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이생집망’ 세대 울리는 전세 사기꾼
떼인 전세금 8월에만 1000억원
실상은 정부 통계보다 더 심각
피해자 넷 중 셋은 30대 이하
악질 임대인 가혹하게 처벌해야
진중언 기자
입력 2022.09.29 03:00
수없이 발품을 팔면서 전세 매물의 등기부등본을 꼼꼼히 살폈다. 융자가 낀 집은 거르고, 권리 관계가 복잡한 다가구 주택도 피했다.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 계약하고, 이사 당일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압류장이 날아왔다. 집주인은 “빚 몇 천만원에 집을 날리겠느냐”며 큰소리를 쳤지만, 6개월 뒤 집은 경매에 넘겨졌다. 압류 전 확정일자를 받은 덕분에 전세금은 지킬 수 있겠다고 안심했는데, 집주인이 억대의 세금을 체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국세 체납액은 세입자의 전세금보다 선(先)순위 채권이다. 결국 보증금의 절반 정도가 날아갔다.
28일 서울 강서구 대한상공회의소 내 위치한 전세피해 지원센터에서 한 시민이 전세(사기) 피해 접수 관련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상담을 받고 있다. 2022.9.28/뉴스1
카피라이터이자 시인·만화가인 홍인혜 작가가 ‘루나의 전세 역전’이라는 웹툰에서 소개한 자신의 전세 사기 체험담이다. 깨끗한 등기부등본을 믿고 계약했는데, 미리 알 길이 없는 집주인의 체납 세금 때문에 ‘피 같은’ 전세금을 날렸다. 그는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던 때를 ‘칼날 위를 걷는 듯 불안한 낮과, 압정 위에 누운 듯 괴로운 밤의 연속’이라고 표현했다. 독자들은 “(만화) 보는 나도 숨이 막힌다” “공포 영화보다 더 소름 돋는다”며 공감했다. 댓글에는 전세금을 둘러싼 기막히고도 고통스러운 사기 체험 사례가 줄줄이 올라왔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 보증금을 날리고, 살던 집에서 언제 나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 이런 지옥 같은 생활을 겪는 무주택 세입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전국에서 전세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사고가 511건 발생했다. 월 단위로는 처음으로 사고 금액(1089억원)이 1000억원을 넘었다. 2017년 이후 올해까지 집계된 전세금 사고액은 2조원을 웃돈다.
‘보증금 떼먹는 집주인이 이렇게 많나’ 놀랄 만하지만, 사실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는 국토부 산하기관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한 세입자만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다. 전체 전세 시장에서 보증금 보험에 가입하는 세입자는 20%가 채 되지 않는다. 실제 전세 사기 피해 규모는 정부 발표보다 몇 배 더 크다는 뜻이다.
전세 사기는 빌라 세입자에게 집중되는데, 피해자 상당수가 청년층이라는 게 심각한 문제다. HUG는 3번 이상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고를 내고도 돈 갚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집주인을 ‘악성 임대인’으로 관리한다.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악성 임대인 203명이 떼먹은 전세금이 7824억원인데, 20~30대 세입자의 피해 금액이 5805억원(74.2%)으로 집계됐다. 전세 사기 피해자 4명 중 3명이 넉넉지 않은 자금 사정 때문에 저렴한 빌라 전세를 찾는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이라는 것이다. 무섭게 뛴 집값에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이라고 좌절하는 것도 모자라 전셋집 구할 때 사기꾼의 덫에 걸리지 않게 용을 써야 하는 현실이다.
정부도 전세 사기 방지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세입자가 집주인 동의 없이도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공매·경매 때 밀린 세금보다 전세 보증금을 우선 변제하도록 할 예정이다. 담보 순위와 상관없이 세입자가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 상한액을 올리고,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저리(低利)로 돈을 빌려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세입자가 노심초사하며 보증금 안 떼일 전셋집을 찾게 돕고, 사기를 당하고 나서 피해를 구제하는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타인의 전세금으로 배를 불릴 엄두가 나지 않게 악질 임대인을 가혹하게 처벌하는 법적 근거부터 마련해야 한다.
진중언 기자
밥좀도
2022.09.29 05:23:50
법이 느슨하면 피해자가 자주 발생한다. 일반 사기든 전세 사기든 사기범은 죄질이 불량하므로 엄벌하고 약자인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법을 만드는 의원 나리들이 혜택만 즐기고 일을 하지 않으니 선량한 국민이 피해를 본다. 의원 수와 혜택부터 크게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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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denboy
2022.09.29 06:36:14
서민위한다는 명분으로 17번 내놓은 부동산 규제의 효과가 서민죽이기 였다.문재인은 사기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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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작
2022.09.29 06:44:48
요즘 전세 임차인이 본인 돈으로 전세살이 하는 사람도 있나? 열 명중 9명이 LH, 은행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는다, 즉 본인 돈은 10%도 들지 않는다. 월세 살아야 할 사람들이 월세보다는 전세대출이자가 저렴하니 그쪽으로 몰리는 것이다. 전세대출도 갚아야 할 돈이기는 하지만 집주인이 안 주니 못갚는다며 버티면 딱히 큰돈 손해가 없다는 사실을 기자는 아는지 모르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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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18noma
2022.09.29 08:40:47
사기전과 14범이 대통령도 해먹는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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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스박
2022.09.29 07:32:36
부동산 정책만은 사회주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좁은 땅에서 투기와 불로소득으로 부를 누리고 축적하고 있는 이들에게 싱가포르처럼 가혹하리만치 사회주의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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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란도 87
2022.09.29 06:33:27
세금체납액을 집주인 동의 없이 알 수 있게하는것도 중요하지만 경매처분등의 경우에 전세보증금이 최상위 지불금으로 법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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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바자람
2022.09.29 09:54:51
이런 짓을 저질러 놓고도 '양산'인지 '우산'인지에 처박혀서, 그 끔찍한 웃음 허허 거리면서 SNS질이나 하고 있는 문재인 놈. 지옥에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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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조반니
2022.09.29 11:10:48
문재인 180석의 더듬어당은 서민을 위한다고 하면서 뭘한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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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일
2022.09.29 09:33:26
전세사기꾼은 찾아내어 엄벌.엄벌.엄벌하면 되지, 뭘 또 새로운 법을 만드나. 관리 감독을 잘하란 말이다, 공무원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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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해소
2022.09.29 08:09:57
기사 내용은 제쳐두고 제목(이생집망) 꼴이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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