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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일시: 2017년 11월 11일 (토)
o 날씨: 맑음 (미세먼지)
o 산행경로: 유둔재 - 북산 - 신선대- 규봉암 - 장불재 - 서석대(왕복) - 낙타봉 - 안양산 - 둔병재 - 어림고개
o 산행거리: 21,6km
o 소요시간: 8시간
o 지역: 광주시, 전남 화순군
o 일행: 좋은사람들 호남7기
▼ 산행지도
오늘 호남정맥길은 무등산 구간입니다.
거리는 약 21km 정도이며, 무등산과 안양산을 지나가며,
고도표를 봤을때는 북산과 602봉 오르막길을 제외하면 비교적 무난해 보입니다만 실제는 어떨지...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졌습니다.
무등산은 영하의 기온에 강풍까지 예고되어 있어 약간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들머리인 유둔재의 새벽공기가 쌀쌀합니다.
단체사진을 한장 찍고 출발...
▼ 유둔재 (들머리)
유둔재를 떠난 등로는 서서히 고도를 높입니다.
크게 가파르지는 않지만 몸이 덜 풀린 상태라 뒤뚱거립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초반 힘이 있을때 잘 치고 올라간다고 하는데 나는 초반 몸이 풀리지 않은 상태가 더 힘듭니다.
뛰듯이 질주하고 있는 일행들을 쫒아가기가 버거워 집니다...
무명봉(420봉?) 하나를 급하게 올라가더니 곧바로 그만큼 내려 앉습니다.
결국 고도가 들머리인 유둔재와 비슷해진 셈입니다.
올라갔다 내려왔더니 제자리... 어떤날은 이럴때가 가장 괴롭습니다.
아마추어 산객의 푸념입니다...
▼ 구자창
한번 내려앉은 등로는 저삼봉을 향해 다시 올라갑니다.
쉴겸 이정표 사진을 몇장 찍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앞서가는 일행들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따라가보지만 잡히질 않습니다.
참 귀신같은 산우님들입니다...
▼ 저삼봉
할수없이 컴컴한 어둠속을 나홀로 걷습니다.
앞서가는 일행은 아예 보이질 않고
뒤에 오는 일행들의 인기척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등로가 이상한 것 같아 오도가도 못하고 뒤의 일행들이 올때까지 기다립니다.
이래서 트랙이 필요한 모양입니다...
▼ 백남정재
백남정재를 지나 등로는 북산을 향해 본격적으로 급경사를 탑니다.
유둔재에서 백남정재까지는 약 3.7km, 백남정재에서 북산까지는 약 1.9km의 거리입니다.
이 1.9km 구간이 오늘 산행중 가장 힘든 구간이라고 여겨집니다.
된비알에 낙옆까지 수북히 쌓여있어 여차하면 미끄러집니다.
몇걸음 오르고 가쁜 숨을 토하며 고개를 드니 하늘에 별들은 총총한데
나무를 거칠게 휘감는 바람소리는 마치 산짐승의 울음처럼 들려옵니다...
된비알을 올라서니 지축을 흔드는 강풍과 억새를 마주합니다.
북산아래에 있는 억새밭인데, 이 강풍에도 부드럽게 몸을 싣고 있는 억새는 초절정고수의 모습입니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긴다'고 하지요...
▼ 북산 아래 억새밭 모습(펌)
억새밭을 지나 다시 한차례 오르막을 오르면 그 위쪽이 북산입니다.
들머리 유둔재에서는 5.6km, 아침을 먹을 장불재까지는 아직 5.1km가 남은 지점입니다.
▼ 북산
북산에서는 잠들지 못하고 있는 광주시의 야경이 내려다 보입니다.
불면의 사연이 많은 광주입니다...
그리고 신선대에 도착합니다.
신선대는 높이 약 6m, 오각형과 육각형의 주상절리대이며, 부근에는 억새평원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눈으로는 볼수가 없고 가슴으로 느끼고 담아야 하는 새벽시간입니다...
