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도 나래시조문학상 및 신인상 발표
한해동안 우수한 작품을 발표한 시인에게 주어지는 나래시조문학상과 시조문학 발전에 기여할 참신하고 능력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2004년도 나래시조신인상 당선자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나래시조문학상에는 김덕배 시인이 <등짐이 무거울 때>로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였습니다. 나래시조신인상에는 지난해 직지사 여름 시인학교 백일장 일반부 장원에 올랐던 강혜규 님을 비롯해 김숙자, 조성제, 손홍집, 정순택 님께서 차지하였습니다. 나래시조문학상을 수상하신 김덕배 시인과 문단에 첫발을 내디딘 다섯 명의 신인들에게 진심어린 축하와 격려를 보내드립니다. 더욱 갈고 닦아 훌륭한 시인으로 거듭나시길 기원 드립니다.
심사위원 정완영 리강룡 권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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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나래시조문학상
김덕배 / 수상작 <등짐이 무거울 때>
제9회 나래시조신인상
강혜규 / 당선작 <대청호를 거닐며>
김숙자 / 당선작 <포암산 일출>
조성제 / 당선작 <오이도에서>
손홍집 / 당선작 <고려청자>
정순택 / 당선작 <백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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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76호]에 신인상 추가 발표
2005년도 나래시조 신인상 발표
2005년도 제1회 백수 정완영 전국 시조 백일장에서 대학일반부 장원에 오른 정화섭 시인과 직지사 여름 시인학교 참가자 문학클럽 《시로 여는 e좋은 세상》(http://lovepoet.cyworld.com)에서 공모한 단수시조백일장 연 장원에 당선한 김성찬 시인에 대해 “나래시조 신인상”을 수여합니다. 이를 계기로 더욱 정진하시어 두 분 모두 한국 시조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기는 훌륭한 시인으로 성장하시길 기대합니다.
심사위원 정완영 리강룡 신후식 권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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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白水 정완영
(나래시조문학상)
원래 시의 役能은, 1) 굳어져 가는 인간 세상을 부드럽게 풀어주자는 것이고. 2) 숨 막히는 세상살이에 여유를 돌이켜 주자는 것이며, 3) 거칠어가려는 성정을 스스로 타이르자는 것이요, 4) 아무리 바쁜 세상살이라 할지라도 좀 천천히 가자는 것이며, 5) 우리가 저질러 놓은 병은 우리가 치유하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다.
올해의 나래시조문학상은 이 意趣에 걸맞기도 하거니와, 시의 뼈대, 시의 매무새, 시의 行狀(詩語)도 잘 갖추고 나선 김덕배 시인의 ‘등짐이 무거울 때’를 상좌에 올리며 박수를 보낸다. 가다가 경련을 일으킨 대목은 選者가 血流를 돌렸다는 것을 말해 둔다.
(나래시조신인상)
“가던 길 문득 잘라 갈대밭을 세우고 섰다 / 무시로 키를 세우는 바람을 달래본다 / 내게도 그런 아픔이 물아래 가 누워있다”
강혜규의 <대청호를 거닐며>는 3수 연작인 작품인데, 중장마다 佳句를 얻었다. 그러나 종장이 모두 중장에 못 미쳐 있다. 시조는 그만큼 종장의 得句가 어렵다는 걸 말해준다. 작년 직지사 여름시조학교 장원 시인, 좀더 천착하면 대성할 수도 있는 시인, 발분 있기를 바란다.
“안개비 머리까지 잠겨버린 산하여 / 한 해의 전조등 불빛 한 가닥 희망 걸고 / 칼바람 적송 아래로 시린 한을 녹인 元旦”
김숙자의 <포암산 일출> 4수 연작의 첫째 수이다. ‘산하여’ 가다가 멈춘 상태이고, 중장은 가장 무난한 상태, 종장의 後句, ‘시린 한을 녹인다’로 풀어놓아야 平沙落雁이라도 될번 했었는데, 아쉽다. 초장, 종장이 모두 문이 닫혀있는 듯 답답하다. 참고 있으시기 바란다.
