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문학가
신경림
농경 사회의 풍물과 정서
26世 응식(應植)
☞ 父 : 태하(泰夏) 祖父 : 도석 (道錫)귀파(龜派)직장공파(直長公派)
아주신씨(鵝州申氏)
『농무』
멸실의운명 앞에 놓인 농경 사회의 풍물과 그 음영을 인류학자적인 시선으로 관찰하고 사실적 언어로 그려낸 신경림(申庚林, 1935~ )의 『농무(農舞)』는 1973년에 자비 출판으로 나왔다가 이듬해인 1975년에 ‘창작과비평사’에서다시 출간된다. 『농무』는 ‘창비 시선’의 제1권이다. 그것은 ‘창비 시선’이 추구하는 이념으로 볼 때 썩 잘 어울린다.
신경림은 1935년 봄 충북 충주군 노은면 연하리에서 4남 2녀의 맏아들로 태어난다. 본명은 응식(應植)이고, 경림은 문예지에 작품을 투고하던 시절부터 쓰던 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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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산에 대하여
이 시는 낮은 산의 모습과 행동을 통해 가치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대다수의 서민들의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의 핵심적인 소재는 ‘낮은 산’이다. 화자는 ‘산’에 인격을 부여하여 표현함으로써 ‘낮은 산’을 친근한 존재로 그리고 있다. 화자는 산이 모두 크고 높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며 ‘낮은 산’에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낮은 산’은 타인을 배려하고 소박한 기쁨을 누릴 줄 알며,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재미를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낮은 산’의 모습은 화자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며, 이를 통해 화자는 인간적인 삶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수록교과서 : (국어) 미래엔
☞농무(農舞)
이 시는 농촌의 절망적인 현실을 사실적이고, 극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이 시에는 ‘농무(農舞)’라는 놀이가 등장하나 이것은 즐거움으로 충만한 것이 아니다. 농무는 농민들의 한풀이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학교 앞 소줏집에서 술을 마시는 농민들에게 밀려오는 것은 허탈감뿐이다. 삶에 대한 그들의 인식은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와 ‘이까짓/산 구석에 처박혀 발버둥 친들 무엇하랴’ 라는 구절을 통해 극명하게 나타난다. 그들은 허탈감과 원통함, 울분을 안고 농무를 추면서 쇠전을 거쳐 도수장까지 이르게 되는데, 여기에서 그들이 지닌 한(恨)은 ‘신명’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여기에서의 ‘신명’은 분노를 삭이면서 형성된 역설적인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겉으로 흥겨운 축제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이 시는 당대의 사회적 현실을 문학적인 방식으로 고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우리는 농민들의 처절한 몸짓을 보며 자연스럽게 그들의 울분과 한의 정서에 공감을 하게 된다. *수록교과서 : (문학) 천재(김윤식), 미래엔, 비상(한철우), 상문
☞동해 바다-후포에서
이 시는 화자가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자기 성찰을 통해 바람직한 삶의 태도를 지향하는 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1연에서 화자는 타인에게는 엄격하고 자신에게는 너그러웠던 자신의 지난 삶을 반성하고 있다. 화자는 이러한 자신의 잘못된 태도를 ‘작고 굳은 돌’에 비유하면서 반성하고 있다. 2연에서 화자는 ‘동해 바다’의 넓고 푸른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깨닫는다. 그 동안의 삶의 태도와는 반대로 타인에게는 너그럽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화자는 이러한 삶의 태도를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동해 바다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데, 바다의 넓고 깊은 모습을 통해 타인에게 너그럽고 포용력 있는 삶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모습을 통해 자신을 엄격하게 대하는 자기 단련의 태도를 형상화하고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비상(우한용)
☞장자를 빌려-원통에서
이 시는 화자가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본 삶의 모습과 속초, 원통에서 바라본 삶의 모습을 대조하여 독자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제시하는 작품이다. 설악산 대청봉 위에서 화자는 세상과 인간 삶의 모든 것을 다 알 것 같은 자만심에 사로잡히지만, 산 아래로 내려와 복잡하고 고단한 삶을 직접 겪으면서 이내 자신의 생각이 경솔했음을 깨닫는다. 이를 통해 이 시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삶의 진실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지학/(고전) 해냄
☞이제 이 땅은 썩어만 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시는 환경 오염으로 파괴된 지구의 모습을 통해 생태계 파괴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환경 오염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하여 독자에게 섬뜩한 느낌을 주고 있다. 화자는 이러한 환경 오염이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문제이며, 심지어 시베리아나 원시림 같은 오지도 환경 오염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말하고 있다. 화자의 비판적 인식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핵 개발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경고로 이어진다. 환경 오염은 이 땅을 썩게 하지만, ‘핵’은 지구의 모든 존재를 순식간에 없애 버릴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물질이다. 이제 우리는 환경 오염뿐만 아니라 지구 멸망까지 걱정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이 시는 경고하고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창비
☞나무를 위하여
이 시는 함께 힘을 합쳐 외부의 시련을 이겨 내는 ‘나무’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약자인 민중들의 모습을 떠올리고, 그들이 고난을 극복하여 마침내 승리하리라는 긍정적 전망을 그린 작품이다. ‘어둠’과 ‘비바람’ 앞에서 ‘작은 손’들을 서로 잡고 숨죽여 흐느끼면서 그 고통을 감내하는 ‘나무’의 모습은 시련 앞에서 조용하고 묵묵히 그 고통을 인내하는 민중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더 나아가 오히려 그 고통을 자양분 삼아 뿌리와 몸통을 더욱 굳건히 하고, 결국엔 그들이 열망하는 가치들을 쟁취하리라는 긍정적 전망은 민중들의 염원이자 시인의 염원이기도 하다. 특히 이 시에서는 ‘나무’의 외양 묘사를 통해 민중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고, 상징적 시어가 활용되어 시의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짓궂은 이웃’은 사회적 강자인 지배 계층을 의미하는 것으로, ‘나무’로 상징되는 민중들에게 조소와 상처만을 안기는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나무’가 이뤄내는 결실인 ‘꽃과 열매’는 민중들이 갈망하는 자유와 행복을 의미한다.
