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화려한 비타민…맛도 ‘짱’
인삼-칼슘-알로에 기능성 제품도
홍보대행사 DEC인터내셔널에 다니고 있는 남경희(27) 팀장은 자칭타칭 ‘합리적인 웰빙족’. 값비싼 스파나 와인을 즐기지는 못하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수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남팀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핸드백에서 시험관처럼 생긴 은색 용기를 꺼내든다. 얼핏 겉커버가 없는 립스틱처럼 보이는 이 용기는 바로 웰빙족의 필수품이 된 비타민의 포터블 케이스. 비타민으로 챙기는 건강도 건강이지만 액세서리처럼 예쁘장하고 이색적인 용기를 꺼내들 때마다 호기심 어린 눈초리를 보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한층 더 즐거워진다.
정부투자기관에 근무하는 백진희(33)씨는 입이 심심할 때마다 비타민C 정제를 꺼내 오도독 오도독 씹어먹는다. 30대가 되면서 쉽게 피곤해지고 감기까지 자주 걸려 구입했는데 의외로 너무 맛있어 ‘약’이라기보다 ‘간식’으로 먹고 있는 것. 사실 예전에도 여러 종류의 영양제를 구입했었지만 몇 알 먹다 어디 쑤셔박아놨는지 잊어버리던 그에겐 작지만 놀라운 변화.
맛있어서 꾸준하게 먹기 쉬운데다 복용할 때마다 건강을 챙기고 있다는 뿌듯함까지 느끼고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다.
예쁜 비타민, 맛있는 비타민
비타민으로 대표되는 건강식품을 즐기는 2030세대들이 늘고 있다. 비타민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종합비타민제를 정기적으로 복용하는 4050세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2030세대들 사이에서 불고 있는 비타민(건강식품) 열풍은 이전의 비타민 복용과는 그 패턴이 딴판이다. 이들은 건강상 문제를 느끼지 않은 세대면서도 미리 건강을 챙기는 웰빙 열풍에 동참해 기꺼이 비타민을 복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건강’ 때문에 즐겨 섭취하는 것도 아니다. 건강에도 좋지만 ‘맛있고’ ‘예쁘다’는 것이 비타민 열풍 뒤에 숨어있는 깜찍한 이유다. 2030세대에겐 건강식품조차 ‘패션’이자 ‘트렌드’인 것이다.
젊은 소비자들의 이런 기호에 발맞춰 업체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맛은 물론 포장과 기능까지 2030세대를 겨냥한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중이다.
지난달 건강식품 시장에 뛰어든 태평양의 경우 젊은 여성층을 겨냥한 비비프로그램을 내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체지방 분해를 돕고 지방분해를 활성화시킨다는 다이어트제품 ‘에스라이트 슬리머’ 외에 ‘멀티비타민’ ‘훼로플러스’ ‘자음보’ ‘듀오칼슘’ ‘퓨어C 밸런스’ 등 일반적인 비타민, 철분, 칼슘제품을 판매하되 핑크빛 패키지로 기존 건강식품에서 느낄 수 있었던 ‘중년스러움’을 싹 지웠다. 똑같이 건강식품을 찾지만 건강이 나빠진뒤 허둥지둥 건강식품을 복용하는 4050세대와는 차별화하려는 2030세대의 심리를 교묘하게 꿰뚫은 것이다. 거기다 모든 제품마다 ‘간편하고’ ‘맛있다’는 설명을 후렴구처럼 붙이고 있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맛있지 않고 귀찮으면 외면하는 젊은 세대들의 취향을 고려한 것이다.
예쁘고 맛있기는 CJ 뉴트라의 ‘츄어블 비타민C’ ‘츄어블 산호칼슘’이나 이롬라이프의 ‘이롬 황성주생식 빈’도 마찬가지. CJ 뉴트라는 비타민C와 칼슘제품에 깜찍한 미니 휴대용기를 첨가했고, 이롬라이프는 ‘맛있는데다 핑크빛이 감돌아 예쁘고 얼굴에 발라 피부까지 관리할 수도 있는 생식’이라는 컨셉트로 생식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이밖에 CJ 뉴트라는 커피향을 즐기면서 즐겁게 다이어트할 수 있는 ‘다이어트티’, 맛있는 생식이라는 컨셉트를 내세운 ‘아침생식’, 인삼을 간편하고 산뜻하게 복용할 수 있는 ‘한뿌리’ 등을, 이롬라이프는 맛있게 칼슘을 보충할 수 있는 ‘이롬칼슘’ 등을 선보이고 있다.