“첫날밤 옷고름 푸는 바로 그 소리입니다 ”(갯고랑), “갯벌은 하루에 두 번 옷을 입었다 벗습니다”(그대는). 조성제 <오이도에서>는 종장마다 모두 제자리에 앉혀놓았다. 쉽고 간명한 이미지를 도출해 냈다. 알고 보니 2004년 중앙시조 월 장원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시인. 단수를 많이 보내왔는데, 모두 得格을 하고 있다. “작약 양손에 든 모둠발이 고요롭다 / 날까, 날아오를까 설레임 밀려와서”. ‘모란’이란 작품의 초장 중장이다. 가능의 지평이 열려 있다.
“담청색 푸른빛이 휘광을 감고 돌아 / 한 폭의 그림인양 눈앞에 펼쳐지니 / 소반에 가득한 향기 보옥처럼 비치네.”
손홍집은 연작이 5편, 단수가 2편, 많은 작품을 보내왔는데, 아직은 모두 미완의 것, 산문의 境域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선작 <고려청자>는 고려청자를 앞에 놓고 實寫한 작품이랄까? 그 넘어 思惟의 경지를 열어주지는 못하고 있다. 격려하는 뜻에서 신인상에 올린다.
정순택 <백련>은 “늪 속에 뿌리내린 순백의 탄성으로” 이 초장 한 구절을 샀다. 종장의 뒷부분에서 안이하게 풀렸으나 “흰구름 꽃잎에 실린”으로 꽃잎 위를 구르는 물방울에 흐르는 구름의 이미지를 잘 포착했다. 여러 작품을 보내왔으나 아직 설익은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날로 정진하기를 바라며 신인상에 올린다.
■ 나래시조문학상 수상작
등짐이 무거울 때
김덕배
등짐이 무거울 때면 산마루에 올라봐라
가슴 속 실린 오욕 메아리로 쏟아내면
하늘 길 절로 열리고 구름 비껴가느니
뒤꿈치 서로 세워 키 재기를 해보지만
산 위에서 굽어보면 너나 나나 그저 그 것
꽃상여 넘어간 자리 한 줌 재로 남느니
■ 나래시조신인상
당선작
대청호를 거닐며
강혜규
굳이 말로 안 해도 속을 훤히 꿰뚫어
가던 길 문득 잘라 갈대밭을 세우고 섰다
사는 일 다 그런 거다 맺혔다가 풀리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갈대밭을 휘휘 돌아
무시로 키를 세우는 바람을 달래본다
누군들 숨기고 싶은 아픔하나 없겠는가
저물녘 수면으로 번져 눈시울이 붉어지는
내게도 그런 아픔이 물 아래 누워있다
소리도 지르지 못해 가슴 온통 먹먹한
당선작
布岩山 日出
김숙자
안개비 머리까지 잠겨버린 산하여
한해의 전조등 불빛 한 가닥 희망 걸고
칼바람 적송아래서 시린 限 녹인 元旦.
하얀 눈 사각사각 연이 되어 올라가듯
산줄기 동아줄에 매달린 여린 목숨
길손은 하얀 숨결로 한 생애를 호흡하네.
푸른 벽 둘러쳐 놓은 장엄한 베바우야
을유년 피어 올린 찬연한 무지개로
새천년 역사의 사직 미륵리로 문을 여네.
한해의 아픔 딛고 산고의 황금 卵을
조각달 눈맞추어 여명에 솟은 일출
해일의 아픔을 벗고 빛살 여린 山河여.
당선작
오이도에서
조성제
한나절
집을 비우고 썰물이 남기고 간 말
밀물이 들어오며 주절주절 되 뇌입니다
소라는 물살을 베고 귀를 쫑긋 세웁니다
갯고랑
핥고 있는 망둥이는 속삭입니다
철썩이는 파도보다 부드러운 혀끝으로
첫날밤 옷고름 푸는 바로 그 소리입니다
그대는
섬이 아니라 뭇 깃발 펄럭이는
낯 설은 포구이며 낮거리 선술집입니다
갯벌은 하루에 두 번 옷을 입었다 벗습니다
당선작
고려청자
손홍집
담청색 푸른빛이
휘광(輝光)을 감고 돌아
한 폭의 그림인양
눈앞에 펼쳐지니
소반에 가득한 향기
보옥처럼 비치네.