▼ 신선대
▼ 신선대에서 바라본 무등산 (펌)
▼ 억새평전에서 뒤돌아본 북산
헤드렌턴 불빛에 비치는 몇평 남짓의 억새평전을 지나면 T자형의 억새평전 갈림길을 만납니다.
이곳에서 우측은 꼬막재, 좌측은 장불재 방향이며,
직진하면 북봉을 경유하여 무등산 정상으로 이어지지만
무등산 정상은 평소에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오늘 정맥길은 좌측의 규봉암 방향으로 우회해야 합니다...
▼ 신선대 억새평전 갈림길
서서히 여명이 맑아오고 있습니다.
경험상 일출까지는 적어도 20~30분의 시간이 더 흘러야 할 것입니다.
신선대 억새평전 갈림길에서부터 장불재까지는 무등산의 허리를 우회하기 때문에 큰 업다운 없이 편안한 등산로가 이어집니다...
▼ 시무지기 갈림길
▼ 오산(별산, 풍력발전기)과 모후산(중간 뒤) 방향
규봉암이 가까워지면서 등로는 바윗길로 바뀝니다.
규봉암은 무등산의 3대 주상절리대 중 하나인 광석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규봉암 갈림길
광석대는 규봉암을 중심으로 수십개의 주상절리대가 늘어서 있으며
높이는 30~40m, 너비 최대 7m 로서 세계적으로 유래를 볼수 없는 규모라고 합니다.
이곳의 아름다움에 빠져 있노라니 동쪽하늘에서는 일출이 시작됩니다.
아름다움에 아름다움을 더하니 바로 이곳이 선경입니다...
▼ 규봉암과 광석대
▼ 광석대 전경 (펌)
규봉암에서 내려오면 등로는 두갈래로 나눠집니다.
직진하면 곧바로 장불재로 이어지고,
우측 언덕길은 석불암과 지공터널을 경유하여 장불재로 이어지게 됩니다.
▼ 석불암 갈림길
이왕이면 지공터널과 석불암을 구경하기로 합니다.
지공너덜은 지공대사와 관련된 전설이 있으며
보조국사가 송광사를 창건하기 전에 좌선하였다는 보조석굴도 있습니다.
▼ 지공너덜
▼ 보조석굴(?)
▼ 지공너덜에서 바라본 백마능선
지공너덜 부근에 있는 석불암은 현재 보수중에 있습니다...
▼ 석불암
석불암을 지나 이제 돌길과 숲길을 따라 장불재로 향합니다.
억새가 나부끼는 평원가 나타나고 산위로 입석대와 서석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바로 장불재입니다...
장불재는 옛날 화순 이서, 동복 사람들이 광주를 오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했던 지름길이었고
지금은 서석대, 광석대, 중머리재, 안양산 등을 이어주는 중심지입니다.
또한 광주시와 무등산의 입석대와 서석대를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도 합니다...
▼ 장불재에서 바라본 서석대(뒤)와 입석대(우)
선두그룹은 이곳에서 진작에 아침식사를 마치고 서석대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늦었지만 우리 몇명도 서둘러 요기를 한 후 베낭을 벗어놓고 서석대로 향합니다.
정교하게 깍아낸 돌기둥을 세워놓은 듯한 입석대,
그 앞에 서서 자연의 힘에 압도된채 그저 감탄사만 연발합니다...
▼ 입석대
그리고 이무기가 승천하였다는 승천암을 지나갑니다.
승천암에서 뒤를 돌아보면 백마능선이 내려다 보입니다.
