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38] 재판 불출석과 법정의 권위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3.11.01. 03:00
요시카와 에이지 ‘미야모토 무사시’
“분명 이길 수 있죠?”
“이오리, 걱정하지 말거라. 지더라도 깨끗이 지고 싶다고 바랄 뿐이다.”
“스승님. 이길 수 없으실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먼 나라로 빨리 떠나면….”
“세상 사람들의 말속에는 진실이 담겨 있다. 네가 말하는 대로 어리석은 약속이기는 하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되었는데 도망친다면 무사도를 저버리는 것이 된다. 무사도를 저버리는 것은 나 혼자만의 수치가 아니다. 세상 사람들의 마음까지 저버리는 것이 된다.”
-요시카와 에이지 ‘미야모토 무사시’ 중에서
당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한 야당 대표는 ‘잘못된 국정 운영을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대북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국방부 장관에게 ‘균형 감각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같은 날 그는 피고인 자리에 서야 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엔 출석하지 않았다. 균형 감각을 갖고 정부를 심판하느라 자신이 심판받을 시간은 없었다.
단식투쟁을 시작으로 벌써 네 번째 결석이다. 부득이 재판에 참석하지 못할 수 있다.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불출석 의견서를 내고 바이든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그러나 야당 대표는 국정감사를 핑계로 재판에 불참하고는 감사장에 나가지 않기도 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두 번째 재판 때는 지각했다.
일본의 난세를 살았던 미야모토 무사시는 세간의 출세와는 인연이 없었으나 검(劍)으로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바로 세우려던 무사였다. 그는 목숨을 건 60차례의 대결에서 한 번도 진 적 없을 만큼 강했지만 어떤 상대도 얕보지 않았고 비겁하게 도망치지도 않았다. 그는 ‘아무리 많은 적과 싸워 이겨도 원칙에 따른 것이 아니면 진정한 도(道)라고 할 수 없다’고 ‘오륜서’에 적었다. 북한은 품고 일본은 배척하는 야당 대표에게 ‘한낱’ 일본 검객의 무사도를 바란다면 큰 무례가 되려나.
권위주의 상징이라며 법정에서 사라진 의사봉을 날마다 힘차게 휘두르는 국회의원이 재판에 지각하면 “다음엔 일찍 오세요” 하고 판사는 당부한다. 결석하면 “오늘도 안 나오시는 겁니까?” 묻고 한숨만 쉰다. 재판에 성실히 임하리라 믿고 구속을 불허했던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권력 앞에 권위를 상실한 법정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김규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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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삭
2023.11.01 05:59:32
1원한푼 받지않은 박근혜 대통령엔 // 그렇게나 가혹하게 대했던 재판부가 // 천하의 잡범에게는 순한양이 되었군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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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밥좀도
2023.11.01 04:59:48
한국은 국민 수준이 저질이니 저질 정치인이 판을 친다. 고품질 정치인이 판을 치게 제발 국민들이여 의식 수준 좀 높이도록 하자.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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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청진Kim
2023.11.01 06:11:42
게밍수가 개판친 법원에 권위가 어딧나?
답글작성
33
0
Cap
2023.11.01 06:30:17
도둑놈에게 제발 재판에 좀 참석해주세요! 라고 애걸하는 사법부를 대한민국,이건 진짜 아니다.
답글작성
13
0
청룡6602
2023.11.01 06:27:11
판사가 정치권력의 조종을 받는다고 판단되기 시작하면 피고들은 법정에 대한 권위를 무시한다, 그리되면 아무리 판사가 권위를 세우려해도 세워지지 않는다,지금 대한민국 사법부가 바로 그런 정치판결로인해 권위는 추락하고 정치잡범이 법정의 권위를 짓밟는 만행을 저지르고있다, 일부 정치판사들이 스스로 만든 사법복마전의 참상이다,
답글작성
13
0
james k
2023.11.01 06:46:17
선량한테는 강하고 양**에게는 약한 법원의 이중성! 판사란 무엇인가? 선량한 박근혜대통령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던 재판이 부량아 이재명 한테 뭐가 두려운가 이재명이를 봐주는 판사는 스스로를 이재명의 똘마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답글작성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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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쉭한 스키
2023.11.01 04:55:10
"북한은 품고 일본을 배척하는 야당 대표에게 '한낱일본 검객의 무사도를 바란다면 큰 무례가 되려나" 정답 = 비교자체가 큰 실례가 되는 줄 압니다. 거짓말 뻔뻔함 비겁함 졸렬함 어느 항목 하나 하나 걸리지 않는 것이 없는 사람이지요 지긋 지긋 합니다.
답글작성
9
1
돌북
2023.11.01 06:03:42
대통령은 뭐하는 사람인가? 法을 지키는 사람이다. 법 어기기를 밥 먹는 듯이 하는 자를 어찌 대통령으로 모시고자 하는가? 대한민국은 아직도 미개한 나라다.
답글작성
7
2
마니
2023.11.01 07:34:17
판사 출세 보장. 그러나 그런 때는 오지 않을 것.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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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기쁨 기도 감사
2023.11.01 06:58:51
피의자의 피의자를 위한 피의자를 위한 재판
답글작성
5
0
양사
2023.11.01 06:39:47
무슨 소리? 양 떼 몰이 개 이야기? 개가 양을 겁주는데 늑대는 관심 밖. 국민, 판사, 국회의원. 대마왕 문산군, 죄명군. 양 새끼를 모는 척하는 광화문 유모차 아줌마.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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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심가득
2023.11.01 07:53:04
나는 순진하게도 종북좌파들의 인권 민주 환경등등의 선동에 속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위선을 알고는 죄는 죄대로 심판받을 것을 믿었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검사도 그렇지만 판사들까지 종북좌파들에 복무하는 무리라는걸 깨닳았습니다. 나는 무사도 되지 못하는 노동자이지만 대한민국의 앞날을 염려합니다. 이씨왕조와 그에 추종하여 권력을 향유한 양반들에 신음하여 민란이 잡초처럼 일어났었던 시절로 돌아갈까 겁이 나네요. 그때는 종북좌파들과 검사 그리고 판사들만 잘살고 있을까요?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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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재규어
2023.11.01 07:37:27
이제는 '개'자를 붙이기에도 역겹다. 법을 무시하는 자들에게 법을 만드는데 일조한 국민이 처량해 보인다. 돈 받고 좋아하다가 돈 떨어지면 또 돈 달라고만 하는 국민은 그런 법을 무시하는 자들에게 또 손을 벌리기 위해서 도장 든 손가락을 그들을 위해서 사용 할 것인가?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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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st
2023.11.01 07:54:36
어쩌다가 국회의원이 대통령도 제치고 권력의 정점에 있는것같다. 법도 안통한다.
답글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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