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님께서는 소박한 신앙을 갖고 계신다.
이는 해박한 성경지식은 없으시지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간절하고
단순한 신심(信心)의 소유자시라는 뜻이다.
그중에서도 어머님의 신앙중에서 기도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의 어머님들께서는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늘
기도로 표현해 오셨듯이, 어머님께서도 이 점에서는 예외가 아니시다.
그래서 늘 새벽마다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기도하는 것을 즐기셨다.
젊으신 시절에 8남매의 자녀를 낳으시고, 그중에 5세 이하에서 4명의
아들을 사별하셔야 했던 애통한 심정을 후손들이 어찌 알 수 있을까만,
그래서 살아있는 자식들의 건강을 위한 어머님의 기도는 더욱 간절해
지신다.
어머님께서는 종교에 대한 특별한 의식보다는, 그저 주변에서 쉽게
접하실 수 있는 민속 신앙이나 불교 쪽에 가까운 시절을 보내시다가,
자식들이 차차 장성해 가면서 어머님께서는 자식들이 선택한 기독교
신앙으로 자연스럽게 보조를 맞추셨다. 물론, 자식인 나의 간곡한 요청도
참고하셨을 것이다.
내 어머님께서는 고향의 관기장로교회에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
오셨다. 그러다가 연세 높아지시면서 청주로 거처를 옮기신 이래, 청주
상당장로교회를 출석해 오셨다.
그리고는 지난 2010년 연말에 출석하시는 상당교회에서 명예권사님
으로 임직을 받으셨다. 97세로 임직을 받으셨으니 아마도 최 고령의
임직자가 되신 셈이다.
요즘에는 거동이 불편하시다 보니 주일에 교회를 가지 못하신다. 또한,
귀가 어두우시다 보니 설교 말씀을 잘 알아 듣지 못하신다. 그래서 나는
어머님의 영적인 삶이 위축되거나 약화되지 않으실 까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
어머님께서는 악보가 없이 큰 글자로 된 무곡(無曲) 찬송가를 즐겨 사용
하신다. 혼자 계시며 무료하실 때는 이 책을 자주 읽으신다.
또한, 교회를 출석하시기 어려우셔도, 예배시간에 드리는 헌금에는 동참
하기를 원하신다.
직접 참석은 못하시지만 봉투에 2천원이나 3천원 정도의 헌금을 준비해
두셨다가 대신 헌금을 해달라고 전해 주시는 경우가 많다. 어머님께서 사용
하실 헌금을 위해 일천원짜리 새 돈을 준비해 드리면, 정말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어머님께서 교회에 출석하지 못하시니, 나는 집에서라도 조용히 어머님과
경건의 시간을 갖도록 노력한다. 이제 언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시고 이
세상을 떠나시게 될 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에 계신 어머님의 마음이 늘 신앙
의 평정을 잃지 않으시고, 영적인 기쁨과 감사가 넘치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