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주춤 그린다 싶더니 어김없이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후 네 시쯤 광안리에 내가 다니고 있는 정형외과 앞에서 만나자고 한다.
딸의 부름에는 언제나 대기조다. 구름이 해를 좀 가려주긴 했지만, 걷기엔 몹시 무더움을 느끼게 하는 날씨다. 잠깐 기다리니 딸아이가 내 옆으로 와서 선다.
광안리 해변에 전에없던 해바라기 화단이 조성되었는데 꽤 볼만하니 가보자고 한다. 오랜만에 광안리 해변으로 딸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갔다. 회 센터 쪽으로 좀 넓은 공터가 있었는데 그곳에 화단을 조성하여 해바라기를 심어놓았다. 해바라기라면 우선 노란색을 떠올리게 되는데 짙은 자주색의 해바라기가 섞여 있다. 여지 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자주색의 해바라기 꽃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카메라에 담느라 즐거워들 하고 있다. 우리도 사진을 찍기도 하고 찍히기도 하며 한 시간여를 꽃과 어우러져 내가 늙은 이 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꽃밭 속에 마련된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힌 다음 또 어딘가 내게 보여 줄 데가 있다고 한다. 묻지도 않고 따라나섰다. 어느 장난감 가게 비슷한 곳으로 들어가자고 한다. 따라 들어가니 그곳은 스티커 사진을 찍는 곳이었다. 그곳에선 사진을 찍어 바로 현상을 할 수도 있고 또 여러 가지 부품들이 준비되어있어 젊은 이 들이 선호하는 곳이란다.
딸아이 하는 말! 어머니 우리도 한번 해 봐요. 재미있을 거예요. 그리고 추억도 남길 수 있고요. 내 머리에 토끼 머리띠를 씌어주면서 ‘어머니. 예뻐요’ ‘그래?’ 입으로는 그래 를 외치며 마음으로는 ‘제 어미니까 예쁘겠지, 우리들 연배가 보면 망령든 늙은이 취급하겠구먼,’ 이것저것 머리에 씌워주기도 하고 손에 들려주기도 하며 계속 사진을 찍더니 몇 장을 골라 현상을 한다. 딸아이 말대로 재미있었다. 3·4십 분을 웃고 떠들다 그곳을 나와 집으로 왔다.
집으로 와 현상해준 사진을 다시 보니 참으로 좋은 추억거리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벽에 걸어놓고 울적할 때 바라보면 절로 웃음이 나지 않을 수가 없겠다.
오늘도 딸아이 덕분에 매우 행복한 오후를 보내었다. 잠자리에 들면, 꿈속에서도 행복하기만 할 것 같다.
“고맙구나, 내 딸” 편히 집에서 쉬는 사람도 아니고 일을 하는 입장인데 고단함도 제껴놓고 이 어미를 위해 금쪽같은 시간을 내어주어서....... “해바라기가 예쁘다 한들 이 어미를 생각하는 너의 마음 만큼이야 예쁠까?”
첫댓글 해바라기가 다양하고 무척 많네요, 색다르고 너무 좋네요. 긋
옳소, 딸의 마음이 너무 이쁘네요.
감사 합니다. 밤 부터 많은 비가 내린다고 합니다. 피해 없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