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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또 보네. 우리 방 좀 안내해 줘. "
자신이 안내해야 할 손님이 아까 그 재수 없는 꼬마 놈과 거지같은 사내란
걸 안 칠성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객점 주인은 칠성이 인상을 찌푸리자 칠성
만 알 수 있게 눈을 흘겨주었다.
"쳇! 따라들 오세요. "
말을 마친 칠성은 강운과 추남을 2층에 있는 구석진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니까 필요한 일 있으면 불러 주세요. 그럼 전 이만 갑니다. "
말로는 필요한 일 있으면 부르라고 했지만 속으로는 부르기만 하면
가만 안 둔다는 생각을 하면서 칠성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와~ 침대다."
소리를 지르며 침대로 뛰어간 강운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푹신푹신한 느낌이 좋아서 그냥 이대로 잠들어 버릴것 같았다.
"운아! 일어나. 씻고 자야지. 안 씻어? "
"아웅.. 몰라! 난 안 씻을 꺼니깐 형이나 씻어. 나 잘래. "
반쯤은 눈이 감긴 상태로 강운이 성의없게 대답하자 추남은 더 이상 말해
봐야 헛수고라는 걸 알고 옷을 벗고 욕실로 들어갔다.
방이 너무 구석진 곳에 있어서 욕실이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욕실이 있어서 거의 보름 만에 목욕을 한 추남은 개운한 기분으로
젖은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 강운은 벌써 골아 떨어져 있었다. 아까 강운이 준 단환을
먹은 뒤로 배도 고프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아서 잠깐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도 할 겸 해서 대충 옷을 걸치고 객점을 나왔다.
처음에 강운과 함께 들어올 때는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지나왔지만 사
실 추남도 자신이 살던 마을에서 아직껏 한 번도 벗어나 본적이 없던 터
라 그 역시 주변의 모든 것들이 신기해 보였다.
다만 강운처럼 그 경우가 심한 편은 아니라서 그냥 그런 것도 있구나 하
고 지나치는 편이었다.
한참동안 주위를 둘러보며 걸어가던 추남의 눈에 빨간색 등불을 걸어놓
고 있는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사내들이 그 거리를 봤다면 도발적인 분위기에 혹해서 그곳으로 발
걸음을 옮겼겠지만 추남은 마을사람들의 죽음을 본 이후에 빨간 색을 무
척이나 싫어하게 되었다.
추남은 발걸음을 옮겨 홍등가와는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걸어가던 중에 천하제일무공을 단 돈 은자 1냥에 판다고 떠
들어 대고 있는 상인이 눈에 띄었다.
"자~ 여러분 고금제일의 천하제일 무공을 얻고싶으신 분들은 단 돈 은자
1냥만 투자해서 이 비급을 사가시기 바랍니다. 이 비급으로 말할 것 같으
면 그 옛날.. "
그 상인이 하는 말을 귀 담아 듣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상인은
쉴 새 없이 침을 튀기며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추남은 상인이 말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곁으로 다가가서 넌지시
물어보았다.
"정말 그 비급을 익히면 천하제일이 된다는 겁니까? "
장사가 잘 안 되어 신경질이 나있던 중에 갑자기 척 봐도 촌티가 흐르는
어리숙해 보이는 사내가 다가와서 멍청한 질문을 해대자 상인은 이때가
기회라는 듯이 침을 튀기며 비급에 대해서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아 그렇대두. 자네는 속고만 살았나? 자자! 단돈 은자 1냥이니까 고민하
지 말고 어서 가져가게나. "
"음... 그래도.. 너무 비싸요."
"아니! 이 사람아 이 정도 절세 무공비급을 은자 1냥에 가져가면서 어떻
게 비싸다고 말할 수 있는 건가. 음.. 그럼 이건 어떤가? 내 자네에게만
특별히 무공비급 2권을 은자 1냥으로 주겠네. "
애초부터 이 무공비급이라는걸 살려고 했었던 터라 별다른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던 추남은 상인이 무공비급 1권을 더 준다고 하자 바로 은자
1냥을 건네줬다.
