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에 퍼 붙던 비는 남부에서도 죈종일 쏟아 붙는다.
구름은 배도 고프지 않나 보다.
어젯밤부터 내린 소나기는 징검다리를 품에 넣고 말았다.
흑탕물에 잠긴 징검다리, 폭우에 처음 잠긴 것 같다.
정양늪 생태해설사 교육은 마쳤지만 그 열기 식을까봐, 매주 월요일 만나 탐방하기로 약속한 첫날이다.
어제는 햇빛 났다가, 비 내리다가 또 맑아졌다를 반복했다.
하늘만 믿고 널었던 빨래는 한번 더 하고 말았다.
야속한 하늘.
Out of sight, out of mind. '보지 않으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했기에.
일주일 만에 만난 정양늪은 장맛비로 수위가 높아져 연잎이 물위에서 논다.
정수식물이 부엽식물 처럼 보였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데, 연잎에 모인 물이 온천수 나오듯 뿌글뿌글거린다.
뭐~지? 이상하다. 왜 그렇지.
한참을 생각해 보니 연잎이 호흡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 보는 참으로 신기한 장면이다.
숨쉬는 연
정양늪이 온통 연으로 덮여있다.
하지만 마름도 만만치 않게 영역싸움을 하고 있다.
자세히 보니 참 신기한 것이 많다.
마름의 잎 위에 무언가 알듯 밀듯한 것이 포착된다.
자세히 보려고 사진 찍어 확대해 봤더니,
"야 심~봤다"고 외칠뻔 했다.
그렇게 보고 싶은 금개구리 새끼였다.
늪 상류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았는데 하발치에서 만난 것이다.
올챙이에서 이제 막 뒷다리가 쑥, 앞다리도 쑥 나오고, 꼬리가 뚝 떨어져 나간 간난 새끼였다.
금개구리와 각시물자라
좋은 일에는 항상 보너스가 붙는 법,
눈을 크게 금개구리만 쳐다보는데,
갑자기 각시물자라 숫놈이 알을 등에 메고 나타난다.
"나도 있지롱"
귀여운 금개구리
정말 신기한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일거양득이다.
금개구리와 물자라
조금 더 올라가니 붉은귀거북이가 연잎에서 놀고 있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장면이었다.
붉은귀거북이
붉은귀거북이는 외래종으로 토종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지만 재밋는 장면이라 담았다.
자기가 오고 싶어서 온 것도 아닌데, 너무 미워할 수만 없다.
연잎에 고인물이 너무나 맑고 투명하다.
마치 쎈불에 녹인 납 같은 은빛이라, 보는 내 눈 까지 초롱초롱해진다.
햇볕쬐는 가물치와 식사중인 잉어도 한목 한다.
벌써 꽃이 지고 연밥이 예쁘게 영글고 있다.
가을이 그리운지 고추잠자리며 밀잠자리도 잘 논다.
자세히 보니 나비잠자리도 짝짓기에 바쁘다.
연잎에 고인 맑은 물
나비잠자리와 연밥
가시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자연은 늘 이렇게 우리를 반겨주고, 보듬어주며, 상처까지 치유해 준다.
정말 너무도 사랑스럽다.
만날수록 예쁘고 아름답다.
다음주는 또 뭘로 나를 놀라게 해줄까?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기다리다가 답답하면 비개인 날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