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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사오십대 쉼터 원문보기 글쓴이: 영변약산
예부터 자원이 풍부하고 산수가 좋아 만세보령(萬世保寧)이라 일컬어진 충남 보령. 백제의 유구한 역사와 서해 바다의 넉넉한 풍경, 근대문화유산를 두루 갖춘 천혜의 고장이다.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보령에서 겨울의 낭만을 느껴보았다.
보령 북부권의 모든 길은 오천과 통한다는 말이 있다. 백제 때부터 보령의 주요 항구와 군항 역할을 해온 오천항 덕에 생긴 말이다. 오천항은 천수만에 깊숙이 자리해 방파제가 필요 없는 항구다. 육지와 바다에서 눈에 띄지 않아 고려시대부터 군선(軍船)이 머물렀고, 조선시대에는 충청수사영으로 군선(軍船) 100여 척이 항시 정박했다.
백제 이후 외국과 통하는 주요 항구였던 오천항은 이제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보령의 작은 어촌항으로 남았다. 하지만 간재미와 키조개, 오징어, 주꾸미가 많이 나 지금도 사시사철 낚시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배를 대절해 근해로 떠나는 낚시꾼도 적지 않다. 작지만 알찬 항구이다. must Eat
오천항 키조개의 깊은 맛 바다에서 내공을 키운 맛이랄까. 한입을 베어 문 키조개 회에서 깊은 단맛이 배어 나온다. 다른 조개류와 비교도 못할 만큼 부드럽다. 우윳빛 관자는 담백하면서 연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고, 꼭지 부분은 짭짤하면서도 쫄깃하다.
“머구리들이 바다서 직접 땅게유, 싱싱하고 쫄깃한 것이 양식은 암만 해도 못 따라가쥬. 사람들이 마트 가면 양식 키조개가 싸긴 싼디, 여그 맛은 절대로 안 난다고 오천항이 젤이라고 하더라구유. 겨울엔 바다가 속이 찬게로 키조개가 살이 쫄깃쫄깃혀서 더 맛나유.” 키조개 전문점‘수영성’을 운영하는 오천토박이 강영숙 사장의 말이다. 산란기를 끝낸 키조개는 가을철 살이 오르기 시작해 겨울이 되면 통통한 패자에 쫄깃함이 더해진다. 키조개란 이름은 조개의 모양새가 곡식을 고르는 키(챙이)를 닮았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어른 손바닥보다 크며 은은한 광택이 도는 키조개는 다른 조개류보다 아연과 칼슘, 철이 많이 들었고, 단백질과 타우린이 풍부하다. 정혈(精血)작용을 해서 피로 회복에 탁월하고 피부 미용과 산후조리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키조개는 요리법이 다양해서 회, 무침, 구이, 샤브샤브, 죽, 미역국으로도 먹을 수가 있다. 여러 재료의 식감이 어우러진 회무침도 인기지만, 쇠고기와 곁들여 살짝 구워 먹으면 키조개의 단맛이 배가 되어 별미를 맛볼 수 있다. 겨울이 되어 맛이 오른 키조개의 무한한 변신 속에서 최고의 키조개 요리를 고르는 것은 식도락의 큰 즐거움이다.
