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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18
⊙ 여론조사상 與圈 유리하지만, 선거에서 패했던 2010년 再版될 수도
⊙ 새누리당의 弱點-취약한 지도부, SNS 열세, ‘선거의 여왕 박근혜’ 없는 선거, 大選 공약 불이행, 경제난
⊙ 高연령층-보수 유권자 증가는 여당에 유리
⊙ 바람 불지 않고, 이슈 없어, 정권 심판하기엔 시기 애매, 차기 大權 주자 부각 안 돼, 구도가 중요 변수 될 것
가장 최근 있었던 지난 2010년 지방선거는 참으로 희한한 선거였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50%를 상회하고, 선거 막판까지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 여당인 한나라당의 승리가 예측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선거의 최대 승부처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선거에서 현직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시장은 민주당 한명숙(韓明淑) 후보에게 1.5%포인트 차이로 이겼지만 25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4곳에서만 이겼다. 경기도지사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현직 김문수(金文洙) 지사가 이겼지만 30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10곳에서만 승리했다. 현직 한나라당 안상수(安相洙) 인천시장은 민주당 송영길(宋永吉) 후보에게 패배했고 이 지역의 10곳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1곳에서만 승리했다. 요약하면 수도권 6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46곳(69.7%)을 석권한 반면 한나라당은 15곳(22.7%)에서만 이겼다.
이런 선거 결과를 놓고 당시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이변(異變)이 연출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오류였다. 오히려 이변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였다. 국민들은 자신의 의중을 숨긴 채 조용히 지방선거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오만한 권력을 확실하게 응징했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과 선거 전문가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들이 크게 앞섰기 때문에 숨어 있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한마디로,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았던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분노와 저항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했다.
당시 박효종(朴孝鍾) 서울대 교수는 “모든 것을 다 차지하려고 했던 경직된 보수, 자신의 입장과 다르기만 하면 이단으로 생각해 온 고집불통의 보수는 ‘죽어 있는 보수’이자 ‘올드 보수’”라며 “권력도, 인사도, 돈도, 자리도, 정책도, 모든 것을 다 차지하겠다는 것은 ‘플레오넥시아(pleonexia)’로 불리는 ‘탐욕’에 불과하다. 진보좌파에 같이 나누는, 관용적이고 자기 절제력을 가진 새로운 보수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保守 우위 정치 체제 등장할까?
그렇다면 올 6월 4일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어떻게 될까?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 정당 지지도 등 각종 민심 지표는 현(現) 시점에서 새누리당에 불리하지 않다. 하지만 여당의 저주였던 2010년 선거의 재판(再版)이 될 수도 있다. 6·4 지방선거는 본질적으로 박근혜(朴槿惠)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지방정부, 특히 야당 단체장들에 대한 심판이기도 하다. 여야,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세력이 승리할지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엄청난 지각(地殼) 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첫째, 보수 우위 정당 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이 지방선거, 총선(總選), 대선(大選)에서 연승해 3관왕을 달성한 것은 극히 드물다. 한국 국민들의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열광과 환멸의 주기가 지극히 짧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2006년 지방선거 승리, 2007년 대선 승리, 2008년 총선 승리라는 전무후무한 ‘트리플 크라운(triple crown)’을 달성한 적이 있다. 이것이 새누리당의 2012년 대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새누리당이 올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2012년 총선과 2012년 대선 승리에 이어 또다시 3관왕을 달성하게 된다. 다른 말로 2007년부터 시작한 6번의 전국 선거에서 야당은 5번(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2012년 총선, 2012년 대선, 2014년 지방선거) 패배한 것이 된다. 이것은 단순한 야권의 패배가 아니라 진보가 몰락하고 진보 야당이 내세운 가치들이 국민들로부터 지속적으로 거부당한 것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 보수 우위 정당 체제의 등장을 의미한다. 과거 일본 자민당이 1955년 창당되어 1990년 초반까지 오랜 기간 보수 우위의 ‘1.5 정당 체제’를 만들었던 것처럼 한국에서도 ‘새누리당-민주당’ 간의 균형적 양당(兩黨) 체제가 무너지면서 보수 우위의 정당 체제가 만들어질지 모른다.
