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소송을 당하지 않는 비결
저는 크게 아프지는 않지만 경미한 증상의 류마티스성 질환이 있어 몇 개월에 한 번씩 찾는 한 대학병원이 있습니다. 주치의인 권성렬 교수는 진료실 문을 열면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어느 날은 인터넷 검색을 하다 제가 쓴 책을 발견했다며 제가 하는 일에 관심을 보이더니, 어느 때는 산업계의 동향을 묻기고 하고, 읽어야 할 책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권 교수는 환자들과 짧은 대화를 통해 환자들의 사정을 파악하고 기억하여 다음 진료 때 이야기 소재로 삼기도 합니다. 권 교수의 의술이 어느 경지인지는 잘 모르지만 권 교수가 진료하고 처방하고 말해 주는 모든 것에 신뢰가 갑니다. 혹시 이 다음에 의료사고가 난다고 할지라도 이분을 고소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가끔 같은 병원에 장모님을 모시고 신경와과에 갑니다. 그런데 장모님의 주치의는 권 교수와는 정반대입니다. 만나면 그냥 기분이 나쁩니다.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진료실에 들어서면 아무 표정 없이 "예"라고 대답하는데, 인간미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보입니다. 환자들 대부분은 그의사의 부모님 같은 분들인데 "~하셨어?" "응" 하는 식으로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알 수 없게 문진합니다. 장모님은 가슴이 답답하다 하시는데 검사 결과 이상이 없으니 괜찮다며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환자에게 면박을 주기 일쑤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뭔가 한 마디 해주고 싶지만 그냥 참고 나오곤 합니다. 만약 장모님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고소를 하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이런 일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아마타 캔드라 교수는 의료 과실과 관련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의사 14명 중 1명은 의료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어떤 의사가 소송을 많이 당하고, 어떤 의사가 소송을 적게 당할까요?
미국에서 레빈슨Levinson.w 외 네 명의 연구자가 수시로 소송을 당하는 의사와 한 번도 소송을 당하지 않은 의사들은 일반적인 의사들에 비하여 환자와 3분 정도 더 시간을 내어 대화를 나누었는데, 환자에게 해준 말의 내용은 동일했다고 합니다. 결정적인 차이는, 환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친절하게 응대하는 등 환자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반면에 소송을 많이 당하는 의사들은 권위적인 말투로 환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3분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져온 것입니다. 스탠포드대 심리학 교수를 지낸 낼리니 엠베이디N Ambady와 동료들은 의사와 환자가 대화하는 장면을 동영상에 담아 인간미와 적대감, 위압감, 불안감을 기준으로 의사를 평가하게 한 결과만으로 어떤 의사가 소송을 당할지 소송을 당하지 않을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저서『블랭크』에서 "의료과실이라고 하면 지극히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문제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결국은 환자에 대한 존중의 문제로 귀결되게 마련"이라고 했습니다. 의사뿐이겠습니까? 창구에서 늘 친절하게 대해 주던 직원이 실수했을 때와 그렇지 않은 직원이 실수했을 때 고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평소 직원을 존중해 주던 상사가 화를 냈을 때와 직원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일삼던 상사가 화를 냈을 때 직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그러고 보니 '존중'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강한 힘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은 '고소' . 고발 공화국'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연간 50만건 정도의 고소. 고발이 접수되는데, 이 중 기소 비율은 20%라고 합니다. 80%가 무고(誣告)라는 애기입니다. 쓸모없는 곳에 우리의 자원을 너무 낭비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고소. 고발도 상당수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존중, 가성비 최고의 투자
무례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비용은 소송 문제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조사 전문기관 시로타 서베이 인텔리전스 sirota survey lntelligence 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회사가 나를 무시한다'라고 생각하는 직원이 회사를 떠날 확률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라고 느끼는 직원보다 세 배나 높다고 합니다. 이처럼 무례함은 어렵게 확보한 인재들이 이탈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 아니라 몰입도 저하, 업무 실수 유발, 불만고객 증가, 성과 저하, 창의성 저하, 정보 공유 실패, 협력 부재, 무열정, 직원 간 불화 초래, 조직 분위기 저하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심각한 낭비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재무. 회계 전문가 헤드헌팅 글로벌 기업인 어카운템스Accountemps의 조사에 의하면 포춘 1000대 기업의 관리자들은 구성원들 사이의 불화를 해결하고 무례함의 후유중을 해결하는 데 근무 시간의 13%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학자이자 빅데이터 과학자인 딜런 마이너Dylan Minor와 마이클 하우스먼Michael Housman에 따르면 상위 1%에 속하는 슈퍼스타 직원 한 사람이 조직의 연간이익률을 높이는 것에 비하여, 해로운 직원 한 사람이 매년 야기하는 비용은 2.4배 정도라고 합니다. 직원들은 존중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들은 앞에서 열거한 것뿐 아니라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유익을 가져다줍니다. 직원을 존중하는 데는 그다지 많은 비용이드는 것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존중의 총량은 제한이 없습니다. 이러니 존중 만한 가성비 투자는 없을 것입니다.
출판사:올림 지은이:김찬배, 강성룡, 이승철
첫댓글
주님께서 하십니다!!
주님께 영광!!
주님께서 하십니다~!!
주님께 영광~!!
상대방의 마음을 일을줄
아는 지혜로운 자 되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