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갓집 가는 길
왕태삼
그런 날은 한겨울이라도 봄날이지
무화과나무가 늘 내려다보는
깊은 샘물에선 모락모락 김이 났다
쪼그려 앉은 무릎 위로
어머니는 날 거꾸로 눕히고선
무화과나뭇잎만 한 손바닥으로
내 까까머리를 맵차게 감겨주셨다
땟물에 전 낯바닥도 아프게 씻겨주셨다
그 순간
새파란 하늘이 열리고
두둥실 솜구름은 남으로 흘러간다
산 따라 물 따라 외갓집 가는 길
좋아라 애기나비처럼
나의 등을 떠미는 높새바람이
내 눈길을 낚는 물고기들의 불꽃놀이가
내 손을 붙잡는 모르는 나뭇가지들이
가난한 어머니의 속은 몰라도
외삼촌처럼 낯설고
외숙모처럼 따스한 꽃샘 길
우르르 낯선 강아지들이
외사촌들보다 먼저 꼬리치며
나의 냄새를 핥아주던 너른 들 광평마을
어느새
억새꽃 날리는 늙은 그 길을 또 걷는다
내 유년의 잠꼬대가 조약돌처럼 웃고 있는
소풍 길 외갓집 가는 길
늘 새색시 목련꽃 살던 한 잎의 부고장 고이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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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삼시 ☞
외갓집 가는 길
왕태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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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5 03:0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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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도는 길
구불구불 신착로
덜컹거림에 울렁이던 차멀미
그 싸한 차냄새
교수님의 외갓집과 크게 다름바 없는
나의 외갓집과 외가식구들
오늘따라 보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