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그리기 4번째 시간.
오늘 옥탑711멤버들은 평소같은 오전이 아니라 저녁시간에 옥탑에 모였습니다. 비내리는 밤. 옥탑에서 도드라지는 빗소리를 배경 삼아 참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늘을 공부할까 했지만 이 큰 물살 그림이 너무 매력적이라 ...거친 바위 협곡 사이로 몰아치는 큰 물살을 표현하는 방법을 공부했습니다. 일렁하는 파도의 기운에 가슴이 웅장해지는 그림입니다. 보통 부서지는 흰 보말과 파도 위에 드러나는 흰 부분을 그릴 때 마스킹 액을 치솔로 뿌리거나 붓으로 바르는데 그러자면 아무래도 마르기를 기다리고 나중에 떼어내고 좀 번거롭지요. 매킨지는 마스킹 액의 도움을 받지 않고 물의 번짐과 붓으로만 이 모든 것을 표현합니다.
이번 공부에서 특히 유념하면서 배워야 할 지점은
1. 바위와 파도가 만나는 경계의 번짐
2. 웅장한 파도의 물살을 표현하기 위한 붓질의 스트로크
<레이아웃 잡기>
종이에 파도가 크게 위로 솟는 부분에 선을 긋습니다. 그 선을 중심으로 파도가 오르내리는 기준점이 됩니다. 보말을 표현할 흰 부분도 점선으로 표시합니다. 가까운 바위와 먼 절벽을 드로잉해두고 파도가 들이쳐 겹치는 부분도 표시해둡니다. 이 방법이 참 유용했습니다. 이 선을 중심으로 붓질의 스트로크가 시작되면 굉장한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웨트 인 웨트로 파도 칠하기>
종이 전체를 물로 칠하고 어느 정도 말라 축축한 정도가 되면 역시 큰 합성 납작붓으로 굵게 파도를 표현하는데 굵기와 길이가 너무 균일해지지 않도록 다채롭게 표현합니다. 스토르크 사이는 희게 남게 됩니다. 역시 근경은 진하게 원경은 연하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순간. 바위와 물의 경계가 되는,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표현을 하게 되는데... 파도를 칠할 때 흰 보말 부분을 남겨두고 칠합니다. 그리고 곧 바위를 그리는데 역시 중요한 점이 너무 축축해서도 안되고 너무 말라서도 안되는 적절한 수분 상태를 판단해야 합니다. 바위의 갈색 물감을 부서지는 파도를 염두에 두면서 위에서 밑으로 칠합니다. 그러면 그 경계면에서 자연스러운 번짐을 통해 부서지는흰 보말이 만들어집니다. 이때 파도와 바위 사위의 흰 부분을 얼마나 남길 것인가를 바위 모양을 보면서 자연스럽고 다채롭게 표현합니다.
<바위와 배경을 그리기>
바위를 그리고 나이프로 긁어내 바위의 굴곡과 음영을 표현합니다. 배경의 절벽은 블루 그레이 컬러로 외곽선을 그리고 더 옅은 농도에서 아래로 끌어내려 안개와 보말을 표현합니다.
<앞부분의 디테일 완성하기>
여기서 잊기 쉬운 것은 앞부분의 바위 위에 나이프로 긁어 밝은 하이라이트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다 지쳐가는 시간이라 이런 디테일은 놓쳐버렸네요. 그리고 파도를 좀 더 생기있게 만들기 위해 파도 모양을 좀 더 구체화 하고 전면 물거품의 레이스 그리기. 이건 전에 재미있게 공부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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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만 바위에 부서지는 보말을 표현하는 게 가장 핵심인데... 바위와 파도가 만나는 모양을 마음에 새기고 조심스럽게 작업해야 합니다. 수채화를 그리다보면 물이 마르는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 초조하게 서두르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바위가 너무 아래까지 내려와서 또 스크럽 붓으로 지우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러운 번짐을 통한 보말이 아니라 직선이 되어 버렸어요.
그림에서 선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붓질의 스트로크는 곧 기운을 표현하고 감정을 자극합니다. 힘찬 파도를 위해서 큰 붓으로 과감하게 기운을 실어 쭉 그려내는 느낌... 이걸 해보고 싶었는데... 그러면 그림을 그리면서도 통쾌할텐데... 역시 쪼잔하게, 소심하게 망칠까 주저주저... 그래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매킨지의 물살이 주는 가슴이 떨리는 흥분은 바로 이 붓의 스트로크에서 비롯된 것이겠지요. 수채화도 결국 기운이다.
매킨지가 표현한 바위의 디테일이 굉장합니다. 역시 물감을 듬뿍 묻혀서 젖어 있을 때 나이프를 잘 사용해야 겠지요. 하지만 나이프를 자유자재로 다루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그리다보면 배경의 절벽을 그릴 때는 이미 다 말라버려서 다시 물을 바르고 그려야 합니다. 글레이징 기법이라고 하지요. 앞쪽의 바위도 마친가지입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번짐의 정도와 지점을 잘 알고 적정한 물의 농도를 입히는 건 정말.... 고수의 경지입니다. 이건 오랜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습니다.
수채화는 늘 물의 성질과 힘, 그리고 절대 통제할 수 없는 습기와 바람과 손잡고 그리는 그림인 것 같습니다. 그러자면 예민한 감각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선풍기를 켜고 작업할 것인가 끄고 작업할 것인다. 습기가 높은 날씨인가 건조한 날씨인가, 종이의 성질은 어떠한가.... 뭐 이런 동물적인 감각이 요구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수채화는 의외성과 통제불가능성의 특성을 가지게 되고 그게 수채화의 어려움이면서 동시에 매력인 것도 같습니다.
망친 것 같다고 느낄 때 잠시 기다리면서 물과 물감이 빚어내는 의외의 결과를 기대하기. 통제하려고 덧칠하거나 지우거나 지레 절망하지 않기...
기다림을 배우고 내 의도대로 되지 않아도 의외성이 드러낸 매력을 인정하고 발견하는 미감을 키우기.
늘 예측불가능한 현실에서 물결에 몸을 맡기는 유연함과 여유.... 오늘 그리면서 새삼 생각이 많았습니다.
물 그리는 거, 참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