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미야서 연구는 제 개인적으로 성경 66권에서 어떤 책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레미야서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애착은 참 큽니다. 이유는 제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회에 들어와 평생 정규적인 예배를 드리며 살아왔잖아요. 제가 예레미야서 전체에서 한두 구절을 뽑아 적용한 설교는 들어 보았지만, 예레미야의 어떤 텍스트 전체를 주해하고 그 텍스트의 역사적 의미와 본문의 의미를 토대로 풀어가는 그런 설교는 기억이 안 납니다. 그만큼 예레미야는 강단에서 목회자들에 의해 전체적으로 자주 인용되지 않는 본문이에요.
사실 예레미야는 에스겔보다는 쉽다고 할 수 있어요. 에스겔은 다니엘과 똑같은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으면서 환상과 계시 중심의 기별이라면, 거기에 비해 예레미야는 역사적 실제 역사에 근거한 기별이 일차적으로 주어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사야에 비해서도 예레미야는 훨씬 적게 인용되고, 다니엘에 비해서는 우리 재림교회 안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 책입니다. 엄격히 말하면 예레미야를 모르면, 예레미야에 기초하지 않으면 에스겔도 다니엘도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역사적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 선지자의 기별이 예레미야입니다. 예레미야를 근거해서 에스겔 이야기가 나오고 다니엘 이야기가 나온 것이거든요.
그래서 예레미야는 개인적으로 정말 덜 읽히고 덜 인용되기 때문에, 몇몇 유명한 구절들만 딱 따서 설교 시간에 언급되는 것 이외에 문맥의 의미와 역사적 의미가 생생하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예레미야에 대한 저의 애정은 더 큽니다. 그래서 이번 기간 동안 이 예레미야를 연구하면서 정말 하나님의 심정과 하나님의 뜻을 깊이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
예레미야는 모두 52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강좌는 11주 수업입니다. 52장이기 때문에 한 주에 다섯 장씩 살펴보게 되면 55장이 되겠죠. 그러니까 네 장 혹은 다섯 장씩 한 주에 살펴볼 것입니다. 앞으로는 이번 주에 살펴볼 범위를 미리 알려 드릴 테니, 해당되는 범위를 감안하시면서 미리 읽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예레미야 52장은 쉰두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조가 명확합니다. 1장은 예레미야를 선지자로 부르시는 소명 기사입니다. 역사적 서론과 소명이지요. 그다음에 마지막 장인 52장은 미리 정리해 두십시오. 예레미야 52장은 열왕기하 25장의 반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역사적 배경을 그대로 밝혀 주는 장입니다. 열왕기하 25장은 남방 유다의 멸망 기사입니다. 그렇다면 예레미야 52장에 가서 유다의 멸망이 나온다면, 1장에는 멸망하기 이전에 멸망으로 향해 가는 남방 유다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뜻이 한 사람의 선지자를 부르셔서 이를 통해 기별을 보내시는 내용이 나오겠지요.
그리고 1장에서 예레미야 선지자를 부르시는 내용 다음에 2장부터 25장까지는 당시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던 예루살렘과 유다, 즉 남방 유다의 죄에 대한 통렬한 탄핵이 전개되어 갑니다. 사실 남방 유다의 죄에 대한 특별한 지적은 29장까지 이어져요. 그런데 왜 2장부터 25장까지를 묶고 26장부터 29장을 따로 떼어놓는가 하면, 25장까지는 유다와 예루살렘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 선언인데, 그중에서 26장부터 29장까지는 성전에서 선포한 설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6, 27, 28, 29장을 성전 설교라고 부릅니다. 예레미야 선지자가 성전에서 행한 설교예요.
그리고 아까 신 목사님이 기도할 때 언급했지만 30, 31, 32, 33장, 이 네 장이 예레미야 중에서도 아주 독특한 장입니다. 여러분, 누군가를 설득할 때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유명한 말입니다. 설득의 세 요소에 무엇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까? 첫째, 로고스(Logos)가 있어야 합니다. 논리가 정연하고 말이 딱 들어맞아야 사람이 설득됩니다. 두 번째는 에토스(Ethos)입니다. 이 에토스라는 말에서 영어 에식스(Ethics), 즉 윤리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에토스는 윤리이자 인격입니다. 말하는 사람을 믿을 수 있어야 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가 바로 파토스(Pathos)입니다. 파토스를 영어로 옮긴 것이 페이소스(Pathos)입니다. 페이소스는 감정입니다. 말하는 사람이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덤덤하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 따라 분노도 하고 함께 가슴이 먹먹해져 아파하는 그 정서입니다. 로고스, 에토스, 파토스.
