 우리가 세상에서 발견해 나가는 사실을 통하여 증명해 나가야지 우리가 발견해 내지 못한 사실들을 통하여 하나님을 발견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초자연적인 수단에 의해서 만물을 창조한 하나님이라기 보다는 우주에 편재해 있으면서 몇 가지 특수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자연의 법칙 속에서 가능하고 있는, 감독하고 통제하는 보편적인 의식이다. 자연은 그 자체의 기술적인 산물이며, 우주는 자기조직과 자기관찰 능력을 하나의 '마음(心)' 이라고 말함으로써 우리는 이러한 형태의 일을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의 의식은 그 마음의 바다에 떠있는 의식의 '섬'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이것은 동양의 신비주의를 생각나게 하는 개념인데, 여기서의 神은 인간의 의식이 적당한 영적 진화의 차원에 이르면 그 개체성을 버리고 흡수되는 모든 의식의 통합체로 간주된다.(발췌)
최근 어느 유명한 잡지가 표지에 큼지막한 활자로 "천문학자들, 드디어 하느님을 발견하다!"라고 선언하였다. 그 기사의 내용은 대폭발(大爆發, big bang)과, 우주의 아주 초기 상태에 대한 이해가 최근 들어 어느 정도까지 진전되었는가 하는 것이었다. 사실 대중잡지의 관점에서는, 우주가 과거의 어느 순간에 창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느님의 존재를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말하는 것은 진정 무엇을 뜻하는가? 현대의 우주과학은 결국 물질적 우주의 한계에 부딪쳤으며, 그래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주의 기원을 어떤 초자연적인 힘을 빌어서밖에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일까?
'우주창조'라는 말에는 여러 가지의 뜻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분명히 구분해서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우주창조라고 하면 맨 먼저, 혼돈 속에 아무런 구조를 갖추지 않은 원시상태의 물질들이 어떤 힘에 의해 오늘날과 같은 복잡한 질서와 짜임새 있는 활동을 갖추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는, 전에는 아무런 형태도 갖추지 않은 빈 허공이었던 곳에서 실제로 물질이 창조되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아니면, 허공이고 뭐고간에 전혀 아무 것도 없던 곳에서 시공간을 포함한 물질계 전체가 갑작스럽게 출현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또한 생명과 인간 존재의 창조에 관한 주제도 별도로 있을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따로 살펴보도록 하자.
우주창조의 '첫째날'에 대하여 성경은 언급하고 있지만, 정확히 무엇이 어떻게 개입했는가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없다. 성경에는 사실 우주창조에 대하여 두 가지 설명이 적혀 있다. 그러나 별들과 혹성, 지구, 우리 인간의 신체등 삼라만상을 구성하게 된 물질이 우주창조 이전부터 존재했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하지 않다.
하느님이 아무 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우주의 물질을 창조했다는 믿음은 아주 오래된 기독교 교리의 한 부분이다. 사실 하느님이 전능하다는 믿음이 성립되려면 아무래도 그러한 가정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만일 하느님이 물질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원래부터 있었던 물질의 성질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하느님의 작업도 제한을 받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하느님은 전능한 존재일 수가 없게 된다.
금세기가 되기 전까지는 과학자와 신학자들은 자연적인 수단에 의해서는 물질이 창조되거나 파괴될 수 없다고 가정하였다. 물론 물질은 화학반응 따위의 과정을 거치면 다른 형태로 변화하지만, 그래도 물질의 총량(總量)은 예외없이 일정하다고 생각되었다. 물질의 기원이라는 풀 길 없는 수수께끼에 직면한 과학자들은, 과거의 어느 순간에 창조된 우주보다는 무한한 나이를 가진 우주 쪽을 믿으려는 경향이 있었으며, 그럼으로써 물질창조에 관련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고 있었다. 영원한 우주에서는 물질이 영원히 존재해온 것일 테니까, 따라서 물질의 기원에 대한 문제는 자동적으로 살짝 피해갈 수가 있는 것이다.
자연적인 수단에 의해서는 물질이 창조될 수 없다는 이러한 믿음은 1930년에 어느 실험실에서 최초로 물질이 만들어짐으로써 극적으로 깨어졌다. 이 역사적인 발견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은 현대물리학의 고전적인 예(例)에 속한다.
다른 많은 이야기들처럼 이것 역시 1905년 아인슈타인(Einstein)과 함께 시작된다. 그의 유명한 E=mc 은 질량과 에너지가 같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구체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질량은 에너지를 갖고 있고, 에너지는 질량을 가지고 있다. 질량은 물질을 양(量)으로 표시한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물체의 질량은 그것이 얼마나 많은 양의 물질을 담고 있는가를 우리에게 말해준다. 큰 질량은 무겁고 옮기기가 힘이 들며, 작은 질량은 가볍고 움직이기가 쉽다.
질량이 에너지와 동등하다는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는 물질이 '닫힌' 에너지라는 것을 말해준다. 만일 그 에너지를 '열어' 놓을 수 있는 어떤 방법이 발견된다면, 물질은 에너지의 폭발과 함께 허공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거꾸로, 만일 충분한 에너지를 어떻게 해서든 한 곳에 가두어 놓을 수만 있다면 물질이 나타날 것이다.
아인슈타인 자신의 이론인 상대성이론의 부산물이기도 한 이 방정식은 원래의 개념이, 빛의 속도에 가까운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물체의 성질에 관련된 것이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운동(運動)에너지가 증가하면 당연히 물체는 점점 무거워진다. 다시 말해 질량이 증가한다. 평범한 속도에서는 그 효과는 사소하다. 왜냐하면 아무리 작은 질량이라도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맞먹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질량 1그램은 현재 가격으로 백만 달러어치의 에너지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대의 아원자 입자 가속기(Subatomic particle ac celerator)는 전자(電子)와 양성자(陽性子)의 속도를 거의 빛의 속도에 가깝게 끌어올릴 수 있으며, 이때 이들의 질량은 수십 배로 증가한다.
물론, 속도에 따라 질량이 증가한다고 해서 그것이 물질의 실제적인 창조를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물질의 무게를 증가시키는 것과 관계가 있을 뿐이다. 한 곳에 집중된 에너지로부터 완전히 새로운 물질이 탄생할 가능성은 1930년대 폴 디랙(Paul Dirac)의 획기적인 수학적 탐구와 더불어 이루어졌다.
디랙은 E=mc 을 포함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20세기 물리학의 또다른 혁명이랄 수 있는 원자와 원자 이하의 물질의 행동방식에 관련된 양자 이론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던 참이었다.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이고 있는 원자 구성 입자(subatomic particles)를 설명하는 데에는 통합된 '상대론적 양자론(相對論的 量子論)'이 필요했던 것이다. 수학적인 분석을 거쳐 디랙은, 매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입자를 기술하는 새로운 방정식을 제안하였다. 이것은 당장에 성공을 거두었다. 왜냐하면 이 방정식은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던 전자(電子)의 성질을 설명해주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자는 우리의 일반상식이나 기초기하학 어느 쪽에도 맞지 않는 방식으로 회전하고 있다. 사람은 한 바퀴만 돌면 전의 얼굴이 다시 나타나지만, 전자는 똑같은 얼굴이 나타나기까지 두 바퀴를 돌아야 한다. 디랙의 이러한 성공은 기초물리학이라는 추상세계에서 인간의 직관보다 수학이 훨씬 훌륭한 역할을 한다는 또다른 좋은 사례를 제공해준다.