차기 大權 구도에 영향
둘째, 야당 재편에도 엄청난 후폭풍(後爆風)이 일어날 수 있다. 과연 제1야당인 민주당이 선거에서 승리해 정국(政局)을 주도할지 아니면 선거에서 패배해 안철수 신당(新黨)에 흡수, 통합될지가 관건이다. 그 열쇠는 호남 유권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들이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설 연휴 이후 한국 갤럽이 실시한 조사(2월 3~6일)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에서 새누리당 37%, 민주당 14%, 안철수 신당 25%였다. 특히 안철수 신당이 없는 경우,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의 35%가 안철수 신당으로 지지를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에서 민주당의 지지는 3%와 5%에 불과했지만, 안철수의 ‘새정치신당(가칭)’은 17%와 22%를 차지했다. 그런데 호남 지역에서는 민주당 지지도는 34%로 ‘새정치신당’(27%) 지지도를 추월했다. 한 달 전에 비해 새정치신당은 18%포인트 급락하고, 민주당은 3%포인트 오른 결과였다. 작년 3월부터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민주당이 호남 지역에서 안철수 신당을 이긴 것은 처음이다. 호남 지역에서의 이런 지지 정당 변화가 야권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셋째, 차기 대권(大權) 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 대권 후보들의 각축장이다.
당장 민주당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의 재선(再選)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새누리당 후보, 안철수 신당 후보가 겨루는 3자(者) 대결 구도에서 박 시장이 승리할 경우,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로 부상(浮上)할 것이다. 반대로 치열한 경선(競選)을 거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예: 정몽준 전 대표, 김황식 전 총리)가 현직인 박원순 시장을 이길 경우 여당 유력한 대권 후보로 급부상할 것이다. 그 밖에 민주당 소속 송영길 인천시장과 안희정(安熙正) 충남지사 등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성적을 거두냐에 따라 야권 내 차세대 후보군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넷째, 진보 정당의 재기(再起)에도 파장을 미칠 것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통합진보당의 전신(前身)인 민주노동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5명의 후보를 출마시켜 단 한명도 당선시키지 못했다. 하지만 228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23곳에 후보를 내서 3곳을 당선시켰다. 680개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73명의 후보가 출마해 18명이 당선되었다. 기초의회(2512명) 선거에서는 33명이 출마해 6명이 당선됐다. 요약하면 3893명을 선출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은 449명을 출마시켜 160명을 당선(35.6%)시켰다. 내란음모죄로 기소된 이석기 사태와 정부의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청구 소송의 여파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지방선거는 통진당과 정의당 등 진보 정당이 재기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 선거이다.
전망적 투표 vs. 회고적 투표
선거를 전망하거나 예측하는 일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선거는 워낙 다양한 변수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선거의 경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바람이 불면 일거에 상황이 바뀐다. 더욱이, 특정 지역의 감정을 자극하는 일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 1995년 지방선거에서 당시 집권 여당인 민자당 김윤환(金潤煥) 대표가 ‘충청도 핫바지론’을 제기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김종필(金鍾泌) 총재가 민자당을 탈당해서 만든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충청 지역 선거에서 압승했다.
전통적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중간에 치러지는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대선에서와 같이 미래를 보고 판단하는 ‘전망적 투표(prospective voting)’보다는 정부가 잘 했는지를 기준으로 심판하는 ‘회고적 투표(retrospective voting)’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한국선거학회가 2010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의 61.6%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 선거’라는 견해에 공감했다. 반면, 이런 견해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은 37.9%에 불과했다. 그런데 공감층에서는 42.3%가 야당인 민주당을 지지했고, 여당인 한나라당 지지는 26.8%에 불과했다. 이것이 선거 직전까지만 해도 집권 여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각종 여론조사 기관들의 전망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집권 여당이 참패로 끝난 핵심 이유였다.
