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오우가(五友歌)
(총론)
내 벗은 笑와 言과 詩와 書 넷이로다
환하게 밝은 얼굴 그 더욱 반갑구나
두어라 이 다섯에다 더하여서 무얼해
(笑)
사람이 사람되면 얼굴에 고운 웃음
입가에 잔 웃음이 온 얼굴로 퍼져가면
이 보다 보기 좋은 것 어디에서 찾으리
(言)
사람이 사람되면 하는 말이 말씀되고
사람이 잘못되면 말마다 가시돋네
한 마디 천금 일진데 좋고좋은 친구라
(詩)
사람이 사람되면 희노애락 따로없다
이러나 저러하나 내 마음 달랠적에
고금의 멋진 시 한수 시름들이 사라져
(書)
사람이 사람되면 배우고 익힌 바를
글을 써서 나타내니 그 속에 내가 있네
한편의 주옥같은 글 다정스런 내 친구
(顔)
사람이 사람되면 얼굴부터 달라진다
뭇 욕심 내려놓고 하늘 뜻을 받드나니
얼굴의 환한 모습에 보름달도 무색타
<후 기>
일찌기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 선생께서 오우가를 지으셔서 널리 전해 오고 있다.
나이들어 가며 이 오우가를 흉내내어 내 나름대로 오우가를 만들어 본다. 고산선생의
오우(五友)들이 객관적인 자연에서 찾은 벗들이라면, 나의 오우는 사람의 표정과 시와
문장을 주제로 함이 좀 다르다 하겠다.
세월이 갈 수록 나의 벗들은 내 모습을 통해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잔잔한 미소, 부드러운 언어, 소박한 시, 진솔한 문장, 삶의 여정에 늘 밝고 환한 얼굴이
나의 소중한 벗들이다. 주변 벗들이 떠나가도 저들은 늘 내 곁에 머루르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