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 06
와이어 투 와이어(Wire to Wire).
골프· 야구· 경마· 육상 등에서 한 경기, 또는 시즌 내내 1위를 내주지 않고 우승한 경우를 말한다. 용어의 유래는 1700년대 영국 경마에서 시작됐다. 당시 경마에서는 우승마를 판별하기 위해 출발선과 결승선에 철사를 설치했다고 한다. 가장 먼저 철사를 끊고 나간 말이 가장 먼저 철사를 끊고 골인했다는 의미다.
한국 프로야구 40년 역사에서 처음 와이어 투 와이어가 나왔다.
인천 SSG 랜더스는 4일 2위 LG 트윈스가 패하면서 매직 넘버를 모두 지우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남은 세 경기를 모두 져도 우승이다.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신세계가 지난해 이름을 바꾼 뒤 첫 정규시즌 우승이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야구 사랑은 자타가 공인한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추신수를 영입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했다.
우승하는 팀은 확실한 이유가 있다. 좋은 선수도 많고, 팀 분위기도 좋다. 부상이나 부진한 선수가 나오면 다른 선수가 확실하게 구멍을 메워준다. 그런 게 다 모여 우승하게 된다. 와이어 투 와이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이 없어야 가능하다.
SSG는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투수 김광현도 데려왔다. 팀 전력의 30% 이상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투수들도 잘 데려왔다.
일단 시작이 좋았다. 개막전 투수 윌머 폰트는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9이닝 퍼펙트를 기록했다. 9회까지 0-0으로 연장전에 들어가는 바람에 KBO 40년 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이 무산됐으나 그 파괴력은 엄청났다. 개막전 연장 승리를 거둔 SSG는 개막 10연승을 내달렸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 인천 SSG 랜더스는 4일 2위 LG 트윈스가 패하면서 매직 넘버를 모두 지우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 사진(왼쪽부터 SSG 랜더스 김광현,노경은,추신수 선수)=SSG 랜더스 / 이코노텔링그래픽팀.
5일 현재 폰트와 김광현(이상 13승), 노경은(12승) 등 10승 투수가 세 명에다 이태양(8승), 모리만도와 서진용(이상 7승) 등 투수 왕국이었다.
이중 눈길을 끄는 선수가 노경은이다. 1984년생으로 만 38세다. 투수로는 은퇴를 앞둔 나이다. 2003년 두산에 1순위로 입단한 노경은은 2012년 12승 6패, 평균자책점 2.53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016년 롯데로 팀을 옮겼고, 2017시즌에는 평균자책점 11.66으로 단 1승도 없이 2패만 당했다. 당연히 "노경은은 끝났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에는 롯데에서 방출돼 호주 질롱 코리아에서 뛰면서 야구팬들 뇌리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2020년에 롯데로 돌아왔다가 지난해 12월 SSG로 팀을 옮겼다.
그런데 여기에서 대박이 났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정교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1승씩 쌓아가더니 어느새 12승까지 했다. 다승 공동 8위에다 평균자책점도 3.05다. 완벽한 부활이고, 제2의 전성기다. 투수들이 넘쳐나는 바람에 리그 후반기에는 중간계투로 돌았다. 만일 선발로 계속 뛰었다면 2012년을 넘어서는 성적도 올릴 수 있었다.
물론 노경은이 각성한 결과로 볼 수도 있으나 팀과의 궁합이 잘 맞았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노경은은 팀을 잘 만나서 제2의 전성기를 누렸고, 팀은 다른 팀이 버린 노경은을 잘 데려와서 와이어 투 와이어를 달성할 수 있었다.
손장환 편집위원 inheri2012@gmail.com
출처 : 이코노텔링(econotelling)(http://www.econotell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