<표1>에서 보듯이 지난 1998년 제2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다른 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모두 3년차 이상이 지났을 때 실시돼 중간평가의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1년4개월 만에 치러져서 과연 야권이 제기하는 ‘중간평가 프레임’이 먹힐지 지켜봐야 한다. 지난 1998년 선거에서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 만에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정부를 심판한다는 것은 무의미했다. 오히려 정권 교체를 이룬 1997년 대선의 관성(慣性)이 작동하면서 여당이 승리했다.
‘정권심판론’ 먹혀들기 힘들 듯
이번 지방선거에서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일 좀 하려고 하는데 야당이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생기면 여당에 호재가 될 것이다. 반면에 ‘1년4개월은 정부를 심판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라는 기운이 돌면 야당에 유리할 것이다.
6·4 지방선거를 체계적으로 전망하기 위해서는 선거 환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특히 이번 선거가 여당의 무덤이 될 수 있느냐가 관건인 만큼 새누리당이 처한 선거 환경을 SWOT 분석 차원에서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표2 참조>).
새누리당의 가장 큰 강점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정 운영 지지도가 50%대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설 연휴 이후(2월 3~6일) 한국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전주에 비해 2%포인트 상승한 55%였다.
이 수치는 이번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 심판’이라는 여론을 잠재울 수도 있을 만큼 좋은 수치이다.
더욱이, 지난 총선과 대선부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새누리당에 유리한 유권자 인구 지형의 변화도 큰 장점이다. <표3>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대선에서 나타난 세대별 인구 구성과 투표율을 비교 분석한 것이다. 20~30대 젊은 세대의 인구 비율은 41.0%에서 38.7%로 줄었다. 반면, 50~60대 이상 고(高)연령층의 인구 비율은 36.6%에서 40.3%로 늘어났다.
주목해야 할 것은 투표자 수 비율을 보면 2012년 대선에서 전체 투표자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33.1%인데 50~60대 이상 고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율은 43.4%로 무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여하튼 보수 성향의 고연령층 투표율이 진보 성향의 젊은 세대보다 1.5배 정도 높다는 것은 새누리당에 상당히 유리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권자들은 ‘선거에 대한 관심 정도’와 ‘투표 의향 여부’를 기준으로 네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선거에 관심이 없고 투표에 참여할 의향도 없는 ‘탈(脫)정치형’, 선거에 관심은 없지만 투표에는 참여하는 ‘민주시민형’, 선거에 관심은 있지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냉소적 기권형’, 선거에 관심이 있고 투표에도 참여하는 ‘능동적 참여형’이다. <표4>는 작년 12월 한국미래전략연구소(KFSI)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권자 유형을 분석한 것이다.
유권자 이념 성향 保守化
‘능동적 참여형’의 규모는 54.5%로 나타났다. 통상 이 유형으로부터 지지를 많이 받는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한다. 새누리당 핵심 지지층인 50대(62.3%), 보수(66.8%), 새누리당 지지층(70.3%), 2012년 대선 시 박근혜 지지자(62.9%)에서 ‘능동적 참여형’이 차지하는 비율이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20대(48.1%)와 30대(50.9%), 진보(54.8%), 민주당 지지자(46.0%) 2012년 대선 시 문재인 지지자(51.1%)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안철수 신당이 창당되어 야권이 분열되고 선거가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커진 것은 새누리당에 큰 기회 요인이다.
