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 선조님께서 나라의 은혜를 많이 입었으니 자손이 어찌 선조를 배반하고 오랑캐를 따르리오! 외로운 성에 힘은 다하니 어찌할 수가 없구나. 먼저 두 적장을 베었으니 단충은 보였노라!
남의 절개 가질 것을 남이 어찌 권하리오. 그대들은 이제 그대들 마음대로 하시게나. 나는 이미 나라 위한 순신을 결심하였네. 북향백배 올리오며 나라님께 하직드리오!
사충단의 축조를 마치고 발걸음이 미친 이곳, 김해성 북쪽에 암석이 있는데 우뚝 솟은 모양이 맹수가 무엇을 치고 깨무는 형상이라 부민들에게 물으니 송공 순절암이라 한다. 이는 천자가정년간에 참의공 송빈의 부친 휘창 및 그 오래된 벗들이 제명하였으며 그 뒤 임진란에 이르러 송공이 부성을 지키다 이곳에서 마침내 순절하셨다. 그 송공의 후손들이 이어서 글을 새겼으며, 내가 송공의 위열을 추모하여 그 돌이 오래되어 내력이 민멸될까 두려워함이라 그 돌에 낀 이끼를 털어내고 새기기를 꾀한 다음 주위 담장도 고쳤다. 뒤에 고을을 지나는 사람들이 이 순절암이 있는 것을 알도록 함이니 바라건대 송공의 이름이 이 돌의 수와 아울러 다른 날에 우리나라의 고사가 되기를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