그러나 디랙의 방정식은 한 가지 어려운 측면을 가지고 있었다. 그 방정식의 해답은 보통의 전자의 행동방식을 정확히 설명해주었지만, 각각의 해답에는 반드시 또 하나의 해답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이 또다른 해답은 지금까지 알려진 우주 속의 어떤 물체에도 해당되는 것 같지 않았다.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 해답과 관련된 미지의 입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아맞히는 것은 가능한 일이었다. 질량과 회전(回轉)에 있어서는 그 입자는 보통의 전자와 같을 것이지만, 모든 전자가 음전기를 띠고 있는 반면에, 그 새로운 신비의 입자들은 양전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이러한 속성으로 미루어 새로운 전자는 보통 전자의 거울상(mirror image)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디랙의 예언이었다. 만일 충분한 에너지가 한 곳에 모아질 수만 있다면, 이들 '반전자(反電子)' 가운데 하나가 전에는 아무 것도 없던 무(無)의 상태에서 갑자기 나타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디랙은 예언하였다. 이때 전기적 성질이 보존되기 위해서는 한개의 반전자와 더불어 한개의 전자 역시 동시에 나타나야만 한다. 이런 식으로 에너지는 전자-반전자 쌍(雙)의 형태로 물질을 창조하는 데에 직접적으로 이용될 수 있을지로 모르는 일이었다.
이 무렵(1930), 물리학자 차오(C.Y.Chao)는 감마선(빛의 고(高)에너지 광자)이 납과 같은 무거운 물질을 투과하는 것을 실험하고 있었다. 그는 가장 강력한 감마선이 납을 통과하는 사이에 어떤 흥미로운 방식으로 세력이 약해진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이렇게 광선이 흡수되어 약해지는 원인은 차오에게는 하나의 신비였지만, 이제 그 원인이 전자-반전자 쌍의 생성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던 중 1933년 칼 앤더슨(Carl Anderson)은 우주 광선-우주 공간에서 오는 고 에너지 입자들-이 금속판에 의하여 흡수되는 것을 연구하다가, 디랙이 예언한 반전자(反電子)의 출현을 분명히 목격하였다. 물질은 그동안 통제된 실험을 통하여 실험실에서 계속 창조되어왔던 것이다. 이 새로운 입자들은 디랙이 예언한 것과 똑같은 성질을 갖고 있다는 것이 당장에 증명되었다. 디랙과 앤더슨은 이 뛰어난 예언과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그 다음부터는 전자와 반전자-통상적으로 양전자(陽電子, positron)라고 부른다-의 생성은 물리학의 실험 과정에서 하나의 상식처럼 되었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입자 가속기가 발명되어 다른 형태의 입자들도 만들어낼 수 있게 해주었다. 오늘날 양전자와 반양성자는 많은 양이 만들어질 수 있으며, 자석으로 된 '병(甁)'에 보관되기까지 한다. 합쳐서 말할 때 입자의 거울상이나 반입자들을 반물질(反物質)이라고 하며, 반물질은 이제 물리 실험실에서 손쉽게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설명한 이러한 사실들을 머리속에 넣고 있으면, 모든 물질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자연스럽게 열리는 듯하다. 대폭발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양의 물질과 반물질을 탄생시키기에 충분한 어마어마한 양의 에너지가 발생하였다. 이리하여 결과적으로 상당히 차갑게 식은 이 물질들이 모여 별이라든가 지구같은 것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러한 단순한 생각에는 뜻하지 않은 커다란 문제가 뒤따랐다. 반물질이 물질을 만나면, 이 둘은 언제나 격렬한 에너지를 발생시키면서 서로를 소멸시킨다는 것이다. 이것은 에너지로부터 물질과 반물질이 창조되는 과정의 거꾸로(逆) 과정이다
실험실에서 에너지를 사용하여 물질을 창조할 수가 있다. 하지만 물질이 창조되면 똑같은 양의 반물질이 함께 창조된다. 물질과 반물질이 만나면 언제나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폭발과 함께 소멸해버린다. 다라서 우주 안의 모든 물질이 어떻게 반물질과의 위험한 만남을 통해 자신을 소멸시키지 않고서도 창조될 수 있었는지가 하나의 신비이다.
따라서 물질과 반물질의 혼합으로 이루어진 우주는 몹시 불안정하다. 우리의 은하계에는 반물질이 혼합된 물체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있다고 해도 그것은 매우 사소한 양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든 반물질은 어디로 간 것일까? 실험실에서는 한개의 입자가 창조되면 한개의 반입자도 동시에 창조되므로, 우리의 우주는 당연히 물질과 반물질이 50대 50으로 혼합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 관찰한 결과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몇몇 천체물리학자들은 반물질의 묘연한 행방에 얽힌 수수께끼를 이렇게 설명하려고 시도하였다. 물질과 반물질은 어떤 방법에 의해선가 제각기 자기들끼리로만 구성된 광범위한 영역으로 분리될 수가 있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물질과 반물질이 혼합되지 않고 물질은 물질끼리만, 반물질은 반물질끼리만 혼합될 수가 있었다는 가정이다. 어쩌면 은하계 전체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고, 반면에 또다른 은하계 전체는 반물질로 구성된 반물질의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예언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물질로부터 반물질이 분리되는 어떤 설득력 있는 메카니즘(mechanism)도 제시하지 못했으며, 그래서 이 '대칭 우주 이론(symmetric-universe theory)'은 냉대를 받게 되었다.
그러자 대폭발이 곧 우주창조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은,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 물리학의 법칙을 무시하고 반물질이 없는 상태에서 물질만을 우주 안에 집어넣었다고 가정하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대폭발이 일어나기 직전의 초고밀도 상태인 '특이점(特異點, singularity)'에서는 모든 물리 법칙이 여하튼 무시된다"고 하는 변명만 가지고는 아무래도 시원치가 않았다.
그러나 아주 최근에 이러한 궁지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이 나타났다. 비록 실험실의 조건하에서는 물질과 반물질이 언제나 똑같은 양으로 생성되긴 하지만, 대폭발의 초고온 상태에서는 물질이 반물질보다 아주 적은 양만큼 더 많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자연계의 네 가지 기본적인 힘을 한데 뭉뚱그려 설명하기 위한 어떤 이론적인 작업에서 얻어졌다(여기에 대해서는 제11장에서 충분히 다루게 될 것이다).