지방선거 투표율이 50%대 초반으로 낮게 나올 것이라는 전망은 또 다른 호재(好材)다. <표5>에서 보듯이, 1995년 지방선거 이후 투표율은 50% 초반대로 떨어졌다. 특히 1997년 대선에서 투표율은 80.7%였지만 1998년 지방선거에서는 52.7%로 28%포인트 급락(急落)했다. 대선과 지방선거 간의 간격이 짧으면 짧을수록 지방선거 투표율은 현격하게 떨어진다. 대선 후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갈 유인(誘因)이 그만큼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 시기도 대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높은 투표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난 2012년 총선부터 유권자 이념 지형이 ‘진보 30%-중도 40%-보수 30%’에서 ‘진보 25%-중도 35%-보수 40%’로 변화되고 있는 것도 새누리당에는 좋은 징조이다.
물론 새누리당에도 약점과 위협 요인이 존재한다. 가장 큰 약점은 취약한 당 지도 체제이다.
새누리당의 약점들
▲ 지난 2월 13일 새누리당 최고위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최경환 원내대표. 지도부의 취약한 리더십은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의 약점이다.
현재의 황우여(黃祐呂) 대표의 임기는 5월 15일까지이다. 새누리당은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조기(早期)전당대회를 치르지 않고 5월에 선출될 원내대표가 선거대책위를 맡아 선거를 치르려고 한다.
한국 선거에서 유권자는 특정 정당의 지도자와 ‘정서적 일체감(emotio nal identification)’을 갖고 투표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권 후보 반열에도 오르지 못하는 경쟁력이 취약한 원내대표가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할 때 임팩트가 작을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야당은 2010년에 압승해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고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와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연계해서 선거 운동을 펼치기 때문에 새누리당에는 상당한 약점이다. 더구나 SNS에서 새누리당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집권 여당이 선거를 이끌고 갈 휘발성이 강한 정책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약점이다.
새누리당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은 ‘선거의 여왕인 박근혜가 없는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박근혜 대표가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선거 막판 서울 지원 유세에서 괴한(怪漢)으로부터 피습을 받았지만 병석에서 “대전은요?”라는 말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최종 승리를 이끌었다.
그런데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는 “선거는 당 지도부가 치러야 한다”고 한 발짝 물러났고, 한나라당은 패배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4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정부에서 선거 중립 훼손사례가 발생할 시에는 절대 용납하지 않고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을 엄격하게 지켜야 할 것이고,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직자들이 선거 중립을 훼손하는 사태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동안 선거 캠페인을 주도하며 ‘새누리당 잔다르크’로 자임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오히려 심판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견줄 만한 인물을 갖추지 못한 것은 새누리당의 최대 아킬레스건(腱)이다.
경제심판 투표가 될 수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불이행도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KFSI 조사 결과,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공약 이행 정도가 지방선거 투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60.3%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박근혜 정부 집권 기간 일반 국민들이 체감(體感)할 수 있는 가시적인 경제성과가 없다는 것도 상당히 위협적인 요인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는 것처럼 나타났지만 실제로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은 유권자들의 ‘경제 응징 투표’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2010년 지방선거 직후 한국정책과학연구원(KPSI)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유로 가장 많은 37.4%가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해서’라고 응답했다. 그다음으로 ‘대통령과 집권당이 국민을 무시하고 독선적이어서’(22.8%),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아서’(16.7%), ‘국가안보를 불안하게 해서’(10.1%), ‘정치 갈등을 증폭시켜서’(5.2%),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어서’(3.8%) 순이었다.
최근 KFSI 조사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가계(家計) 경제가 ‘나빠졌다’고 응답한 사람은 45.2%인 반면 ‘좋아졌다’는 1.6%에 불과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보통이다’는 52.1%. 이 수치로만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서민 경제에 불만을 품은 세력’이 투표에 참여해 현 정부를 심판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3者 구도 선거의 결과는?
