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통해 구도(求道)의 길을 걸었던 시인이자 소설가인 송기원(사진)이 2024년 7월 31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1947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교 재학 중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다. 스물일곱이던 1974년 신춘문예에선 동아일보에서 시가, 중앙일보에서 소설이 당선되는 등 ‘천재 작가’로 불리기도 했다.
고인은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자기혐오의 감정을 구도적 서사, 탐미적 문장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70, 80년대 군부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을 하며 4차례 투옥됐고, 1990년대에는 인도 등에서 수행자의 삶을 살기도 했다.
고인은 죄책감과 자기 혐오 같은 파괴적 감정을 탐미적인 문장과 구도적인 서사로 승화한 문인으로 평가받기도 하였다. 마지막 장편 소설 『숨』(2021)은 백혈병으로 딸을 먼저 떠나보낸 작중 화자가 초기 불교 수행법과 명상을 통해 고통을 극복하고 평온함에 이르는 과정을 그렸다.
저서로는 소설집 ‘월행’(1979년), ‘다시 월문리에서’(1984년)와 장편소설 ‘너에게 가마 나에게 오라’(1994년), 시집 ‘그대 언 살이 터져 시가 빛날 때’(1983년) 등을 남겼다. 제24회 동인문학상, 제9회 오영수문학상, 제6회 김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에 따르면, 전남 해남에 살며 작품 활동을 하던 고인은 지난 4월 뇌경색이 발병해 쓰러졌다. 이후 대전의 병원으로 옮겨 투병했다. 사위 권민웅씨는 “장인께서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이 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땅에 묻지 말고 전남 보성 고향 바다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기셨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