키조개로 배를 채운 다음엔 구대천역 정류장에서 무천포행 버스를 갈아탄다. 다음날 아침에 있을 ‘신비의 바닷길’을 보기 위해서이다. 대천은 전국 유일의 조각분 해수욕장이 자리한 곳으로 현재는 보령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구대천역 정류장엔 장을 본 보따리를 가득 든 사람이 천지이다. 멀리서 대천까지 일 보러 나온 사람들이다. must enjoy
서해 바다의 숨은 보물 찾기 무창포해수욕장은 1928년 서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해수욕장이다. 보령시 웅천읍 관당리에 위치한 이곳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음력 보름과 그믐경에 해수욕장과 건너편 석대도까지 물 갈라짐 현상이 일어난다. 속칭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한 달에 두 번 물이 크게 빠지면 바다 속 지대가 높은 곳이 드러나 석대도까지 1.5km의 바닷길이 훤히 열리는 것이다.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면 굴이며 조개, 바지락을 사철 잡을 수 있습니다. 굴은 겨울이 제철이라 지금 바닷길에 가면 맛이 오른 자연산 굴을 캘 수 있죠.” 독한 성격 덕분에 살아난 게가 금세 바위 뒤로 숨는다. 사람들은 바다 품에서 드러난 게와 굴, 고동, 쏙, 조개를 잡느라 분주하다. 바다가 여기저기 숨겨놓은 보물찾기이다. 열린 바닷길을 건너며, 사람들이 체험하는 것은 단순한 갯벌이 아니다. 사람 곁에서 늘 제 품을 허락해준 서해 바다의 넉넉한 나눔이다. 휴가철이나 가을의 축제마저 끝난 이맘때쯤이면 인산인해를 이룬 구경꾼에 치일 걱정은 없다. 숙박 요금도 비수기 요금이라 다른 계절보다 저렴해진다. 보령시는 숙박요금 사전 신고제를 운영하므로 보령시청 문화관광과 홈페이지에서 미리 숙박업소 요금을 고지하고 가는 것이 여행 예산을 짜는 데에 도움이 된다. 바닷길 열리는 시간을 알고 싶다면 무창포해수욕장 홈페이지나 기상청 홈페이지, YTN의 날씨 정보를 참고하자. 하지만 분 단위로 기술된 인터넷 정보만 믿고 정시에 나갔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되도록 물 갈라짐이 절정에 이르는 날을 전후해 찾는 것이 좋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보다 적어도 1시간 이상은 일찍 나와야 ‘모세의 기적’을 오래 즐길 수가 있다.
must Go
청소역에서 추억의 사진 남기기 찾아가기에 번거로움이 있지만 돌아가는 길엔 청소역에 들러보자. 2006년 등록문화재 제305호로 지정된 오랜 역이다. 문화재청이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전국 12곳의 간이역 중 청소역은 장항선에서 가장 오래된 역으로 희소 가치가 높다.
단층의 나지막한 벽돌 건물과 맞배 형식의 지붕이 근대 간이역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푸른 지붕을 얹은 모습이 자식들에게도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던 어머니의 옥색 저고리마냥 단촐하고 깔끔하다. 1929년 보령시 청소면 진죽리에 처음 들어설 때, 역의 이름은 진죽역(眞竹驛)이었다. 간이역이던 이곳은 1958년 보통역으로 승격했고 1961년에는 역사를 신축하여 지금의 청소역에 이르렀다. 역전으로 나오면 시간 터널을 지난 듯, 60년대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역과 함께 나이든 진죽리, 단층 건물로 이루어진 마을의 전경이다.
Info 대천역 앞 이마트에서 지장골 방향 버스 승차 → 동부아파트 앞 하차, 오천·주교 방면 버스 승차 → 오천항 하차 서해안고속국도광천IC → 단아래사거리 우회전 → 진죽사거리 오천 방향 → 보령화력 방면 좌회전 → 오천항 문의 041-932-2023 ubtour.go.kr 187-239-2541 Info 대천역에서 주교 방면 버스 승차 → 보령요양병원 앞 하차 → 19m 걸어 종합메디컬센터 정류장에서 웅천·무창포행 버스 승차 → 무창포해수욕장 하차
서해안고속국도광천IC → 무창포IC 무창포 방면 → 열린바다로 우회전 → 열린바다1길 좌회전 → 무창포해수욕장 문의 031-936-3561 www.muchangpo.or.kr 295-881-2446 Info 무궁화열차 장항선 청소역 하차 서해안고속국도광천IC 교차로 광천 방면 → 단아래사거리 우회전 → 진죽사거리 좌회전 → 청소역 문의 041-931-2788 ubtour.go.kr 742-316-25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