백마능선은 낙타봉과 안양산으로 이어지는 해발 800~920m의 2.5km 능선으로
백마의 잔등모양 지형 위에 휘날리는 억새의 모습이 마치 백마의 갈기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 승천암
[승천암 이야기] 옛날 이 부근의 암자에 무엇엔가 쫒기던 산양을 스님이 숨겨준 일이 있었다. 어느날 스님의 꿈에 이무기가 나타나 산양을 잡아먹고 승천해야 하는데 네가 훼방을 놓았다며 만약 종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너라도 잡아먹어야겠다고 했다. 얼마 후 난데없이 우렁찬 종소리가 들렸고 이무기는 곧장 스님을 풀어주고 승처하게 되었다는 전설이 얽힌 바위다. (안내판)
장불재에서 입석대를 지나 서석대로 이어지는 길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명품 트레킹코스를 연상케 합니다.
완만한 오르막과 탁 트인 조망, 억새와 주상절리대...
여기에 흰눈이 내려 앉으면 그야 말로 장관을 이룹니다...
오늘은 이곳에 찬기온에 강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11월 중순인데 이곳은 벌써 겨울입니다...
▼ 내려다본 장불재와 낙타봉 (좌)
서석대에 서서 무등산 정상을 바라봅니다.
무등산(無等山)...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경지를 의미할수도 있겠고,
피아와 고저의 구분없이 모든것을 포용하는 해탈의 경지라고도 풀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백제때는 무당산, 고려때는 서석산으로 불리다가 조선시대부터 무등산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무덤산, 무정산, 무진악 또는 무악으로 표기하기도 했다고도 합니다.
무등산은 온갖 풍상을 안으로 다스리는 남도의 어머니와 같다. 비범함을 품고 평범하게 솟아있다.
육산이지만 그 안에 기묘한 바위들을 품고 있다. 어디서 쳐댜봐도 그저 무던하지만 막상 올라가 살피면 옹골차다.
서툰 기교는 밝은 빛 앞에서 들통 나는 법, 그래서 빛고을 사람들은 화려함을 경계한다. 무등이 있어 교만하지 않다.
광주민주항쟁 이후 시민들은 한과 슬픔을 품고 무등산을 올랐다. 어머니 품에서 분노를 뱉고 눈물을 쏟았다.
무등은 투정을 받아주던 어머니에서 피눈물을 받아내는 어머니가 되었다.
무등산은 오월 광주의 시작과 끝을 지켜 보았다. 모든것을 알고 있었고 지금도 고스란히 그 한을 안고 그자리를 지키고 있다...
(法明님 블로그에서 발췌)
무등산 정상부는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어 평소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서석대가 무등산의 정상을 대신하고 있지만
조속히 무등산 정상(천왕봉)이 우리에게 돌아 오기를 바래 봅니다...
▼ 서석대 표지석과 무등산 정상(뒤)
▼ 서석대에서 내려다본 광주시
▼ 서석대에서 내려다본 장불재
서석대 표지석에서 좌측으로 조금 내려가면 서석대입니다.
서석대는 한면이 1m 미만이 돌기둥이 약 50m에 걸쳐 동서로 빼곡하게 늘어선 모습입니다.
이 돌병풍같은 서석대에 저녁노을이 비치면 수정처럼 반짝인다 하여 '수정병풍'이라고도 불린답니다.
겨울에 하얀눈이 내려앉은 서석대는 장관중의 장관입니다.
재작년 눈 내린 무등산과 서석대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 서석대
서석대에서 중봉을 내려다 보고 임도를 따라 장불재로 회귀합니다..
▼ 중봉
▼ 장불재 방향 임도
이제 후반전을 시작합니다.
장불재에서 채비를 정비하고 안양산으로 향합니다.
장불재에서 안양산까지는 부드러운 능선길입니다.
건너편의 무등산 전경을 보고 또보고 자꾸만 쳐다보게 됩니다...
▼ 무등산 전경
능선암길을 지나 낙타봉으로 향하는 길은 억새평원입니다.
강풍에도 꺽이지 않고 부드럽게 몸을 맡기고 있는 억새에서 우리 민초들의 삶을 봅니다.
제철은 지났지만 아름다운 만추의 모습입니다...