남양알로에의 ‘알로키드’ ‘알로엑스골드 액티브 알로에’ ‘알로에 칼슘’도 유사한 제품군으로 묶을 수 있다. 롯데 헬스원과 대상 웰라이프 역시 비슷한 컨셉트의 다양한 제품들을 시장에 내놓고 소비자들의 시선끌기에 힘쓰고 있다.
* 백화점도 비타민 매장 개설 붐
‘웰빙 붐’을 타고 백화점에도 비타민 상설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요즘 같은 불황에도 수요가 급증해 매출 증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7월 본점에 비타민 상설 코너를 열고 미국 건강식품 전문업체 GNC의 비타민과 영양제를 판매할 예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수도권 점포에서 비타민 등 건강보조식품으로 22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에는 3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6개 점포에 비타민 전문 매장 ‘비타민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판매사원이 아닌 전문 영양사가 1 대 1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 비타민하우스는 요즘 매장당 하루 200만~25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입점초기인 지난해 12월(하루 150만~170만원)에 비해 40% 가량 늘어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고객들의 반응이 좋자 상반기 중 서울의 다른 점포에도 매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할인점 홈플러스 역시 지난해 말 영등포점과 금천점에 GNC 매장을 열었다. 매장당 하루 평균 300여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매출도 매월 배 가까이 늘고 있어 다른 점포의 추가 입점도 검토 중이다.
* 비타민 복용상 주의할 점
비타민이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떤 사람에게 필수적인지, 복용하면서 조심해야 할 점은 없는 지 등 구체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비타민의 알려지지 않은 기능과 복용상 주의점을 알아보자.
-비타민C를 복용하면 감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나.
▶비타민C가 감기를 치료해준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일정량을 매일 복용하면 감기를 앓는 기간이 줄어들고 증상도 완화된다는 것은 증명돼 있는 상태. 또 운동선수, 군인 등 육체적 활동이 많은 사람의 경우 비타민C를 섭취하면 감기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비타민은 장기간 복용해도 괜찮을까.
▶표시된 복용법을 지키면 비타민C갃군 같은 수용성 비타민은 많은 양을 섭취해도 남는 분량은 소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별 부작용이 없다. 다만 비타민A갆 등 지용성 비타민은 지나치게 많은 양을 섭취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니 유의할 것. 비타민A는 일일 권장량의 10배 이상, 비타민D는 5배 이상 먹으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기 어린이는 비타민제를 복용해야 할까.
▶한창 자라는 어린이는 무엇보다 모든 영양소를 충분하게,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어린이라면 음식물을 통해 필요한 영양소를 얻고 있기 때문에 따로 비타민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편식을 하거나 식사량이 지나치게 적은 어린이는 복용하는 것이 좋다.
-피곤하거나 입맛이 없는 것이 비타민 부족때문일까.
▶병원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도 불면증, 식욕부진 등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물론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비타민 부족이 한 원인일 가능성이 많다. 체내 비타민 보유량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쉽게 피로해지거나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비타민이 공기오염에 노출된 호흡기까지 보호한다던데.
▶동물실험결과 비타민C갋는 공기오염 물질로 인한 호흡기 손상을 막아준다고. 천식환자들이 비타민C를 복용할 때 호흡기능이 상당부분 호전된다는 보고도 있다.
▲비타민 시장 불황은 없다
비타민 시장은 크게 정제형과 과립형(분말형), 드링크의 3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 정제형 제품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거의 모든 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근 풀무원, 암웨이 등 80여개 중소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던 시장에 탄탄한 유통망을 가진 CJ와 롯데 등의 대기업들이 건강식품사업부를 새롭게 편성해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태평양같은 화장품 업체들도 내면을 치유하는 이너 뷰티 컨셉트로 비타민 시장에 진출했다.
● 과립형(분말형) 제품
‘레모나’로 대표되던 과립형 제품은 한때 비타민 시장을 휩쓸었지만 드링크 제품, 맛있는 정제형 제품이 출시된 이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과립형태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많기 때문에 맛을 바꾸는 등 다양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바닐라향을 첨가한 ‘바이탈씨 산’을, 유유는 비타민C를 따뜻한 차로 즐길 수 있는 ‘유판씨 핫’을 출시해 신세대들의 입맛을 공략하고 있다.
● 드링크 제품
2001년 출시됐던 마시는 비타민은 약국에 국한됐던 유통망을 편의점, 수퍼 등으로 넓히면서 정제나 과립형이 주류를 이뤘던 비타민C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02년에 비해 50%나 시장규모가 불어나면서 지난해에는 500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자리잡았다. ‘비타 500’의 광동제약이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20여개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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