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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 : 신풍고개-198봉(창원CC)-소목고개-정병산-독수리봉-용추고개-청라봉-대암산-용지봉-산본(전경부대) *참가자 : 이재근 이인식 옥영동 윤재희 *산행일 : 2008년 5월 25일 나뭇잎에 맺힌 물기를 씻어내며 정병산으로 오랜만에 숭악 전사들이 의기투합하여 신풍고개로 나선다. 고갯마루에 도착하여 용강검문소에 주차를 하고 농원 뒤편 오솔길을 따라 오른다. 무성하게 자란 수풀에는 밤새 내린 비가 방울방울 맺혀 미동에도 떨어질 태세이다. 옷가지며 신발은 이내 젖어들고 양말이 스며든 빗물에 흥건해진다. 부지런한 거미가 밤새도록 뽑아 둔 거미줄이 얼굴에 자주 걸려 진행마저 힘들다. 촉촉한 등산로는 다소 미끄럽지만 먼지가 나리지 않아 좋다. 싱그러운 초록은 형형색색이고 내뿜는 풀 냄새는 향긋하고 상쾌하다. 소목고개까지는 낮은 능선의 연속이다. 177봉을 거쳐 198봉에 이르는 동안 잘 조성된 창원골프장에서는 부지런한 골퍼들이 그린을 누비고 있고 이따금 들려오는 공 때리는 소리만이 고요한 정적을 뚫고 멀리까지 들려온다. 왼편 멀리 보이는 고속국도가 점점 멀어지면서 숲속은 더욱 고요하고 대나무와 탱자나무 울타리가 연이어진다. 평탄하던 길은 어느새 오르막으로 변하면서 대나무 터널을 지나 08:20 295봉에 이르니 운동시설이 설치된 간이공원에 이른다. 나무 벤치에 앉아 건너에 우뚝 솟은 정병산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즐기는 동안 젖은 양말을 벗어 물기를 쥐어짠다. 이곳부터는 이정표가 잘 관리되어 있어 개념도 없이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다. 5분여 내려가니 소목고개가 나온다. 왼편으로는 덕산으로 내려가고, 오른편은 창원시내 사격장으로 향한다. 나무계단이 잘 정비된 비탈을 거슬러 일행은 정병산으로 향한다. 어제 내린 비로 습기는 가득하고 바람도 불지 않아 나뭇잎마저 미동을 하지 않아 습도는 높고 땀이 비가 오듯 쏟아진다. 고도를 높이니 인근 창원 시가지와 남해고속국도의 윤곽이 뚜렷해진다. 소목고개에서 정병산을 오르는 길은 경사가 아주 급하여 천천히 걸어야 한다. 묵묵히 정상을 향해 나무계단을 오르다 보니 09:05 정병산(봉림산) 정상(566.7m)에 도착한다. 정상에는 따가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정자가 마련되어 있고, 지나는 길손들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히면서 발아래 펼쳐지는 지형들을 조망하고 있다. 성곽처럼 둘러싸인 정병-비음 구간의 날 등을 따라 물 한 모금을 들이켜고 대암산 방향으로 우회전한다. 왼편에는 자동차 창원 시험장이 활주로만큼 길게 늘어서 있고, 주변에는 작은 소류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편에는 계획도시의 시초인 창원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 비음산과 대암산으로 향하는 이정표를 따라 바위산을 지나간다. 조금 내려가니 헬기장이 나타나고 곧이어 독수리바위를 지난다. 독수리 바위 난간을 내려와 뒤돌아보니 가파른 절벽이 형성된 바위로 예전에 사고가 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지금은 어린이를 비롯한 초보자에게 안전한 산행을 위한 배려로 나무 계단을 설치했지만 왠지 자연미가 감소한 느낌이다. 10:10 내정병봉(483m)에 이르고 일행은 잠시 휴식을 취하며 과일을 깎아 당분을 섭취한다. 원기를 회복하여 다시 길을 나선다. 도심지 인근에도 울창한 소나무 숲이 조성되어 산행객들로 붐비고, 허리춤에 물병 하나만 달랑 차고 산악마라톤을 하는 이들도 눈에 띈다.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가족 단위의 산행을 하는 이들도 많다. 30여분 지났을까 체육공원에서 운동을 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고개를 지난다. 다시 오르막을 힘차게 오른다. 소나무 숲이 끝나고 활엽수 지대에는 하늘을 덮어버린 나뭇잎으로 한낮의 더위는 피할 수 있다. 진례 쪽에는 급경사를 이루고 사면에는 진달래가 군락을 이뤄 자라고 계곡 아래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은 바람이 아니어도 열기를 식히기에 충분하다. 이윽고 11:20 비음산과 대암산 능선이 지척에 보이는 505봉에 이른다. 