손끝에 튕긴 울림
아쟁(牙爭)의 향기인양
청아한 음률자락
허공에 맴도나니
타오른 석양 낙조도
그 깊이에 흐르네~
고고한 학의 자태
연꽃에 샤륵 앉듯
가없이 춤추는 혼
눈부신 그 빛살에
도공의 천년 숨결이
고요하게 엉킨다.
당선작
백련
정순택
늪 속에 뿌리 내린 순백의 탄성으로
청아한 하늘 받쳐 다소곳 앉아 있는
흰구름 꽃잎에 실린 눈물 어린 순정아
[나래 76호]에 신인상 추가 발표
2005년도 나래시조 신인상 발표
2005년도 제1회 백수 정완영 전국 시조 백일장에서 대학일반부 장원에 오른 정화섭 시인과 직지사 여름 시인학교 참가자 문학클럽 《시로 여는 e좋은 세상》(http://lovepoet.cyworld.com)에서 공모한 단수시조백일장 연 장원에 당선한 김성찬 시인에 대해 “나래시조 신인상”을 수여합니다. 이를 계기로 더욱 정진하시어 두 분 모두 한국 시조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기는 훌륭한 시인으로 성장하시길 기대합니다.
심사위원 정완영 리강룡 신후식 권갑하
■ 심사평
정화섭, 김성찬 두 사람을 이번 가을호 <나래시조신인상>에 올린다. 정화섭은 지난여름 ‘제1회 백수시조백일장’에 장원 된바가 있고, 김성찬은 ‘단수시조 백일장 연장원 당선자’로 이미 그 능력을 인정받은 시인들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시단에 절차를 밟는 것은 이 두 시인의 장차 할 문단 생활에 光輝를 실어주기 위함이다.
정화섭의 ‘겨울비’를 당선작으로 뽑는다. “두터운 각질 속에 솟구치는 눈물방울”(첫수 초장), “이 겨울 객기를 부려 뒷걸음질 치고 있나”(첫수 종장), “떨어진 낙엽들을 젖은 몸을 눕히는데”(둘째 수 중장). 대체로 잘 다듬어진 작품이긴 하지만, 시조라는 틀을 너무 의식한 탓인지? 가끔가다가 리듬을 놓쳐 독자로 하여금 좀 불안감을 갖게 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다음 김성찬의 ‘기상이변’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이 시인도 마찬가지, 예리한 선을 끌고 간 것은 좋았는데, “봄 여름 가을 겨울, 강, 산, 마을, 도시를 돌아” “강과 산 마을을 돌아” 쯤에서 멎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過猶不及이라는 古諺을 이 시인에게 주고 싶다.
직선은 사람이 만든 길이요, 곡선은 신이 만든 길이라던가, 아무리 바빠도 질러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의 길이요, 詩의 길이라는 것을 말해 둔다.
2005년 立冬節 白水 所考
(당선작)
겨울비
정화섭
두터운 각질 속을 솟구치는 눈물방울
어느 님 그리다가 차 오른 신열이기에
이 겨울 객기를 부려 뒷걸음 치고있나
고인 말 뱉아 내며 하늘도 눈을 감고
떨어진 낙엽들은 젖은 몸을 눕히는데
더듬는 아련한 추억 물 무늬로 어우러져
누군들 없겠는가, 악착같이 살다가도
젖은 실타래 풀어가듯 미로 속 걷는 걸음
땅위에 옹이진 물 속 갇힌 내가 절룩인다
<사진>
<약력> 제1회 백수 정완영 시조 백일장 장원 당선
<당선소감>
(당선작)
기상이변
김성찬
떡갈나무 추시계는
복제된 시간을 끌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강
산
마을
도시를 돌아
세속의
무대에 올라
악보 없는 지휘를 한다.
<약력> 단수시조백일장 연장원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