이런 SWOT 분석을 토대로 내릴 수 있는 잠정 결론은 현 시점에서 새누리당의 경우, 약점과 위협 요인보다는 강점과 기회 요인이 약간 앞서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 예측과 전망을 보다 심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선거의 핵심 3대 변수(變數)인 구도, 이슈, 인물 등을 심층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첫째,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 구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 실력이고 선거 승리의 최고 결정적 요인이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李會昌)-김대중 양자(兩者) 구도’가 만들어졌으면 이회창 후보가 쉽게 승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신한국당을 탈당(脫黨)해 국민신당을 만들어 출마하는 바람에 3자 구도가 만들어졌고, 그가 이회창 지지표를 잠식함으로써 보수표는 분열되어 결국 이회창이 패배했다. 이인제는 전국적으로 19.2%(492만5591표)를 득표했고 이회창 후보는 김대중 후보에게 1.6%포인트(39만557표) 차이로 석패(惜敗)했다.
2002년 대선에서는 정반대로 ‘이회창-노무현(盧武鉉)-정몽준(鄭夢準)’ 3자 구도가 선거 막판에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로 양자 구도가 되면서 이회창 후보가 2.3%포인트(57만980표) 차이로 패배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기존의 ‘선거 방정식’과는 전혀 다른 정치 지형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으로는 안철수 신당의 출현으로 2006년 이후 8년 만에 3자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졌다.
安哲秀의 借刀殺人之計
▲ 작년 8월 7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저서 《정치의 즐거움》 출판기념회에서 박 시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안철수 의원(왼쪽). 이번 지방선거는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두 사람의 전초전이 될 수 있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최종 선거 구도는 안철수 신당의 야권 연대(連帶)에 대한 전략과 의지에 달려 있다. 안철수 의원은 “국익과 민생을 위한 연대·협력은 마다하지 않겠지만 선거만을 위한 연대는 없을 것”이라며 6·4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 ‘불가(不可)’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혔다. 안 의원은 “야권 연대는 패배주의적 사고”이며 “기득권적 시각의 발로”라고 말한 적도 있다.
안 의원 측근들의 말은 다르다. 윤여준(尹汝寯)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의장은 민주당과의 연대 문제에 대해 “우리로서도 딜레마”라며 “국민들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 예민하게 따라가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창(宋皓彰) 새정추 소통위원장은 “상황이 바뀌는 것과 아무 상관없이 그냥 나 홀로 가겠다는 것은 사실 좀 현실적 감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몸통은 하나인데 한쪽에서는 ‘야권 연대 불가’를 외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야권 연대 현실론’을 거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안 의원 측의 최종 행보는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대답은 대권을 향한 ‘안철수 생각’을 추론해 보면 어렴풋이 그림이 그려진다. 안 의원은 ‘3단계 대권 플랜’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제1단계는 ‘정치 세력화 모색 단계’이다. 지방선거 전에 안철수 신당을 창당하고 선거에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이다. 안철수 신당의 지방선거 목표는 명쾌하다. 호남 지역 3곳 단체장 선거 중 한 곳 이상에서 승리하고,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승패(勝敗)와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정당 득표에서 민주당을 앞서는 것이다. 특히 영남 지역에서 민주당보다 정당 득표를 더 많이 해서 ‘야권 대표성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정치적 상상력을 동원하면 제1단계의 숨은 목표는 새누리당의 칼을 빌려 자신의 차기 대권가도에서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박원순 시장을 제거하는 일종의 ‘차도살인(借刀殺人)’ 전략을 구사하는 것일 수 있다. 그만큼 정치는 냉정하고 이기적인 것이다.
만약 박원순 시장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또다시 승리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야권의 차기 유력 대권 후보로 등장하게 된다. 이를 효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안철수 신당은 서울시장 선거에 ‘야권 연대 불가’를 명분으로 후보를 내서 끝까지 선거에 임해야한다. 3자 구도로 인해 박원순 시장이 패배해도 안철수 신당 측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安哲秀의 최종 결심은?