☞파장(罷場)
이 시는 어느 시골 장터에서 만난 농민들의 애환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진솔하고 토속적인 묘사로 압축하여 표현한 작품으로, 향토적인 정취를 서정적으로 잘 형상화하고 있다. 또한 향토적인 언어와 비속어 등 일상적인 언어를 적절하게 구사하여 생동감과 현장감을 느끼게 하는 시이기도 하다. 평범한 우리네 이웃들이 모이는 시골의 장터는 항상 흥겹다. 그리고 이 장터는 농민들이 자신들의 삶의 팍팍함을 토로할 수 있는 장(場)이 되기도 하고 서로 간에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여기저기 둘러앉거나 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가 농사 짓기의 어려움이나 빚뿐인 농촌의 얘기에는 모두 서울로 뜨고 싶은 마음만이 앞선다. 이런 울적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은 자포자기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은 파장 무렵의 장에서 이것저것 집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 가지고, 달이 환한 마찻길로 접어들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시 집으로 향하게 된다.
☞목계 장터
이 시의 제목이기도 한 ‘목계 장터’는 1910년대까지 중부 지방 각종 산물의 집산지로서 남한강안(南漢江岸)의 수많은 나루터 중 가장 번창했지만, 일제 식민지 수탈 정책의 일환으로 충북선이 부설되자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한 곳이다. 시인은 바로 이 ‘목계 장터’를 공간적 배경으로 삼아 점차 붕괴되어 가고 있는 농촌 사회 속에서 떠돌이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민중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방랑과 정착의 이미지가 두 축을 이루고 있다. 1~7행은 ‘구름’, ‘바람’, ‘방물장수’ 등의 시어가 지니는 방랑의 이미지들을 통해 떠돌이의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운명에 대한 화자의 인식이 드러나있다. 8~14행은 정착의 이미지를 지니는 ‘들꽃’, ‘잔돌’의 시어를 통해 정착한 삶에 대한 화자의 미련을 드러내는 한편, 떠돌이로서 느끼게 되는 고달픈 삶의 애환과 휴식에 대한 소망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15~16행은 방랑과 정착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방랑과 정착의 기로에 서 있는 농촌 공동체의 삶을 상징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구성면에서는 1~7행, 8~14행이 유사한 맥락으로 이루어져 있고, 15, 16행은 1, 2행과 8, 9행을 변주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안정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민요조의 4음보 가락과 ‘-하고’, ‘-하네’, ‘-라네’등의 어미를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생동감 있는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가난한 사랑 노래
이 시는 가난하기에 평범한 삶마저 포기하고 살아가야 하는 농촌 출신 노동자의 삶과 애환을 노래한 작품이다. 집 뒤에 감나무가 있는 농촌 출신의 시적 화자는 물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에 고향을 떠나 노동자로 생활하지만, 생활에 쫓겨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움과 사랑 등을 느낄 여유가 없다. 그러나 화자는 가난하지만 외로움도, 두려움도, 그리움도, 사랑도 다 알며, 또 가난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한단든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않으려는 믿음과 진실됨이 있기에, 그는 자포자기하거나 현실을 비정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러기에 비극적인 현실이 가난한 사랑 노래로까지 승화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정신, 김수영
비평문. 이 글은 시인 김수영에 대한 평가와 김수영 시 읽기에 대한 관점을 바탕으로 올바른 시 읽기의 자세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글쓴이는 다른 이의 견해를 인용하면서 심미적 비평을 제시하고 있다. 시 ‘눈’에서는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의 선명하고 극적인 대비를, ‘폭포’에서는 정치적 상황에 대한 선명한 발언과 치열한 정신을,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에서는 소시민의 갈등과 고뇌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김수영의 유고 시 ‘풀’의 전문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감상과 평가를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중심으로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이 글의 특징이다.
갈대 _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아직은 울음을 밖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점점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게 지겨워지고 있다. 갈대처럼 속으로 울게 되는 날은,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찾아올 것 같다.
학창 시절에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는 갈대가 애처로웠는데, 이제 보니 갈대는 그 때의 나보다 훨씬, 심지가 굳은 생명이었다. 목 놓아 울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애써 무덤덤한 척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더 ‘솔직한 어른’처럼 느껴졌다.
은어로,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나 할까. 속으로 우는 걸 멋지다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단단함에 난 그저 쳐다볼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