이론적인 계산에 따르면, 대폭발의 10 분의 1초 때인 1027(1다음에 0이 27개 붙은 숫자)의 온도에서는 10억개의 양전자(陽電子)가 창조될 때마다 전자가 1개씩 더 초과되어 창조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10억개 당 1개씩 초과된 것은 비록 적은 양이긴 해도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연속된 대량학살 속에서 10억개의 양성자와 반양성자 쌍(雙)은 서로를 때려죽였을 것이지만, 쌍을 이루지 않은 한개의 양성자는 역시 홀라비인 한개의 전자와 함께 살아남았을 것이다. 자연이 뒤늦게 생각해낸 살아남을 궁리의 산물인 이 남겨진 입자들이 물질을 이루어, 결과적으로 모든 은하계들과 별들과 혹성들, 그리고 우리 자신들을 만들었다. 이 이론에 따를 것 같으면, 우리의 우주는 탄생 초기의 말할 수 없이 짧은 순간의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제 짝을 만나지 못한 별 볼일 없는 작은 양의 물질들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이론들이 항상 그렇듯이, 물리학자들은 물질의 기원에 대한 이 설명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빼박을 수 없는 확고한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두 가지의 분명한 결과를 생각할 수가 있다. 첫 번째는, 우주창조 초기에 살아남은 한개의 입자에 해당하는 10억개씩의 입자-반입자 쌍의 대규모 소멸과 관련된 것이다. 이 대학살에서 발생한 에너지 역시 살아남았을 것이 틀림없는데, 어쩌면 그것은 열(熱)의 형태로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앞 장에서 말했듯이, 우주는 실제로 대폭발 때 생겨난 열방사 속에 목욕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억 대 1의 계산이 정확한가를 알려면 살아남은 한개의 원자에 해당하는 열에너지를 합계내면 된다. 계산 결과는 정확히 일치한다. 아니면 최소한 매우 설득력 있는 모형들과의 일치점을 찾을 수가 있다. 따라서 이 이론에 의해서 물질의 기원이 설명될 뿐 아니라, 우주의 정확한 온도 역시 계산할 수 있다. 이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그렇긴 해도 물질의 기원이 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몇 가지 더 확실한 증거를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직접 실험을 통해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명백한 불균형을 증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유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운이 좋으면 우리는 조만간 그러한 증거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적은 양의 물질이 초과로 생성된다는 것을 예언한 이 이론은 똑같은 메카니즘에 의해서 적은 양의 물질이 저절로 '파괴'되는 것도 예언한다. 이 이론은 계속해서 말하기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양성자는 양전자 속으로 붕괴되어 들어갈 것이며, 그런 다음에는 전자를 소멸시킬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에 걸리는 시간은 실로 엄청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사람의 몸에서 평생동안 한개의 양성자만이 소멸될 뿐이다.
이 이론을 실험하기 위하여 과학자들은 거대한 양의 물질을 쌓아놓고서 사라져가는 한개의 양성자를 현장에서 붙잡으려고 목하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이 물질은 우주광선에 의하여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잘 차단이 되어 있다. 그 붕괴과정은 방사능(放射能)처럼 원래가 확률적이기 때문에, 비록 양성자 한개의 평균 수명이 가장 짧게 잡아서 1028년이긴 하지만, 그래도 몇 주 동안 참고 기다리면 우연히 변덕스러운 붕괴를 목격할 수 있다. 열쇠는 언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임의의 사건을 목격하기 위하여 수십 톤이나 되는 물질, 다시 말해 많은 양의 양성자를 모으는 일이다. 그러한 실험 몇 개가 현재 진행중에 있으며, 그 가운데 최소한 한두개의 실험에서는 몇 차례의 양성자 붕괴 사건의 목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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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호킹의 우주 이론 물리학의 끝이 눈앞에 다가왔는가? / 존 슬로우보우
▼스티븐 호킹의 케임브리지 대학교 루카시안 석좌교수 취임강연내용▼
이론 물리학의 끝이 눈앞에 다가왔는가?
이 자리에서 나는 그다지 머지않은 장래, 구체적으로 말해서 20세기 말까지 이론
물리학의 목표를 성취할 가능성에 대해 토의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들은
관찰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을 서술할 수 있는 물리적 상호작용의 완전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통일된 이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할 나위도 없지만, 그와 같은
예측을 할 때는 대단히 조심스럽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세기에 들어온
뒤에도 우리들은 이미 최소한 두 차례나 궁극적인 종합의 언저리에 도달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세기
초에는 연속체 역학 continuum mechanics을 통해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일정한 숫자의 탄성, 점성, 전도율 계수들을 측정하기만 하면 만사는
해결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입니다 원자구조와 양자역학이 등장하면서 그 희망은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다시 1920년대 말에 막스 보른(막스 보른 Max Born
1882~1970: 독일 태생의 영국 이론 물리학자로 1954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결정격자와 원자구조 이론개발에 이바지했다)은 괴팅겐을 찾아온 한 무리의
과학자들에게 "우리들이 알고 있는 물리학은 6개월 뒤에 영원히 끝장이 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폴 디랙(폴 디랙 Paul Dirac 1902~84: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로
193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으며, 상대론적 양자역학의 개척자이다)이 전자의
형태를 지배하는 디랙 방정식(디랙 방정식: 1928년 디랙에 의해 구해진 소립자를
기술하는 상대론적 파동 방정식의 하나)을 발견한 직후의 일로, 아다시피 폴 디랙은
루카시안 석좌교수로 나의 선임자였습니다 당시에는 그와 비슷한 방정식이 그 밖의
유일한 소립자로 알려진 양자를 지배하리라 예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중성자와
핵력이 발견되어 그 기대들도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사실 이제는 양자와 중성자의
어느 쪽도 소립자가 아니며, 그들은 한층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최근 몇년 사이에 대단한 진보를 이룩했습니다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 가운데 일부는 자기 일생중에 완전한
이론을 볼 수 있으리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펼 근거가 없지 않습니다
설사 완전한 통일이론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제일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세한
예측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를테면, 우리들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모든
사물을 지배하는 물리법칙들은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디랙이 지적했듯이 그의