안철수 의원의 제2단계 구상은 2016년 총선 전 민주당과 당 대 당 통합을 통해 거대 통합 야당을 만드는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와 같이 안철수 개인이 아니라 안철수 세력이 지분(持分)을 갖고 통합에 참여함으로써 2016년 총선에서 일정 정도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될 수 있다.
제3단계 목표는 통합 야당에서 문재인(文在寅), 손학규(孫鶴圭), 박원순, 김두관(金斗官) 등 모든 야권(野圈) 대선 후보들과 당당히 경선을 치러 승리하는 것이다.
이런 ‘안철수 대선 플랜’이 작동한다면 안철수 신당은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한 모든 광역단체장 선거에 후보를 내놓을 것이다. 만약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이 후보를 내고 경쟁하다가 현실적인 이유로 막판에 후보를 사퇴하거나 야권 연대 경선을 치러 박 시장에게 양보를 하면 ‘안철수의 미래’는 장담하기 어렵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현재 예상되고 있는 3자 구도가 깨질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은 안철수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고 박원순이 양보할 때뿐이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과도 같다. 전혀 가능성도 없고 죽은 것처럼 보였던 것이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 의원의 최종 정치적 결단이 무엇이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從北 프레임은 효과 없을 듯
둘째, 시대정신을 담고 일반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이슈를 선점(先占)하는 세력이 승리한다.
KPSI 분석 결과,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영향을 미친 정치·이슈·사건은 ‘천안함 사고’란 응답이 29.0%로 가장 높았고, ‘4대강’ 20.6%, ‘무상급식’ 19.5% 순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3대 핵심 이슈는 모두 야당에 유리하게 작동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프레임은 ‘경제 회복 불씨론’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회복되고 있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새누리당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는 것이다. 야당이 제기하는 ‘정권심판론’ 프레임을 ‘미래경제 회복론’으로 바꿔 회고적 투표가 아니라 전망적 투표를 하도록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지난 대선에서 재미를 봤던 ‘종북(從北) 프레임’에 대한 유혹이 다시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와는 달리 이 프레임은 효과가 별로 없을 것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천안함 사태의 경우, 집권 여당의 의도와는 달리, 안보가 아니라 ‘전쟁 대(對) 평화’ 프레임으로 바뀌어 야당 승리에 기여했다는 것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해 준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면서 여전히 ‘민주주의 프레임’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 신당 측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는 양비론(兩非論)과 새 정치 프레임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선거에서 이슈가 중요하게 작동하려면 그 이슈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신용카드사의 개인 정보 유출의 2차 피해자가 나타난다든지, 전·월세값이 서민 경제를 압박해 민생이 파탄 난다면 국민들은 분노해서 투표장으로 몰릴 것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런 휘발성이 강한 이슈를 어떻게 선점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런 휘발성이 강한 이슈가 과연 등장할까? 지금까지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밋밋한 이슈’가 판을 치고 있다.
셋째, 대한민국 선거에서 인물이 부각될 때는 그 인물이 차기 대권 후보군으로 인식될 때이다. 박원순, 안희정, 송영길 등 민주당 내 차기 대권 후보군에 속한 사람들이 어떤 성적을 거두냐에 따라 야권 차세대(次世代) 주자 선두에 설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치명적인 한계는 이들이 민주당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 총선에서 차떼기 정당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휘청거렸던 한나라당을 박근혜 대표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읍소(泣訴)하면서 위기를 돌파했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 후보라는 사람들은 과거 박근혜 대표의 반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통상 구도>인물>이슈 순으로 중요하다. 지방선거에서는 구도>이슈>인물 순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바람은 불지 않고, 정부를 심판하기엔 시기가 애매하고, 이슈는 밋밋하며, 차기 대권 인물들이 부각되지 않고 있어서 이슈와 인물보다는 구도가 과거보다 상당히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새 정치를 표방한 신당 창당이 예견되고 있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선거와 비교해 역동성(力動性)이 많이 떨어진다. 지극히 차분한 선거 양상을 띠고 있다. 여야 모두 불안해하면서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를 수 있는 정당과 후보자가 최후의 승자(勝者)가 될 것이다.