▼ 진행방향으로 바라본 낙타봉(좌)
▼ 뒤돌아본 장불재 방향
▼ 만연산 방향 전경
주상절리대 암봉인 낙타봉 정상부는 출입이 금지되어 있으며,
등로는 그 아래쪽으로 우회하게 됩니다...
▼ 낙타봉
낙타봉에서 등로는 하강하여 철쭉군락지를 지나갑니다.
이곳에는 철을 잊은 산철쭉이 군데 군데 피어 있습니다.
이곳의 포근한 지형때문인지 본격적인 겨울前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것인지...
나는 이런 진달래를 '철없는(?) 진달래'라고 부릅니다...
▼ 철쭉군락지
철쭉군락지를 따라 언덕을 올라가면 안양산입니다.
안양산에서는 무등산의 모습이 잘 조망됩니다.
장불재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광석대와 규봉암 그리고 지공너덜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 안양산
▼ 안양산에서 바라본 무등산
가야할 길을 바라봅니다.
오늘 구간의 날머리인 어림고개로 이어지는 산길과
다음번 구간인 '어림고개~돗재'의 능선과
모후산, 조계산, 백운산으로 이어지는 남도의 마루금이 펼쳐져 있습니다...
▼ 오산(별산)과 모후산 방향
안양산에서 등로는 둔병재를 향해 급강하 합니다.
눈처럼 쌓인 낙엽이 눈길처럼 미끄럽습니다.
그래도 이곳은 바람도 잦아들었고 햇살이 따스해 살 것 같습니다...
산 아래에는 아직도 오색단풍이 화려합니다.
이미 지나간 가을을 다시 만난 기분입니다...
▼ 안양산 자연휴양림 갈림길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은 노란색 은행나무 터널입니다.
그렇지요... 가을은 이렇게 샛노란 색깔도 있습니다.
결혼전 직지사 은행나무길 데이트가 생각납니다...
등로 하단부에 편백자연휴양림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곳 편백나무 숲은 유료라 맥길은 휴양림을 돌아갑니다.
이전에는 둔병재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를 건너다녔다고 하는데
지금은 출렁다리가 막혀있어 그 아래로 우회해야 합니다...
▼ 편백자연휴양림
▼ 둔병재와 출렁다리
출렁다리 아래 철조망 옆으로 등로가 이어집니다.
등로는 편백나무 숲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편백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가 가슴까지 시원하게 합니다.
산림욕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 둔병재 등로 입구
언덕을 오르면 산죽길을 따라 602봉과 622봉으로 이어집니다.
별다른 조망도 없고
걷고 또 걷습니다.
▼ 북암역 방향(?)
▼ 622봉(?)
삼각점이 있는 622봉에서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임도를 만납니다.
정맥길은 임도에서 우측으로 들어가 73번 철탑을 지나 어림고개로 내려가야 하는데
임도를 따라가도 어림고개와 연결됩니다...
▼ 임도 합류 (우측 철탑방향이 정맥길)
선답자들의 산행기를 보면
임도에서 73번 철탑방향 정맥길은 가시덤불도 많고
길도 희미하여 알바하기 쉽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안전하게 임도를 따라 어림고개로 내려가기로 하였습니다.
꼭 정맥길을 고집할 필요없이 때에 따라서는 돌아도 가고 넘어도 가고...
이렇게 스스로 변명과 핑계를 대 봅니다.
▼ 안심제와 오산(우측)
▼ 뒤돌아본 무등산과 북산
▼ 오산(별산)
어림고개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다음번 구간이 시작됩니다.
다음번 구간은 집안일 때문에 패스하거나 홀산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어림고개 (날머리)
▼ 어림마을
점심겸 뒷풀이는 어림고개에서 약 1km 떨어져 있는 청궁폭포가든에서 했습니다.
닭도리탕... 맛보다는 분위기로 오늘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 청궁리 마을 풍경
▼ 청궁폭포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