방정식은 "대부분의 물리학과 모든 화학"의 기초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들은 가장 단순한 체계, 곧 양자 하나와 전자 하나로 구성된 수소원자의 방정식을
풀 수 있었을 뿐입니다 원자핵이 하나 이상 있는 분자들은 제쳐두고라도 전자가
그보다 많은 복합적 원자들의 경우, 타당성이 의심스러운 어림셈과 직관적인 추측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10^45^23개 남짓한 입자들도 이루어진 거시체계들에
대해서는 통계법을 이용하고, 그 방정식을 정밀하게 풀 수 있는 듯한 허세는 버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원칙적으로 우리들은 생물학 전반을 지배하는 방정식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행태 연구를 응용수학의 한 가지로 줄여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면 완전하고 통일된 이론이라 무엇을 뜻하는가? 우리들이 물리적 실재의 모델을
만들려고 할 때는 일반적으로 두 부분으로 이루어집니다
1. 다양한 물리량들이 복종하는 일련의 국소적 법칙들. 이들은 으레 미분
방정식으로 정식화된다
2. 일련의 경계조건들. 일정한 시간에 우주의 일부 지역의 상태를 알려주고, 그
뒤에 우주의 다른 부위에서 그곳으로 어떤 효과가 전파되는가를 말해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과학의 역할은 이들 가운데 첫째에 한정되어 있고, 국소 물리학
법칙들을 완전히 갖출 때에만 이론 물리학은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입버룻처럼
주장해왔습니다 그들은 우주의 원초적 조건을 형이상학이나 종교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로 보려 합니다 어느 면에서 이와 같은 자세는, 지난 여러 세기에 걸쳐 모든
자연현상을 하느님의 역사이고 파고 들어서는 안될 대상이라 주장하면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를 억제했던 사람들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우주의 원초적 조건은 국소적
물리법칙들과 마찬가지로 과학연구와 이론의 대상으로 적합한 문제라 생각합니다
"사물들은 과거에 그랬으니까 지금도 그렇다"고 하는 것 이상의 무엇을 말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완전한 이론을 도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초적 조건들의 특이성의 문제란 국소적 물리법칙들의 자의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질량과 같이 조정 가능한 매개변수들이나, 사람에 따라 어떤 값을 줄 수
있는 결합상수들이 여러 개 들어 있을 경우에는 그 이론이 완전하다고 보려하지
않습니다 사실 원초적 조건들과 이론 속의 매개변수들의 값들은, 어느 쪽이나
자의적이 아니고 아주 조심스럽게 뽑아낸 듯한 인상을 줍니다 예를 들어, 양자-
중성자의 질량차가 전자질량의 2배 가량이 아니라면, 원소들을 구성하고 화학과
생물학의 기초를 이루는 안정된 200종 가량의 뉴클레이드가 나올 리 없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양자의 중력질량이 크게 달라진다면, 이들 뉴클레이드들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별들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주의 원초적 팽창이 약간
작았거나 좀더 컸다면, 이러한 별들이 발달하기 이전에 우주가 붕괴되었거나 너무
빨리 팽창하여 중력응집이 있어야 하는 별들은 영원히 형성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사실 어떤 사람들은 원초적 조건들과 매개변수의 제약을 원리의 지위에 올려놓기까지
했습니다 그것은 인류원리이며, "우리들 인간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물들은 지금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고 바꿔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원리는 다양하게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중 어느 해석에 따르면, 서로 분리된 수많은 우주들이 있으며, 그
우주들은 물리적 매개변수의 값이 서로 다르고, 원초적 조건들도 상이합니다 이들
우주의 대다수는 지능적인 생물의 복합적인 구조들이 발달하기에 필요한 적정한
조건을 갖추지 않았습니다 우리 우주와 같은 조건과 매개변수들을 갖춘 소수의
우주에서만 지능적인 생물이 발달하고, "우주가 우리들이 보고 있는 모양을 갖추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를 물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질문의 해답은 간단합니다
거기에 지능적인 생물이 없다면, 아무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입니다
그 인류원리는 상이한 물리적 매개변수들 간의 놀라운 숫자적 관계 중에서 상당수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만족할 정도는 아닙니다 누구든 그보다 더
심오한 설명이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것으로는 우주
전역을 풀이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태양계는 우리들의 생존에 분명히
필수불가결한 조건입니다 핵 합성으로 무거운 원소들이 형성될 수 있었던 인근의
한층 앞선 세대의 항성도 마찬가집니다 나아가서 우리 은하계 전체가 필수
조건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관찰할 수 있는 우주 전역에 거의 균일하게 퍼져
있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우주를 접어두고, 굳이 다른 은하계가 존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처럼 거시적인 우주의 동질성이 인간 중심관을 뒷받침하기에 지극히
어려운 걸림돌로 작용합니다 또한 지극히 평범한 나선 은하계의 변두리에 있는
평균적인 항성을 감싸고 도는 미미한 행성 위에 있는 몇 가지 복잡한 분자구조와 같이
지엽적인 무엇이 우주의 구조를 결정한다고 믿을 수도 없습니다
인류원리에 의지하지 않으려 한다면, 우주의 원초적 조건과 다양한 물리적
매개변수들을 설명할 어떤 통일이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완전한 이론을 구성하기란 불가능합니다(그렇다고 완전한 이론을 찾아내려는 사람들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는 매주 2, 3건의 통일이론을 우편으로 받고 있습니다)
그 대신 일정한 상호작용을 무시하거나, 단순한 방법으로 어림잡을 수 있는 상황을
서술할 수 있는 부분 이론들을 찾아야 합니다 먼저 우주의 구성 내용을 두 부분으로
가릅니다 하나는 쿼크, 전자, 뮤 중간자 등과 같은 "물질"이며, 다른 하나는 중력,
전자기력 등과 같은 "상호작용"입니다 물질입자들은, 2분의 1 정수 스핀(스핀
spin: 자연계의 소립자들을 정수 또는 반정수 중 어느 하나의 스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전자와 같은 2분의 1의 스핀을
가지며, 중간자는 0인 스핀을 가졌다고 추정) 장들에 의해 서술되고, 어떤 상태에서든
주어진 종류의 입자 하나 이외는 있을 수 없다는 파울리의 배타원리를 따릅니다 이런
까닭에 어느 정도까지는 붕괴되지 않거나, 무한대의 공간으로 복사하여 달아나지 않는
고체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물질 원리들은 두그룹으로 나누어집니다 쿼크로 구성된
강입자들과 그 나머지를 이루고 있는 경입자들 입니다
상호작용들은 현상을 기준으로 4개 범주로 나누어집니다 힘의 순서에 따르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직 강입자들과 상호작용하는 강핵력, 하전 강입자와 경입자들과
상호작용 하는 전자기력, 모든 강입자 및 경입자들과 상호작용하는 약핵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의 셋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약하면서 만물과 상호작용하는 중력입니다
그 상호작용들은 파울리 배타원리를 따르지 않는 정수 스핀 장으로 표현됩니다
따라서 그들은 동일한 상태에 수많은 입자들이 만들어낸 장들이 모두 합쳐서 거시적
규모로만 탐지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이유가 있어 그들은 제일 먼저
