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손으로, 쪽마루 만들기
■ 자연과 이웃으로 열려 있는 마루문화
우리 선조들의 살림집은 보통 방과 방 사이에 대청마루가 있었습니다. 안방 옆에는 가마솥이 걸린 재래 부엌이 달려 있었으며, 작은 방은 아궁이 불만 지피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대청마루는 지금의 거실과 같은 기능으로서 식구들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고 손님과 이웃의 마실 공간이었습니다. 뒤뜰은 대청마루에서 쪽마루로 통했고, 행랑채는 안마당을 마주보며 쪽마루가 놓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새마을 운동이 시작되고 개량된 농촌주택에서는 마루 문화가 사라졌고, 아파트 문화의 영향을 받은 발코니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90년대 중반 전원주택 붐이 불면서부터는 서구 목조주택이 유행처럼 번지며 데크가 등장했습니다. 데크에 파라솔을 놓고 의자에 둘러앉아 있는 서구의 그림을 보는듯합니다.
모름지기 마루는 사람과 자연이 소통하는 통로였고, 이웃과의 정을 나누는 교량이었습니다. 농사일하고 이웃을 지나가며 흙 묻은 발과 손을 두고 툇마루와 쪽마루에 걸터앉아 냉수 한 사발 들이키던 풍경, 봄나물과 푸성귀 뜯어다가 햇빛 잘 드는 마루에 앉아 다듬는 정경은 높다란 데크와 난간대 문화로 단절되었습니다. 그러한 서구적 문화의 무분별한 이식을 반성하며 마루를 다시 생각하는 것은 자연과 이웃으로 열려있는 우리 주거문화의 계승이기 때문입니다.
■ 멋과 기능을 살리는 툇마루, 쪽마루 만들기
요즘 집을 신축하는 경우 대부분은 거실 앞쪽에 데크를 둡니다. 보통은 방부목으로 시공하기 때문에 지붕이 따로 없고 난간대를 둔 넓직한 야외 공간을 둡니다. 파라솔과 의자가 필수이고요. 거실과 데크는 같은 높이로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기존 건축물에 툇마루나 쪽마루를 둔다는 건 집 전체의 어울림에서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왕에 거실의 창이 넘나들 수 있는 분합창인데 데크나 별도의 발코니가 없다면 거실 전면에 툇마루를 생각해 보실 수 있습니다.
마루는 난간이 없어 자연과 이웃의 경계가 그만큼 누그러집니다. 마루가 놓인 집은 이웃의 발길이 자연스러워 집니다. 집과 마당을 연결하는 통로로서 사는 사람 또한 보다 자연에 근접할 수 있습니다. 비오는 날 쪽마루에 걸터앉아 낙수 물을 보는 정겨움 또한 집이 주는 행복일 것입니다.
때문에 마당에서 걸터앉을 수 있는 폭이면 쪽마루로서 족합니다. 만약에 처마를 달아낼 수 있다면 2m 정도의 폭으로 밥상 하나를 두고 둘러앉을 수 있는 툇마루 형태로 욕심을 내셔도 좋습니다. 2m 정도의 간격으로 기둥을 세우고 처마를 만든 다음 기둥에 고정하여 마루 테두리를 만들면 됩니다.
기존 주택의 설계에 마땅히 적용하기 힘들 경우는 인위적으로 마루 공간을 만들어도 좋습니다. 거실과 통하는 한쪽으로나 처마 아래 마당가에 놓을 수 있도록 평상 형태의 이동식 쪽마루를 여러 개 만드는 방식입니다. 2-3개를 겹치면 툇마루, 따로 떼어 놓으면 쪽마루, 마당에 놓으면 평상이 되는 방식입니다.
■ 이동식 쪽마루로 다기능 툇마루 만들기
마루의 맛은 대청마루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한식 우물마루 형태가 고풍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숙련 목수가 짜 맞춤 하여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건조목이나 방부목을 이용하여 간단하게 만드는 방식이 좋을 듯 합니다.
우선 마루 기둥이 놓일 자리엔 편편한 돌을 주추삼아 놓던가, 아니면 시멘트 벽돌이나 치장벽돌로 기초를 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땅이 비에 꺼지면서 수평이 맞지 않고 마루 기둥이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거실 전면이나 뒤뜰, 또는 방 앞에 마루를 만드는 경우 우선 용도에 따라 폭과 길이를 정합니다. 붙박이식이라면 건물 벽면에 목재로 고정하고 마루 앞부분에 기둥을 세운 후 테두리를 2×6(인치) 건조목이나 방부목으로 틀을 짜서 마루 기둥과 고정하면 됩니다. 그 틀 위에 2×4(인치)나 2×6(인치) 목재로 바닥을 까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마루 기둥은 규모에 따라 굵기의 치수를 조정하면 됩니다. 보통은 마루 테두리 목재 정도를 이용하여 나무 기둥을 세우기도 하는데, 사각 3.5치(11cm정도) 목재로 고정하면 안정적입니다. 이때 마루의 폭이 넓을 경우 중간에 장선을 보강하여 주어야 마루바닥의 처짐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자재의 손실을 막고 시공상의 용이함을 위하여 일자로 마루를 깔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옛 우물마루의 멋을 낼 수도 있습니다. 우물마루 느낌을 주기 위해선 2×8(인치)이나 2×12(인치)를 사용하셔서 중간 띠장을 만들어 약 45cm(한 자 반) 폭으로 자른 마루 판재를 이어붙이기 하면 됩니다.
평상 형태의 쪽마루를 2-3개 만들어 겹치는 마루 형태는 설치 예상 장소를 고려하여 길이와 폭을 결정하면 됩니다. 보통 쪽마루의 폭은 60~80cm 정도로 하는 것이 적당하며 길이는 2×6(인치) 건조목이나 방부목으로 테두리를 짜고 그에 마루 기둥을 고정합니다. 높이는 걸터 앉을 수 있도록 약 40-50cm 정도면 적당합니다.
마루의 뒤틀림과 처짐을 방지하기 위하여 테두리 안쪽으로 목재 상을 걸어 보강합니다. 이때 마루 판재 높이를 계산하여 테두리 목재와 마루 높이가 일치하도록 테두리 목재 안에 상을 걸어 마루 판재를 깔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여러 개의 쪽마루를 만들 경우 마루 판재를 하나는 가로로, 하나는 세로로 짜면 짜투리 목재를 이용할 수도 있고 겹쳐 놓았을 때 단조롭지 않은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길이는 2m 정도로 하여 두 사람이 들 수 있도록 하면 이동이 용이하고 쓰임새가 훨씬 좋습니다.
못은 일반 못 보다는 스덴 못을 사용하여 부식을 방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포로 면을 다듬은 후 오일스테인(방수, 방습, 방충 기능)을 칠 해 주시면 목재의 질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오래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 이 원고는 월간 전원생활 2004년 5월호 [작은 공간 하나로 달라진 우리 집 - 집의 운치를 더해주는 마루 만들기] 원고로 보낸 자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