그런데 성경 66권 중에서 선지자의 페이소스, 선지자의 감정과 정서가 가장 짙게 배어 있는 책 중의 하나가 예레미야서입니다. 예레미야서에는 페이소스가 진하게 녹아 있습니다. 그것도 어떤 페이소스인가 하면, 안타깝고 화가 나고 괴롭고 힘들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설교자의 페이소스가 가득 찬 책이 예레미야서예요. 슬픈 페이소스입니다.
그런데 그런 예레미야서 중에서도 30장부터 33장까지의 네 개 장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밝습니다. 소망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새 언약을 이야기하는 장이 바로 예레미야 30장부터 33장까지입니다.
예레미야 34장부터 45장까지는 열왕기하의 반복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남방 유다의 멸망 직전에 있었던 당시 예루살렘과 유다의 멸망과 관련된, 타락과 관련된 여러 역사적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예레미야 34장부터 45장은 열왕기하 후반부와 비교해서 읽어보아야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었지?' 아까 기도하시는 중에도 나왔지만, 정말 이런 일들이 생기면서 마음이 착잡해지는 사건들이 어느 시대에나 있었고 우리 안에도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재미있게도 지난 9월 1일부터 우리 신학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예레미야 주석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한 달 늦게 이 평신도 강좌가 시작되어 제가 이번 주 화요일 신대원 수업 때 "여러분에게 강의한 이 내용을 이번 주 목요일부터 다시 예레미야 첫 장부터 강의한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실 신대원 클래스에서는 어떤 과제를 내주었는가 하면, 예레미야서 본문을 읽으면서 '지금 우리에게 예루살렘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것과 지금 우리에게 유다 조국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공동체에 이 기별을 적용해 보라'는 과제를 내주었습니다. 틀림없이 나에게 과제로 적어 내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라고 미리 언급했습니다. 사실 예레미야는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줍니다.
그다음 46장부터 51장은 예루살렘과 유다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나라, 즉 열방에 대한 심판 선언입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 예루살렘과 유다에 대한 심판을 선언하시며 그들을 벌하시지만, 그렇다면 그들과 함께하는 여러 열방의 나라들은 과연 더 잘났느냐? 그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미리 읽어 보겠습니다. 예레미야 1장 10절을 보세요. 예레미야 1장 10절은 예레미야 전체 기별의 요약이라고까지 불립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 내용을 정리하면 1장은 서론, 52장은 결론, 2장부터 25장은 유다와 예루살렘의 죄에 대한 탄핵, 26장부터 29장은 성전에서 선포한 성전 설교, 30장부터 33장은 슬픈 페이소스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과 약속의 기별, 34장부터 45장은 멸망 전후의 역사, 46장부터 51장은 열방에 대한 심판 선언, 52장은 역사적 결론입니다. 이렇게 예레미야 전체가 구성되어 있는데, 1장부터 52장에 걸치는 이 모든 내용을 압축한 말씀이 1장 10절에 나옵니다.
보시죠. "보라 내가 오늘 너를" 하나님께서 이제 예레미야를 향해 하시는 말씀입니다. "내가 오늘 너를 여러 나라와 여러 왕국 위에 세워" 열방이지요. "여러 나라와 여러 왕국 위에 세워 내가 그것들을" 여기에는 당연히 예루살렘과 남방 유다도 포함됩니다. 그것들을 그다음 동사를 보세요.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고 넘어뜨리며 건설하고 심게 하였느니라." 동사가 모두 몇 개인가요? 뽑고, 파괴하며, 파멸하고, 넘어뜨리며, 건설하고, 심게 하였느니라. 모두 여섯 개입니다. 이 여섯 개의 동사 중에 앞의 네 개는 부정적이고 뒤의 두 개는 긍정적입니다. 앞의 네 가지 부정적인 동사는 뽑고, 파괴하고, 파멸하고, 넘어뜨리는 것이며, 뒤의 두 가지는 건설하고 심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레미야 전체 기별을 1장 10절의 여섯 개 동사로 구분해 보면, 30장부터 33장은 건설하고 심는 기별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모든 기별은 뽑고, 파괴하고, 파멸하고, 넘어뜨리는 기별입니다. 그 내용들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하나씩 하나씩 살펴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