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에 빠진 친구로부터 카톡이 왔다.
‘시와 삶과 노래’ 링크였다. 링크에 들어가니 아코디온 시인 이동순, 연탄 시인은 아닌데 그렇게 불리는 안도현 시인,
그리고 아직은 좀 낯선 배일동 명창이 소개돼 있었다.
망설이지 않았다. 이상기 대표와 소통했다. 인터뷰를 통해 나는 합격(?)했고, 아내 또한 격하게 동의하여 달렸다.
차를 바꾼 뒤 첫 차박이라 긴장하여 여장을 챙겼다.
두 분에게 사인을 받으려 시집을 주문했으나 도착이 늦어 접었다.
예의가 아니라고 믿어 참 미안했다. 행사 후 사인회가 없어 아쉽고 다행이었다.
# 1부
사돈지간 두 시인의 시와 삶이 설파됐다.
인터넷으로 강연으로 익히 알고 있는 내용도 많았다. 그래도 직접 들으니 새롭고 감흥이 넘쳤다.
이건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토크 중 이동순 시인이 아코디온 연주를 예정했는데, 약속을 어기고 손주에게로 갔다.
맞다. 원망은 말자. 언젠가 좋은 날은 또 있으니까.
아아, 배일동!! 서울로 가는 전봉준과 개밥풀꽃을 즉석에서 소리로 뽑아내니 시와 소리는 참으로 하나로구나 새겼다.
진행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공부를 했을까. 배일동의 사진은 그가 내는 소리와 동격이다.
어린 시절부터 사진에 빠진 내게 배일동의 렌즈 운용과 작품성은 소통으로 확인할 소중한 실력이다.
늦게 도착한 박창준 고수, 이 사람의 춤사위와 소리와 북 장단, 그 내공을 사진으로 담았으나 함량 미달이다.
청중을 녹이고도 남을 위대한 달란트여!
# 2부
엘크 서용호와 박상설 선생님의 육개월 인연이 영상으로 융합됐다.
주말농과 레저 생활로 산책, 캠핑, 등산을 하라는 선생님의 소망을 들었다.
현재 나의 생활은 주말농이 아리라 일상농이고 산책, 캠핑, 등산은 수시 진행이니 마음이 놓였다.
문화 살롱, 문화 공동체로 선한 영향력을 주라는 말씀 또한 내 삶의 버킷 리스트다.
나는 이미 산골 공동체를 마련했으므로 이를 산골 문화로 승화하고픈 소박한 바람이 춤을 춘다.
독서하고 글쓰기. 이 또한 실천 중이어서 기분이 좋았다.
박상설 선생님을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생전 육성으로 지행합일을 지향했을 터!
자연과 더불어 읽고 쓰는 내 일상을 말로 표현하면 천박해진다.
천국, 유토피아, 극락, 무릉도원. 성현들의 지향점이 바로 여기라고 믿으며 조고각하를 명심하며 산다.
선생님의 유족과 선생님의 멘티님들이 정성을 모아 모꼬지를 마련했다.
먹고 마시는 동안 하늘을 보았다. 희고 큰 뭉게구름이 능선을 넘고 있었다.
거기에 선생님 얼굴을 그려 넣었다. 어찌나 환하게 웃으시는지 주변 구름이 화들짝 놀라 산 아래로 숨었다.
# 3부
시와 삶과 노래가 펼쳐졌다.
동해 바다가 북두칠성 국자주에 담겨 요술을 부리더니 모두를 신선으로 만들었다.
테이블 여러 개가 하나였고, 하나의 테이블에서 모두가 하나였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쟁쟁한 분들이 저 마다의 시와 삶과 노래를 설파하고 열창했다.
나는 감히 배일동 명창 앞에서 사설시조 첫 장을 읊조렸다.
경찰 공무원으로 일하시다 시조창에 빠져 여생을 보낸 선친 덕에 어설픈 강아지가 되었다.
‘기러기 떼떼 많이 앉은 곳에 포수야 총 함부로 놓지를 마라’. 선생 노릇하며 명심했던 말이다.
학급의 기러기 학생들 앞에서 포수인 내가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신념! 아버지의 큰 가르침에 지금의 내가 있다.
아아, 유재철 선생님의 죽음 이야기는 두고두고 가슴에 남는다.
‘염장이로서 최선의 끝은 어디인가’라는 나의 질문에 멈칫하시곤 대답을 이어가셨다.
함께 했던 분들이 그 대답을 들었을 테니, 여기서 잠깐! 퀴즈 하나 낸다.
<문제: 선생님께선 약간 길에 답변했지만 결국 네 음절로 요약했다. 무엇일까? 0000>
함께 하며 느낀 점을 요약하는 것은 엄청난 기억을 요구한다.
돋보였거나 헛보였거나 모두가 같은 사람들이었다.
다행히 웬만한 말씀을 영상으로 남겼으니 장대비가 내려 밖에 못 나가는 날, 찬찬히 되새겨 보리라.
# 마무리
내가 사는 인근, 장전 계곡 끝자락에 ‘발심사(發心寺)라는 절이 있다.
발심이란 ’불도를 깨닫고 중생을 제도하려는 마음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이 문장에서 나는 ‘마음을 일으킨다’에 방점을 찍는다.
박상설 선생님은 우리에게 발심과 함께 실천궁행을 전하고 가셨다.
나는 사람으로부터 발심했고,
이상기 대표로부터 ‘발기(發起-새로운 일의 시작이나 단계의 설립 따위를 앞장서서 일으킴)’를 보았다.
시와 삶과 노래가 없이 죽은 사람을 염장이 유재철 선생님께서 염한다면 마음이 불편하실 듯하다.
시와 삶과 노래가 있어 참 아름다운 모꼬지였다. 나는 발기해서 상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