이론의 뒷받침을 받게 되었습니다 17세기에는 뉴턴이 중력을, 그리고 19세기에는
맥스웰(맥스웰 James Maxwell 1831~79: 영국의 물리학자 전자장의 기본
방정식을 도출하여, 이로써 전자파의 존재를 증명, '빛의 전자이론'의 기초를
세웠다)이 전자기력의 이론체계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이론들은 그 바탕에
있어 양립 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체계에 균일속도를 부여 한다면, 뉴턴 이론은
불변이었고 그와는 달리 맥스웰 이론(맥스웰 이론: 맥스웰이 패러디의 전자기의
실험과, 전자기의 매질로서의 저자장과를 합한 이론을 기초로 하여, 모든 전자기의
현상을 설명하려고 한 이론이다)은 우선속도, 다시 말하면 광속을 규정했던 것입니다
결국 맥스웰 이론의 불변성과 양립하기 위해서 수정해야 할 대상은 뉴턴의
중력이론임이 밝혀졌습니다 이 작업은 1915년에 이 세상에 나온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가능했습니다
중력의 상대성 이론과 전기역학의 맥스웰 이론은 이른바 고전이론들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은 계속적으로 변하는 양들을 내포하고, 적어도 원칙에 있어서는
인위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이론들을 사용하여
원자 모델을 만들려고 할 때에는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원자는 작은 양(^26^) 전하의
핵을 음(^35^)전하의 전자들이 구름처럼 감싸고 있음이 드러났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지구가 태양 주위의 궤도를 돌고 있듯이, 전자들은 원자 핵 둘레의 궤도를
돌고 있다는 가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고전이론에 따르면 전자들이
전자기파를 방출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 전자기파들은 에너지를 실어나가고,
전자들을 빙글빙글 돌다가 원자핵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원자붕괴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러다가 양자론(양자론 quantum theory: 열복사, 빛, 원자를 대상으로 해서
에너지는 소량이 있다는 가정 위에서 선 이론으로 미시적 존재의 구조, 기능의 추구를
위해 양자적 관점에서 전개된 물리학 이론의 총칭 1900년 막스 플랑크의 양자가설을
시초로 시작)이 발견되어 이 문제를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양자론이 20세기 이론
물리학계의 최대 업적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 기본가설은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입니다 그 이론을 빌리면, 한 개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처럼 짝을 이루고 있는 2개의 양을 동시에 다룰 때는 임의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습니다 원자를 예를 들어봅시다 최저 에너지 상태에 있는 전자는 원자핵 안에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럴 경우 그 위치와 속도를 다같이 정확히 규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와는 달리 전자는 원자핵 주변에 일정한 확률분포로 깔려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상태에서 전자가 전자기파의 형태로 에너지를 복사할 수는 없습니다
전자가 한층 낮은 에너지 상태로 떨어질 수 없는 까닭에서 입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양자역학을 자유도(자유도: 하나의 역학게에서 물체의
운동상태나 평형상태를 나타내는 데 필요한 독립변수의 개요)가 한정된 원자나 분자와
같은 체게에 응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전자기장에 적용하려 했을 때
문제가 일어났습니다 전자기장에는 무한수의 자유도, 어림잡아 시공의 한 점에 2개의
자유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들 수많은 자유도들을 각기 위치와 운동량을 갖춘
진동자(진동자: 기계적으로 규칙적인 진동을 하는 아주 미소한 물체)로 볼 수
있습니다 진동자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만일 가만히 있다면, 정확히 규정된
위치와 운동량이 나옵니다 그와는 달리 각 지동자는 이른바 "영점 요& #46153;들"과
비영nonzero 에너지의 최저량을 반드시 갖추고 있습니다 모든 무한수의 자유도들이
가지고 있는 영점요동 에너지(영점 에너지 zeropoint energy: 전 자가 원자핵
둘레에서 궤도운동을 할 경우 그 최저 에너지의 바닥상태에서는 당연시 궤도운동은
정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전자의 궤도운동이 여전히 지속되는데, 이를
지속시키는 에너지가 바로 영점 에너지)들은 가시적인 질량과 전자의 전하를 무한대로
만듭니다
1940년대 말에 재규격화라는 절차가 마련되어 이 난관을 극복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일정한 무한량들을 작위적으로 빼내고 한정된 잔여분만을 남겼습니다
전자기적으로 빼내고 한정된 잔여분만을 남겼습니다 전자가력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무한 뺄셈 두 가지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하나는 질량과 관계되고, 다른 하나는
전자의 전하와 연관이 있었습니다 이 재규격화 절차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확고한
개념적 또는 수학적 기초 위에 올려놓은 적이 없었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를테면, 수소원자 스펙트럼의 일부 선들의 자그마한 변위, 즉
램Lamb 이동을 예측하여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완전이론을 구축하려는
각도에서 본다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입니다 무한 뺄셈을 한 뒤에 남은 한정
잔여분의 가치를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들은 전자가 지금과
같은 질량과 전하를 가진 이유가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인류원리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체로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약핵력과 강핵력은 제규격화할 수 없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말을 바꾸어, 그들을 유한한 상태로 바꾸려면 무한수의 무한 뺄셈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 이론으로는 결정되지 않는 유한잔여가 무한개 있었습니다
그러한 이론은 예측력이 없습니다 인간이 무한개의 매개변수들을 측정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971년에 트후프트 tHooft가 그 이전에 살람과
와인버그가 제시한 전자기력과 약핵력 상호작용 통일 모델이 유한개의 유한
뺄셈만으로도 실제로 재규격화 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살람-와인버그 이론에서는
전자기 상호작용을 하는 스핀1 입자인 양자가 w^3,26^, w^3,35^와 z^356,145^라는
다른 스핀1 짝들과 합세합니다 지극히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는 이들 네 가지
입자들이 한결같이 비슷한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저에너지 상태에서는 "자발적
대칭성 파괴"라는 현상이 일어나 광자는 영의 정지질량을 갖고, w^3,26^, w^3,35^와
z^356,145^는 한결같이 대단한 질량을 갖고 있음을 설명해 줍니다 이 이론의
저에너지 예측은 관찰결과와 정확히 맞아 들어 갔고,그 공적을 인정하여 스웨덴
학술원은 1979년의 노벨 물리학상을 살람-와인버그와 글레쇼에게 수여했습니다
동시에 그들은 비슷한 통일이론을 구축했습니다 그런데 글래쇼는 노벨 위원회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서슴지 않고 말했습니다 당시로서는 광자가 운반하는 자기력과
