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13.
인간은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2018년 고령사회,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우리에게 노화는 많은 숙제를 가져왔다. 반면 2006년 1300억달러에서 2015년 29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한 전 세계 항노화산업의 규모를 보면 노화문제는 분명 신산업 창출의 또 다른 기회이기도 하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투자자는 2015년 초 생쥐의 수명과 생체활력을 50% 늘리는 과학자에게 100만달러의 상금을 주는 팰로앨토 장수상을 제정해 세상의 주목을 끌었다. 이 경쟁에는 세계적인 연구진 14팀이 참여하고 있으며, 2018년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구글, 오라클, 페이팔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앞다퉈 노화연구에 뛰어들며 현대판 진시황의 꿈을 부활시키고 있다.
노화연구의 본격적인 서막이 시작된 것은 1961년 레오나르도 헤이플릭이 생물과 장기에 따라 세포의 총 분열 횟수가 정해져 있으며 그 이후에는 세포가 노화해 죽는다는 사실을 밝힌 데서 비롯됐다. 이 발견에 따르면 태아의 세포는 약 100회, 노인의 세포는 20∼30회 정도 분열한 후 노화가 시작되는데 이를 ‘헤이플릭의 한계’라고 부른다. 1978년 엘리자베스 블랙번은 그 원인으로 여겨지는 텔로미어를 발견해 2009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그러나 노화의 근본적인 원인은 여전히 미궁에 갇혀 있다. 노화연구는 직접 인체를 대상으로 하기 어려워 대부분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은 실험은 젊은 개체와 늙은 개체의 혈관을 연결해 늙은 개체의 회춘 여부를 관찰하는 개체결합 실험이다. 이 실험은 1864년에 최초로 시도됐지만 노화연구에 적용된 것은 1957년이었다. 당시 늙은 쥐와 젊은 쥐를 개체결합한 결과 늙은 쥐의 골밀도가 젊은 쥐와 비슷한 정도로 회복되는 것이 발견됐다. 이후에도 유사한 실험이 반복됐는데 젊은 쥐의 혈액을 공급받은 늙은 쥐의 여러 장기 기능이 회복되며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관찰됐다.
최근에는 그 원인 물질이 GDF11이라는 특정 단백질이라는 것까지 밝혀졌지만 이를 반박하는 후속실험이 보고되면서 노화연구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연구결과의 인체 적용은 윤리적 문제에도 감행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암브로시아라는 회사는 참가자들에게 8000달러를 받고 젊은 피를 수혈해주는 임상시험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다른 일련의 과학자들에 의해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이와 같은 젊은 피의 공급이 인지능력을 회복시키는지를 테스트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이 외에도 분화된 세포를 리프로그래밍해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도 세포의 노화시계를 리세팅하는 것으로 간주돼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여러 연구에도 노화 메커니즘은 여전히 수수께기로 남아 있다. 하지만 IT 융합을 통한 현대의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노화 메커니즘도 곧 그 베일이 벗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스템과학의 도입을 통해 노화에 관련된 모든 실험적 결과를 집대성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뒤 제어공학 기술을 적용해 항노화나 회춘을 유발할 수 있는 분자타깃을 발굴한다면 노화연구의 획기적인 진전이 있을지도 모른다.
구글이 공동 설립한 칼리코라는 바이오회사는 글로벌제약사인 애브비로부터 15억달러의 공동투자 계약을 맺었으며, 오라클의 창업자인 래리 엘리슨은 의학재단을 설립해 3억달러 이상의 연구비를 노화연구에 지원하고 있고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은 센스 연구재단을 통해 인간수명 연장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진 크레이그 벤터는 인간장수 회사를 설립해 장수유전자 발굴에 착수했다. 진시황의 꿈이 21세기 노화연구를 통해 비로소 구현되는 날이 머지않을 수도 있다.
조광현 / KAIST 교수·바이오및뇌공학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