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창인 파리올림픽 2024의 경기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을 벌일 때,
금메달을 수여하는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나오는 것을 볼 때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연기를 보면서도 수시로 눈물이 흐르는 것은 아마도 이젠
늙어버린 저를 표현하는 습관 아닌 습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나는 경험을 보탰습니다.
석계역 앞에 있는 두산아파트를 지날 때의 일 이었습니다.
제가 눈물이 참 많아졌다는 것을 새삼 느낀 곳은 . . .
마치 정해진 코스인 것처럼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항상 뚝방길을 이용하는데 그곳은
차량의 소통이 적어서 빠르게 달리는 도로가 아닙니다.
주민들이 개천으로 운동을 하거나 산책을 하기 위해 수시로 차로를 건너는 곳이니만큼
빨리 달리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는 곳이고, 그래서 적어도 횡단보도가 있는 곳에서는 무조건 보행자를 우선 생각해야 하는 도로입니다.
그럼에도 다수의 차량들은 횡단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제자리에 묶어두고 자신들이 갈 곳을 향에 쉬지 않고 달리기 일쑤입니다.
아파트 입구의 작은 사거리 횡단보도를 향하는데 제 앞의 4~5대의 차량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기에 저도 조심스레 코너를 돌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 보도에 3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여성과 퀵보드를 꼭 움켜쥐고 서 있는
소년이 있었고, 저는 습관처럼 차를 세우고 먼저 지나가시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제가 다른 사람의 차 안을 보려면 운전자가 잘 보이지 않는데 이상하게도 그 두 사람은
제 손짓이 잘 보였는지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횡단을 시작했습니다.
7살 정도의 남자아이가 엄마를 뒤에 두고 퀵보드를 한 손으로 꼭 지탱하며 걷는가 하더니 엄마를 잠깐 돌아보고는 바로 기다리고 있는 제 차 쪽을 보면서 그 자그마한 왼손을
쳐들더니 멋진 모습으로 엄지척을 날리는 겁니다.
그리고는 아주 이쁜 미소를 제게 보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순간, 저는 오늘 하루의 피로가 모두 날아감은 물론이고 최근 하루도 빠짐없이 33℃를
넘어가는 짜증나는 더위마저도 잊고 말았습니다.
얼마나 귀엽던지 저도 모르게 오른손을 올리며 소년에게 엄지척을 날렸습니다.
‘아저씨 참 멋져요 !’ 라는 소년의 엄지척에
‘네가 우리나라의 참 희망이다 ! 라는 답을 준 것이지요.
두 모자가 안전하게 건너는 것을 확인하고 있는데 소년은 엄마에게 퀵보드를 잡게 하고는 저를 향해 머리 위로 큰 하트를 보내주었습니다.
’이건 뭐지? 어떻게 저렇게 어린아이가 끝까지 저런 행동을 하는걸까?‘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당연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순간, 저는 그 아이의 하트에 홀려서 창문을 자연스럽게 내리고는 소년을 향해 왼손을
번쩍 올려서 흔들어 주었습니다.
소년의 엄마는 우리를 번갈아 보더니 겸연쩍은 듯 제 쪽으로 미소를 던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서로의 이해가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인데
왜 우리들은 사소한 표현들에 궁색한 인심인지요?
아주 작은 배려에도 감사하고, 그 감사의 뜻을 받고는 사랑의 속내를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