w^3,26^, w^3,35^와 z^356,145^이 운반하는 약핵력의 통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이론체계를 시험하기에 충분한 힘을 내는 입자 가속기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몇
년 뒤에는 그러기에 충분한 가속기들이 완성될 것이고, 대다수의 물리학자들은 그
기기를 이용하여 살람-와인버그 이론을 뒷받침하게 되리라 확신하고 있습니다
살람-와인버그 이론이 성공함으로써 강력 상호작용에 대해서도 그와 비슷한
재규격화 이론을 찾으려는 노력이 펼쳐졌습니다 양자와 파이 중간자(중간자:
소립자 중에서 전자보다 무겁고 양성자 보다 가벼운 입자로, 원자핵을 구성하는
중성자와 양성자들 사이에 작용하고 있는 핵력을 매개하는 입자)와 같은
강입자들은 본격적인 소립자일 수 없고, 쿼크라 불리는 다른 입자들이 묶인 상태라는
인식은 일찍부터 있었습니다 이들은 기묘한 성질을 지니고 있는 듯하고, 강입자
안에서 제법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지만 단 하나의 쿼크를 따로 떼어내기는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들은 언제나 3개의 한 무리(양자나 중성자와
마찬가지로)가 되거나 쿼크와 반쿼크(파이 중간자와 같이 )의 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 쿼크에다 색이라는 속성을 부여했습니다 그런데 이
색이란 우리들의 정상적인 색 감각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강조해두어야 하겠습니다
단순히 편의를 의해 붙인 이름에 지나지 않습니다 쿼크는 적색, 녹색과 청색의 세
가지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입자와 같이 독립적으로 묶여 있는 상태이면
색이 없습니다 양자의 경우에는 적색, 녹색과 청색의 세 가지 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강입자와 같이 독립적으로 묶여 있는 상태이면 색이 없습니다 양자의
경우에는 적색, 녹색과 청색이 결합되고, 파이 중간자의 경우에는 적색과 반적색,
녹색과 반녹색, 그리고 청색과 반청색의 혼합입니다
쿼크 간의 강핵력 상호작용의 운반체는 글루온이라는 스핀1의 입자들이며, 약핵력
상호작용을 운반하는 입자들과 비슷합니다 아울러 글루온은 색을 지니고 있고,
그들과 쿼크는 양자 색역학(QCD)이라는 재규격화 이론을 따릅니다 그와 같은
재규격화 절차로 말미암아 그 이론으 효율적 결합상수는 측정될 때의 에너지 상태에
따라 결정되고, 아주 높은 에너지 상태에서는 영(0)으로 줄어듭니다 이 현상을
점근적 자유라 합니다 강입자 내부의 쿼크들은 고에너지 충돌속의 자유 입자들과
마찬가지 행동을 하며, 그들의 상호작용은 섭동(섭동: 일반적으로 역학계에서
주요한 힘의 작용에 의한 운동이 부차적인 힘의 영향으로 인하여 교란되어 일어나는
운동)이론으로 처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섭동이론의 예측결과는 관찰내용과 상당한
수준에서 질적으로 일치하고 있지만, 실험을 통해서 입증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에너지 상태에서 효율적 결합상수는 아주 커지고, 섭동이론은 무너집니다 이
"적외선 예속infrared slavery"이 어째서 쿼크들은 언제나 무색의 묶인 상태에 갇혀
있는지를 설명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도 이걸 자신있게
증명하지 못했습니다
강핵력 상호작용의 재규격화 이론과 약핵력과 전자기력 상호작용을 풀이할 또 다른
재규격화 이론이 나왔습니다 이들 두 이론을 결합한 하나의 이론을 추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습니다 그와 같은 이론들에는 상당히 과장된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대통이론(GUT)이 그것입니다 이 명칭이 가리키듯 그렇게 크지 않고,
완전히 통일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결합상수들과 질량이 같은 불확정
재규격화 매개변수들이 적잖이 들어 있기 때문에 완전한 이론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완전한 통일이론을 향한 뜻깊은 한 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강핵력
상호작용의 효율적인 결합상수는 저에너지 상태에서는 크지만, 고에너지 상태에서는
점근적 자유로 인해서 점점 줄어듭니다 그와는 반대로 살람-와인버그 이론의 효율적
결합상수는 저에너지 상태에서는 작지만, 고에너지에서는 점차 늘어납니다 이 이론은
점근적으로 자유로운 것이 아닌 까닭에서입니다 결합상수들의 저에너지 증감율을
바탕으로 추론해보면, 2개의 결합상수들은 약 10^45^15GeV(GeV: 큰 가속기의
출력을 나타내는 에너지의 단위로서 10억 볼트에 해당)에너지 수준에서 같아집니다
그 이론들에 따르면, 이 에너지 수준 이상이 되면 강핵력 상호작용은 약핵력 상호작용
및 전자기력 상호작용과 통일됩니다 그러나 그보다 에너지가 낮으면, 자발적 대칭성
파괴가 일어납니다
10^45^15GeV라는 에너지는 연구실 실험의 한계를 크게 넘어섭니다 현재 입자
가속기는 약 10GeV의 중심질량 에너지를 낼 수 있고, 다음 세대는 100GeV 남짓의
에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정도면 살람-와인버그 이론에 따라 전자기력이
약핵력과 통일되기에 충분합니다 그러나 약핵력 상호작용과 전자기력 상호작용들이
강핵력 상호작용과 통일될 수 있으리라는 에너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그런데
실험실에서 실험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에너지로 가름할 수 있는 대통일론은
없습니다 가령 양자는 완전히 안정될 수 없고, 수명 10^45^31년을 일기로 붕괴되리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실험상 수명 하한은 약 10^45^30년이고, 이 수준을
향상시킬 가능성은 있으리라 봅니다
그 밖에 또 하나 관찰상의 예측으로는 우주의 중입자(중입자: 소립자
가운데에서 핵자 및, 핵자보다 질량이 무거운 스핀 반기수의 소립자인 하이페론의
총칭)와 광자의 비율과 관계가 있습니다 물리학 법칙들은 입자와 반입자에 다같이
적용되는 듯합니다 한층 정확히 말한다면, 입자가 반입자에 의해서 대체되고,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로 바뀌며, 모든 입자들의 속도가 역전된다면, 그들은
똑같습니다 이것을 CPT정리라 합니다 아울러 그것은 어느 합리적인 이론의 내부에서
성립되어야 할 기본가설의 결과입니다 그렇지만 지구와 나아가서 태양계 전체가
반양자나 반중성자 없이 양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실은 입자와 반입자의
간의 그와 같은 불균형이 우리들의 존재에 필요한 또 다른 '사전'조건입니다 만약
태양계가 입자와 반입자의 숫자가 똑같은 혼합물이라면, 모두가 서로 소멸복사가
탐지되지 않음으로 우리 은하계는 반입자가 아니라 전적으로 입자로 구성되어
있음직하고, 우주전체로서는 10^45^8개의 광자의 약 1개 입자 꼴로 반입자보다
입자들이 많으리라 보고 있습니다 인류원리를 끌어대어 이 현상을 설명하려고 시도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대통이론들이 그 불균형을 설명할 수 있는 기작의 구실을 합니다
일체의 상호작용들이 C(반입자로 입자를 대체한다), P(오른손잡이를 왼손잡이로
바꾼다), 그리고 T(시간의 방향을 역전시킨다)를 결합했을 때에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T만을 조건으로 할 때에는 상호작용들이 변할 수 있습니다 초기 우주에서는
팽창에 의해 주어지는 시간의 화살표가 아주 뚜렷하고, 이 가운데서 상호작용은
반입자들보다는 입자들을 더 많이 산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숫자는 모델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관찰결과와 일치한다고 해서 대통일론을 확인해
준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까지는 물리적 상호작용의 첫 세 범주들, 강핵력과 약핵력 그리고 전자기력의
통일에 거의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넷째요 마지막 인자인 중력은 그동안
소홀히 해왔습니다 이를 정당화하는 논거가 하나 있습니다 중력은 너무 약해서
양자중력 효과는 입자 가속기의 그것보다 훨씬 큰 입자 에너지 수준에 이르러야만
비로서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력은 재규격화할 수 없다는 게 또 다른 논거가
됩니다 유한 해답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무한개의 무한 뺄셈을 하고, 그에 상응하는
무한수의 불확정 유한잔여를 남겨야 합니다 아무튼 완전한 통일된 이론에