지방선거 후 政局 시나리오
▲ 지난 2월 11일 열린 ‘새로운 정치를 위한 국민과의 대화’라는 주제의 토론회에서 안철수 의원이 새 정치 기본 구상에 대해 발표한 후 인사하고 있다.
지방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이 승리할 경우에 초래될 수 있는 3개 상황, 새누리당이 패배할 때 예상되는 3개 상황 등 총 6개의 시나리오가 가능하다(<표6> 참조).
시나리오 ① 상황은 새누리당이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와 충청과 영남 지역 선거에서 승리할 때 가능하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 내에서는 당 대표 선출을 8월 전당대회로 방향을 잡았지만 선거를 주도한 핵심 친박(親朴) 인사들은 선거 승리 여세를 몰아 박 대통령 동의하에 방향을 틀어 7월 국회의원 재·보선 전에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열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친박의 맏형인 서청원(徐淸源)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다. 이 경우 김무성(金武星) 의원은 당권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시나리오 ① 상황에서 민주당은 선거 패배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김한길 체제가 무너지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친노(親盧) 대 비노(非盧) 간 사생결단식 대결이 전개될 것이다. 비노의 손학규 전 대표와 친노의 문재인 의원 간에 대격돌이 예상된다.
만약 친노가 또다시 당권(黨權)을 잡을 경우, 민주당은 분열될 수밖에 없다. 안철수 신당과 손학규 세력이 결합해서 친노 중심의 민주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개연성이 커진다.
새누리당이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패배하고 민주당은 수도권, 안철수 신당은 호남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는 시나리오 ④의 경우에는 정반대의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대통령의 정국 주도권은 크게 흔들리고 새누리당 내 영향력도 약화된다. 더불어 지방선거를 책임진 당내 핵심 친박들의 퇴진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이 경우 친박 세력은 당권을 위한 전당대회를 8월에 개최하고 7월 재・보선에서 자신들이 주도하는 공천을 통해 회생(回生)을 노릴 것이다. 이것마저 실패할 경우, 당권의 향배는 급속하게 비박의 김무성 의원 쪽으로 쏠릴 개연성이 크다.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하고 민주당이 호남을 석권하는 시나리오 ② 상황이나 민주당이 수도권과 호남 모두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 ⑤ 상황이 초래될 경우, 야권 재편은 민주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안철수 의원이 주도한 ‘새 정치 실험’을 거부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경우, 친노 세력의 영향력이 쇠퇴하면서 김한길 대표 체제가 일정기간 공고화될 것이다.
반대로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하고 안철수 신당이 호남을 석권하는 시나리오 ③ 상황이나, 안철수 신당이 수도권과 호남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 ⑥ 상황이 초래되면 야권 재편은 안철수 신당이 주도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비노 국회의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김한길 체제는 와해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앞서 언급한 안철수 대권 플랜은 탄력을 받을 것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박원순 시장은 민주당을 떠나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시민단체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지방선거와 거리 둘 필요
위에서 분석한 각종 시나리오가 던지는 정치적 함의(含意)는 간단하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한국 정당 체제 개편과 차기 대권 후보들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선거가 100일 정도 남은 시점에서 결과를 전망하고 예측하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것이다. 하지만 각 정당이 그동안 대한민국 선거에서 입증된 경험적 법칙들을 잘 이해하고 최악의 상황을 피하며 선거에 승리하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새누리당의 경우, 청와대의 정치적 중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만약 청와대가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특정 후보를 밀고 그 후보가 출마해서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치명적인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정몽준 전 대표와 김황식 전 총리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설 경우 친박계가 김 전 총리를 지원하고, 친이계 등 비주류가 정 전 대표를 미는 형국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오(李在五)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으로 당내 계파가 거의 사라졌는데 이번 경선을 계기로 친이, 친박이 부활할 수 있다”며 “당 지도부는 흥행을 위해 두 사람을 경선에 붙이려고 하지만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어디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혜훈 최고위원도 당내에 퍼진 ‘박심’ 논란을 강하게 비판했다. “‘친박 마케팅’으로 권력에 기대려는 후보는 대통령을 욕되게 하고, 당의 선거 필패를 가져오는 해당(害黨) 행위다”라며 김황식 전 총리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정몽준 전 대표도 “청와대를 얘기하면서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청와대에도 도움이 안 되고 우리 당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선 모두가 친박이어야 한다”면서 당내 계파 움직임에 일침을 가했다.