비음산 서쪽 능선 계단에는 산행객들이 울긋불긋한 복장으로 줄을 지어 오르는 모습이 초록의 신전에 핀 꽃줄기처럼 보인다. 봉우리를 지나 햇볕을 가릴만한 작은 소나무에 의지하여 휴식을 취하고 과일을 섭취한다. 후미와 합류하여 체력을 보강한 뒤 내리막을 따라간다. 진례산성을 따라 내려가는 길 주변에는 널따란 평상들과 나무 침대들, 그리고 벤치는 지나는 길손의 엉덩이를 유혹한다. 비음산을 뒤로 하고 대암산-용지봉을 향해 청라봉으로 오르는 길은 널빤지로 만들어진 계단에 철쭉을 배경으로 중간 중간 사진을 촬영하도록 마련되어 있다. 산을 잘 관리하려는 자치단체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숲과 나무를 보호하려면 일정한 부분은 경계를 두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며 즐기도록 설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이윽고 비음산과 대암산 갈림길에 도착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비음산을 뒤로 하고 일행은 대암산 방향으로 길을 찾아 나선다. 잠시 후 청라봉(555m)에 이르고 곧바로 내리막을 따라 내려간다. 남산치를 지나니 다시 오르막이다. 내려온 만큼이나 올라가야 하니 숨이 막혀온다. 남산치에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얼음과자를 팔고 있었다. 오르막 곳곳에는 로프가 자주 나타나고 오늘처럼 비가 온 뒤에는 미끄럼에 유의해야 하는 구간이다. 12:20 울창한 숲 아래 벤치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 일찍 출발하느라 5시에 아침 식사를 한지라 허기에 차서 더 이상 걸을 기력이 없는 모습이다. 식사 후 12:38 가벼운 발걸음으로 멀리 보이는 대암산을 향한다. 곧이어 큰 바위들을 우회하여 대암산(669m)에 이르니 오래된 봉화대처럼 보이기도 하고 방공호처럼 생긴 원형 축대가 조성되어 있고 그 뒤에 정상석이 보인다. 잠시 후 숨을 몰아쉬며 돌탑을 많이 쌓아 둔 능선을 오르니 신정봉(한아름산 704m)이다. 숲속에도 불심을 모아 무려 17개의 돌탑을 조성해 두고 있다. 682봉 갈림길에서 후미가 오기를 기다린 지 30여분이 지나서 힘들게 올라오는 모습을 보니 마음 한 편이 찡해온다. 14:20 다시 출발한 일행은 용지봉을 향해 출발한다. 14:40 용지봉(743m)에 이르고 이곳 정상에서는 여러 갈래의 갈림길이 형성된다. 일행이 걸어왔던 대암산, 냉정고개 전경부대로 향하는 길, 장유사로 가는 길, 윗상점으로 가는 길이 있다. 일행은 냉정고개로 향하는 길로 들어선다. 마침 등산로 계단을 정비하느라 통행로를 파헤쳐 두고 있다. 낙남정맥을 종주하는 호젓한 삼림욕장 속으로 낙남정맥을 알리는 리본들이 거의 없어 멀리 보이는 냉정고개를 정찰하고 큰 길을 따라 내리막을 걸어간다. 이제부터는 오가는 사람들이 현저히 줄어든다. 한참을 내려가다 장유사와 신월리를 잇는 임도가 가로지르는 고갯마루에 이르고 이제 남은 거리는 전경부대까지 2.6㎞이다. 523봉을 지나고 산불이 난 지역에 심은 오엽송 지대를 벗어나니 15:10 마지막 휴식처인 504봉에 이른다.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전화기를 들여다보니 총무한테 3통의 부재중 전화 흔적이 있다. 연락을 취해 보니 후미에서 따라오는 길이 이상하다는 전갈이다.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닌지 알아보는 내용이다. 여러 사정을 들어본 즉 산행로에 낙남정맥을 알리는 리본이 전혀 없어 잠시 고민에 빠져 우왕좌왕한 듯하다. 잠시 후 후미가 도착하고 작은 무명봉을 오르면서 왼쪽으로 90도 방향을 꺾어 급경사 내리막을 내려가니 전경부대에 도착한다. 이때 시각이 16:30이다. 중간에 구간을 자를 수 없어 무덥고 습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온 체력을 다한 동료들의 수고가 돋보이는 산행이었다. 택시를 타고 신풍고개에 이르러 맥주 한 잔과 아이스크림에 갈증을 달래고 일행은 자동차 전용도로를 따라 부산에 도착하였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낙남정맥 완주를 한 이후 일정에 대하여 의견을 수렴하였다. 금남호남정맥에서 시작하여 호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정맥종주를 계속하기로 하였다. <숭악사관 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