도달하려면, 중력을 포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더 나아가서 고전적 일반 상대성
이론은 중력장이 무한히 강력한 시공의 특이점들이 있으리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특이점들이 있으리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 특이점들은 과거에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주 팽창의 시발점(빅뱅)에 있었고, 미래에는 항성들과 우주 그 자체의 중력붕괴가
있을 때 발생한 것입니다 특이점들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고전적 이론이 무너지게
되리라는 시점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력장이 강력하여 양자중력 효과가
중요한 역할을 할 때까지는 고전이론이 무너질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중력의
양자론은 초기우주를 서술하고, 인류원리에 의지하지 않고 원초적 조건을 설명하려 할
경우에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와 더불어 위에서 말한 이론은 다음과 같은 의문에 해답을 내릴 때에 필요합니다
시간에 실제로 시작이 있으며, 고전적 상대성 이론이 예측한 대로 끝이 있는가? 혹은
빅뱅과 빅크런치의 특이점들이 양자효과에 의해서 밖으로 분산되었는가? 시간과
공간의 구조 그 자체가 불확정성 원리의 지배를 받고 있을 때에, 잘 정리된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특이점들이 여전히 존재할 개연성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일정한 수학적 의미에서 그들을 지나 시간을 계속해서
밀고 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의식이나 측정능력과 연관지은 주관적 시간개념은
종말을 고하게 될 것입니다
중력의 양자론을 도출하고, 그것을 다른 세 범주의 상호작용들과 통일할 수 있는
전망이 있는가? 초중력supergravity이라는 일반 상대성의 연장선 상에 가장 큰 희망을
걸 수 있을 듯합니다 여기서 중력 상호작용을 실어나르는 스핀2 입자 중력자가
이른바 초대칭성 변환에 의해서 여러 개의 다른 저 스핀 장과 연관지어집니다 그와
같은 이론은 한층 큰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즉, 그것은 2분의 1정수 스핀 입자들이
대표하는 "물질"과 정수 스핀 입자들이 대표하는 "상호작용들"을 가르는 낡은
이분법을 씻어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양자론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무한인자들은
서로 상쇄하는 큰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모두 상쇄되어 어떤 무한 뺄셈도
없는 유한이론이 나오게 될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중력을 포함하는
이론들은 유한하거나 비재규격화하는 것을 입증할 수 있기 바랍니다 다시 말해 어떤
무한 뺄셈을 해야 한다면, 무한개의 뺄셈을 해야 하고 그에 따라 무한개의 불확정적
나머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초중력의 모든 무한 요인들이 서로 상쇄하여
소멸된다면, 하나의 이론이 도출될 수 있습니다 그 이론은 일체의 물질입자와
상호작용들을 남김없이 통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확정 재규격화 매개변수들이
전혀 없다는 뜻에서 완전하기도 했습니다
중력을 다른 물리적 상호작용과 통일하는 것은 고사하고, 아직 중력의 양자론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론의 특징이 무엇인가를 가늠할 수는
없습니다 그 중 하나가 중력이 시공의 원인구조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습니다 말을 바꾸어, 중력은 어느 사상들이 인과적으로 서로 연관되어 있는가를
결정합니다 일반 상대성의 고전이론에서 이와 같은 본보기의 하나가 블랙홀입니다
블랙홀은 중력장이 대단히 강력하여 어떤 빛이나 신호도 그 안으로 끌려 들어간 뒤
외부세계로 달아날 수 없는 시공의 부위입니다 블랙홀에 가까운 강렬한 중력장이
입자와 반입자의 쌍을 만들어 내고, 그 중 하나가 블랙홀에 빠지면, 다른 하나는
무한대의 공간으로 달아납니다 달아나는 입자는 블랙홀이 내뿜는 것 같아 보입니다
블랙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관찰자는 나오는 입자들만을 측정할 수 있고, 구멍으로
떨어지는 입자는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들어가고 나오는 입자들의 상관관게를 밝힐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나오는 입자들은 불확정성 원리와 으레 연관되는 정도 이상의
무질서 혹은 예측 불가능성을 띠게 됩니다 정상상태에서 불확정성 원리는, 어느
입자의 위치나 속도 '또는' 하나의 위치와 속도의 결합을 결정적으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림잡아 결정적 예측을 할 수 있는 능력은 반으로 줄어듭니다
그러나 블랙홀이 방출하는 입자의 경우에는 블랙홀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방출입자들의 위치와 속도의 '어느 쪽도' 결정적으로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기껏해야 입자들이 일정한 양식으로 방출될 확률을 말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설령 통일론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통계적 예측을 할 수 있을 뿐입니다
아울러 우리들이 관찰하고 있는 독특하고 유일한 우주가 있다는 우주관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대신 일정한 확률분포를 갖춘 모든 우주가 존재할 수 있는
조화로운 우주상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와 같은 가설이 거의 완벽한 열평형(
열평형: 온도가 다른 물질을 접촉시켰을 경우에 열이 흐르다가 같은 온도가 되었을 때
열의 유동이 정지된 상태) 속의 빅뱅으로 우주가 시작된 이유를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열평형은 미시적 배열의 숫자가 극대화하고, 그에따라 확률이 최대값에 이릅니다
볼테르의 철학자 팡글로(팡글로 Pangloss: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에 등장하는
철학자로 볼테르가 맞서 싸웠던 철학자 라이프니츠의 사상을 의인화한 인물이다)의
말을 빌린다면, "우리들은 가능성이 있는 모든 천체 가운데서도 가장 확률이 높은
세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다지 머지 않은 장래에 우리들이 완전한 통일 이론을 찾아낼 수 있는 전망은
어떻습니까? 관찰의 거리를 단축하고 에너지를 높일 때마다 새로운 구조층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20세기 초에 3*10^45,35^2 전자볼트의 전형적인 에너지 입자가 등장하는
브라운(브라운 운동: 액체중에 부유하는 고체 미립자가 행하는 복잡하고 불규칙한
운동으로 1827년 영국의 식물학자 브라운 Brown이 발견했다) 운동이 발견되어 물질은
연속적이 아니라 원자로 구성되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뒤 얼마 되지 않아 분할할
수 없다고 생각되던 이 원자들이 몇 전자볼트급 에너지를 지니고 원자핵 주위를
돌아가는 전자로 이루어졌음이 드러났습니다 원자핵은 다시 이른바 소립자들이라는
양자와 중성자로 구성되고, 그들은 10^45,35^6 전자볼트급의 핵띠에 의해 한데 묶여져
있습니다 이렇게 흘러가는 이 이야기의 마지막 일화는 양자와 중성자가 전자볼트급의
띠에 묶여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요즘 거대한 장치를 만들고 엄청난 자금을
들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실험을 한다는 것은 이론 물리학이 벌써 얼마나 많은
업적을 올렸는가를 말해주는 찬사라 하겠습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에너지가 점차 높아감에 따라 구조층의 무한연속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은 모택동 사망 직후 4인방 치하의 중국에서는
상자 안의 상자라는 무한 역행관이 공식 이데올로기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력에는 한계가 있어 10^45,35^33cm라는 지극히 짧은 거리나 10^45^25