여하튼 새누리당 내에서 박심 논란이 부각되면 될수록 선거 전체 상황이 꼬일 수 있다. 잠잠했던 박근혜 정권 심판론이 부상되고 당내 친박 대 친이 간 내전(內戰)이 다시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강경파에 휘둘리지 말아야
민주당은 강경파가 집토끼 잡겠다고 나서는 순간 위험해진다. 민주당 조경태(趙慶泰)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경파가 득세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장외투쟁과 여러 가지 투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은 오히려 계속해서 곤두박질쳤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옳은 시점에 참으로 옳은 지적이다. 민주당의 습관적 강경 행보는 필연적으로 반복적 죽음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민들이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지금은 특검(特檢)이 아니라 민생을 얘기할 때다.
안철수 신당도 의미 있는 선거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편안하고 평범한 길을 걸어서는 안 된다. 지난 2월 11일 안철수 측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는 ‘정의로운 사회, 사회적 통합, 한반도 평화’를 3대 가치로 표방하는 등 중도 개혁 성향의 ‘새 정치 플랜’을 발표했다.
하지만 새 정치를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목적과 방향만 있고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방법과 내용이 없다. 제3정당이 성공하려면 지도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
새 정치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 것이다. 국민이 생각하기에 ‘저것은 안철수만이 할 수 있다’는 비전과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이런 것이 배제된 채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정치 구호로 안전하고 쉬운 길만 찾아가면 성공하기 어렵다.
과거 한나라당 내 소장파(少壯派) 의원으로 활동했던 원희룡(元喜龍) 전 의원은 안철수 신당에 대해 “새 정치 대변인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새 정치를 현실화할 수 있는 주인공인지는 상당히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심하게 말하면 지금처럼 지지부진하게 가면 자체 발광(發光)하는 태양이 아니라 국민의 에너지를 반사시키는 달과 같은 반사체에 머무를 수 있는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이 요것저것 따지면서 정치적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CEO식 정치’ ‘교과서적 정치’를 하면 결코 국민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안 의원이 안전하고 쉬운 길만 찾아가면 시나리오 ②나 시나리오 ⑤ 상황을 자초할지도 모른다.
리더는 먼저 자신을 再창조해야
이번 지방선거는 모든 정당에 벅찬 도전이 될 것이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한다. 새누리당이 현 시점에서 앞서가는 듯하지만 국민들은 정부 여당을 늘 견제하는 심리가 있기 때문에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보수 우위 정당 체제 구축, 민주당은 야당 재편의 주도권 확보, 안철수 신당은 양당 독과점(獨寡占) 체제 붕괴의 과제를 안고 있다. 세계적 경영 코치 로버트 하그로브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기보다 먼저 사람(국민)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고,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조직을 재창조하고 싶은 리더는 자신을 먼저 재창조해야 한다. 리더가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일하고 싶도록 만들어 함께 변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정당이 깊이 유념해 볼 만한 조언이다.
이제 각 정당은 진정 선거 승리를 원한다면 모든 것을 잃어도 후회하지 않는 국민을 위한 길을 가야 한다.⊙
김형준 /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월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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