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큰 구애를 받지 않고 소형 스피커로 중∙대형 부럽지 않는 스케일과 정교함을 함께 표현해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번 생각해보자.
적어도 현재의 SACD 대역에 맞추려면 수십 khz에서 20hz대까지의 대역을 주위 공간의 활용 없이 순전히 유닛과 인클로저만으로 재생해야 할 것인데, 사용되는 유닛의 개수도 그러하지만 우퍼의 사이즈는 또 어떻게 하나?. 그리고 이러한 유닛들과 네트워크 소자들을 함께 뭉뚱그려 작은 북셀프 인클로저에 꾸겨 넣는다?!. 코끼리를 장롱 속에 넣는 문제와 뭐가 다를까? 어찌 보면 난센스 같지만, 이 문제는 따끈따끈한 정답이 있는 기출 문제이다.
로저스 ls 3/5a, 셀레스천 SL700, 어쿠스틱에너지 AE-1, 보스톤 린필드 300L, 다인오디오 크래프트, B&W 실버시그니쳐 25, 과르네리오마주 등은 항상 고성능이라는 수식어가 붙여질 정도로 정교함과 크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케일 감을 들려주는 명기이다. 그러나 그러한 성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중∙대형 스피커에 필적할 만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용해본 애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인데, 이들 스피커는 대체로 스피커 유닛보다 주위의 공간을 십분 활용하여 스케일감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결국 소형 고성능일수록 요구되는 설치 환경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는 말이 된다. 이제 정답을 발표할 차례이다. 이 제품은 고작 38센티 높이의 자그마한 북셀프형 스피커이지만, 주파수 대역은 25Hz에서 35kHz에 이를 만큼 스피커 자체로 풀 레인지를 커버하는 괴물이다.
하이파이 저널이라는 오디오 전문지를 보면 가끔 베스트 컴포넌트 가이드라는 코너가 있다. 몇 년 동안 동 잡지에 소개된 오디오 컴포넌트 중에서 괜찮은 것들만 추려 소개하고 있는데, 제품들이 한정되어있기는 하지만, 많은 제품들을 머릿속에서 다시 정리하는 기회가 되어 즐겨 본다. 이 컬럼에서 소개된 스피커에 대한 최근의 컬럼을 훑어보면 총 417개의 하이파이 스피커 중에서 이 재생 범위를 뛰어넘는 스피커는 양손가락에 꼽을 수있을 정도로 불과 몇 종이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제작자가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았는가? 의심도 해보았지만, 5개의 유닛을 소형 북셀프에 정밀하게 짜 맞춘 제작 솜씨와 적시적소에 적용한 유닛의 배치를 보고 필자도 설득당하고야 말았다!.
전면 코팅색이 틀릴 뿐 신형 와트퍼피에 채용된 것과 흡사하게 생긴 트위터는 소리의 정확성과 직진성이 매우 뛰어나다. 거기에 인클로우저 상판에 위쪽을 향하여 고정되어있는 2개의 슈퍼 트위터에 흘러나오는 소리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연주의 실체감 못지않게 음악적인 뉘앙스를 잘 살려준다. 이 제품은 충실한 기본기로 인하여 주위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는 점이 특필 할 만한데, 대출력 진공관 앰프에서는 화려한 라이브감을 TR 앰프에서는 해상력을 겸비한 차분함과 상쾌한 홀톤을 잘 살려주었다.
따라서 바이올린은 피크에서도 거칠음과 왜곡을 느낄 수 없이 진하면서도 생생하게 잘 뻗는다. 특히 중역의 두터움과 저역의 깊고 묵직함은 대형스피커에 필적하고 초고역까지 뻗는 확장성으로 어떤 장르건 화려하고 생생한 라이브 감을 느낄 수 있다. 대편성에서는 신기루처럼 가볍고 얇은 스테이지가 아니라, 널찍한 음장 속에 악음이 빼곡히 들어찬 두껍고 밀도 있는 스테이지를 표현해 낸다.
외형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화려함은 없지만, 오랫동안 같이 할 수 있는 싫증나지 않는 디자인이라 할 수가 있다. 한편 그 크기를 보고 앰프를 적당히 물려주면 낭패를 볼 수가 있다. 중고역이 예민하고 저역도 적당히 알아서 내어주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사운드를 들어본 결과 체급이상의 앰프를 물려주어도 충분히 격에 맞는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고성능 북셀프의 차세대 플랫폼으로 삼아도 좋을 만큼 선진성을 지닌 스피커이다.
●구성:3웨이 5스피커 ●인클로저:베이스리플렉스형 ●사용유닛:우퍼 17cm 콘형×2, 트위터 2.5cm 돔형, 수퍼 트위터 리본형×2 ●주파수 특성:25Hz~35kHz ●임피던스:6Ω ●감도:88dB/W/m ●크기:W22×H38×D37cm ●무게:1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