전자볼트라는 지극히 높은 에너지 수준에서만 드러납니다 이보다 더 짧은 거리에서는
시간-공간이 매끈한 연속체로서의 행동을 멈추고, 중력장의 양자요동으로 말미암아
거품 덩어리 구조가 됩니다
현재 우리들의 실험한계는 약 10^45^10 전자볼트이고, 중력단절은 10^45^28
전자볼트에서 일어납니다 이 사이에는 아직도 파헤쳐지지 않은 아주 큰 영역이
있습니다 대통일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방대한 중간지대에 한두 개의 구조층
밖에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에 고지식한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낙관해도 좋은 근거가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중력이 어느 초중력 이론
안에서만 다른 물리적 상호작용과 통일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와 같은
이론들의 숫자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거기에는 이른바 N=8 확장
초중력이라는 최대이론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중력자 1개, 중력미자라는 스핀 2분의 3
입자 8개, 스핀1 입자 28개, 스핀 2분의 1 입자 56개, 그리고 스핀0입자 70개가 들어
있습니다 이들의 숫자가 많기는 하지만 강핵력과 약핵력 상호작용에 있어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입자들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가령 N=8이론에는 스핀
1입자 8개가 들어 있습니다 이들은 강한 상호작용을 운반하는 4개의 입자 중 2개를
설명하기에는 충분하지만, 다른 2개를 남겨두게 됩니다 그러므로 글루온이나 쿼크와
같은 관찰된 입자들의 상당수 또는 대부분은 그 순간의 인상과는 달리 사실상
소립자가 아니고 기본적인 N=8 입자들의 묶인 상태라 해야 할 것입니다 가까운 장래에
이 복합구조들을 탐사할 만큼 강력한 가속기가 나올 가능성이 없고, 특히 현재의
경제추세로 미루어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나올 가망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장치가 없더라도 할 일이 있습니다 잘 규정된 N=8 이론에서 이와 같이 묶인 상태들이
나온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지금 또는 가까운 장래에 접근할 수 있는 에너지 수준에서
실험하여 여러 가지 예측결과를 내놓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전자기력과 강핵력
상호작용을 통일하는 살람-와인버그 이론의 처지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이
이론에 바탕을 둔 저에너지 예측들이 관찰결과와 아주 잘 들어맞고 있어,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에너지 수준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으면서도 그 가치가 널리
인정되고 있습니다
우주를 서술하는 이론에는 분명히 구분되는 무엇이 있어야 합니다 고안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만 머물러 있는 다른 이론들과는 달리, 바로 이론이 살아 움직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N=8 초중력 이론이 특별한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1. 4차원적이고
2. 중력을 포함하고 있으며
3. 무한 뺄셈을 하지 않고 유한할 수 있는
오직 하나뿐인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매개변수 없는 완전한 이론을 갖추려
한다면 제3의 성질이 필요하다고 나는 늘 지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인류원리에
호소하지 않고 제1과 3을 만족시키되 중력을 포함하지 않는 일관된 이론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우주 안에서는 복잡한 구조들이 발달하는 데 필요한 큰
집합체로 물질을 한데 모을 인력이 모자랍니다 시공이 4차원이라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문제는 으레 물리학의 영역밖에서 논란을 빚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도 역시
그럴듯한 인류원리적인 논거가 있습니다 시공 3차원-즉, 2개의 공간과 1개의 시간-은
분명히 복잡한 유기체를 위해 모자라는 점이 있습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만약
공간이 3차원 이상이라면 태양 주위의 행성궤도들과 원자핵 둘레의 전자들은
불안정하고, 나선을 그리며 안으로 떨어지는 성향을 보일 것입니다 시간의 차원이
1개 이상일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나로서는 그와 같은 우주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지금까지 나는 궁극적인 이론이 있다는 뜻을 비쳤습니다 과연 사실일까? 거기에는
적어도 세가지 가능성이 있습니다
1. 완전한 통일이론이 있다
2. 궁극적인 이론은 없다 그러나 어느 이론의 사슬을 따라 멀리 따라가기만
한다면, 어느 특별한 범주의 관찰들을 예측할 수 있는 이론들이 무한히 잇달아 나올
것이다
3. 이론이란 없다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는 관찰을 서술하거나 예측할 수 없고,
그마저 자의적이다
세번째 견해는 17세기와 18세기의 과학자들에의 대항논리로 나왔습니다 "감히 누가
하느님이 마음을 바꿀 자유를 규제할 법칙들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도
거리낌없이 그들은 이론을 구상했고, 하느님의 형벌을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에
와서 제 3의 가능성을 우리들의 도식안에 포함시켜 효율적으로 문제를 제거했습니다
본질적으로 양자역학은 우리들이 알지 못하고 예측할 수 없는 대상을 다루는
이론입니다
제2의 가능성은 에너지가 점차 올라감에 따라 무한히 계속되는 구조들의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플랑크 에너지 10^45^28 전자볼트에서 단절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므로 제1의 가능성만이 남게
됩니다 현재로서는 N=8 초중력 이론이 시야에 들어오는 유일한 후보입니다 이 뒤 몇
년사이에 중대한 계산이 나오고, 그에 따라 그 이론도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그 이론이 이같은 시험을 통과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필요한 예측을 할 수 있는 계산법이 개발되고, 국소
물리법칙들만이 아니라 우주의 원초적 조건을 설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지적한
과제들은 이후 20년 동안 이론 물리학자들에게 가장 두드러진 문제거리가 될 것입니다
나는 그들에게는 그 이상의 시간적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보내면서 나의
말을 끝맺고자 합니다 지금 컴퓨터는 연구에 아주 쓸모있는 보조장치가 되고 있지만,
그 방향은 인간정신이 지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의 컴퓨터 발달속도의 연장선
상에서 생각해보면, 컴퓨터가 이론 물리학자의 자리를 물려받을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습니다 비록 이론 물리학은 아니더라도 이론 물리학자들의 끝은 눈앞에 다가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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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데이비스 그리고 스티븐 호킹
위 두 분의 우주물리학계 거장들을 통해서
나와 신과 우주의 관계를 새로 정립해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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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는 님에게 존경과 동시에 한숨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