"잘 생각했네. 이건 확실히 내가 손해 보는 거지만 자네가 착하고 순진하
게 보였기 때문이니 앞으로 열심히 무공 수련을 하기 바라네.. "
말을 마친 상인은 처음에 그렇게 대단하다고 떠들어 대던 비급과 구석에
쳐박혀 있던 책을 아무거나 집어서 추남에게 건네줬다.
'엇! 근데 우리 집에 이런 책이 있었던가? 음.. 에라 모르겠다 나야 돈 받
고 팔면 그만이지 뭐! 흐흐흐 근데 뭐 이렇게 멍청한 놈이 다 있을까? '
은자 1냥에 무공비급 2권을 사게 된 추남은 기분이 좋아져서 곧장 여관
으로 와서 2권 중에 책 이름도 천하제일검법이라는 책을 읽어보았다.
반 정도 책을 읽어 갈 때쯤에 졸음이 밀려왔다.
"아함~ 졸리다. 오늘은 그만 자고 내일 마저 읽어야겠구나. "
강운이 퍼질러 자고 있는 침대에 올라간 추남은 하품을 몇 번 하더니
이내 잠들어 버렸다.
어제 밤에 일찍 잠이 든 탓에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이른 시간에 일어나
게 된 강운은 일어나자마자 옷을 벗고서 욕실로 들어가 목욕을 했다.
어제 밤에는 귀찮다는 이유로 하지 않았지만 강운 역시 며칠 동안 목욕
을 하지 못해서 약간 찝찝한 상태였던지라 일어나자 마자 목욕을 했던
것이다.
"후~ 개운하다. 역시 목욕은 좋은 것이여. "
옷을 걸쳐입은 강운은 탁자위에 놓여 있는 책을 보고 고개를 갸웃 거리더
니 무릎을 탁쳤다.
"오호! 마침 잘됐다. 안 그래도 뒷간에 가고 싶었었는데 이걸 써 먹으면
되겠구나! 흠.. 근데 이거 얼마만에 가는 거지? 오래간만에 가는 거니까
시원하게 다 뽑아버려야겠다.. 헤헤.. "
글자를 모르는 강운의 눈에 비친 무공비급은 뒷간에서 일을 보고 뒤를
깨끗하게 처리하는 물건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탁자에 있던 책을 주워들며 뒷간으로 가려던 강운은 그 밑에 깔려 있던
또 다른 책을 보게 됐다.
"어? 또 있네. 음.. 이건 둿다가 나중에 몇 년 뒤에나 써 먹고 오늘은 이것만
써먹어야겠다. "
강운이 뒷간으로 가고 나서 얼마 안 있어 추남이 일어났다.
"아함~ 잘 잤다. 조금 밖에 안 잔것 같은데도 몸이 날아갈 것 같처럼 개운
하네.. 그 단환이 확실히 효과가 있긴 있나봐. "
좌우로 몸을 돌리며 굳어진 몸을 풀고 기지개를 펴던 추남의 눈에 탁자에
있어야 할 책이 보이지 않았다.
"어? 이거 어디로 간거지? "
추남은 혹시 자신이 방안 다른 곳에 놓아 두었나 싶어서 방안을 샅샅이
뒤져봤지만 없었다.
"어디로 간거지? 운이가 없는데 혹시 어디 있는지 알고 있지 않을까?"
그때 누군가가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뒷간에 갔었던 강운이 돌아온
것이다. 갈 때는 책을 가지고 갔었는데 올 때는 빈손으로 돌아온 강운은
방문을 열자 방안을 뒤져보고 있는 추남을 볼 수 있었다.
"형아! 뭐해? 방은 왜 뒤지고 있어? "
"아.. 운이 왔구나. 운아 혹시 이 탁자위에 놓아둔 책 한권 못봤니? "
"아! 그거? 봤는데 왜? "
강운이 봤다는 말을 하자 추남은 얼굴을 활짝 폈다.
"운아 그럼 그 책 지금 어디있어? "
"그거? 뒷간에 가서 다 써버렸는데.. 왜? 중요한 거였어? "
"뒤.. 뒷간? 그 책을 거길 닦는데 썼다는 거야 지금? "
"응. "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는 강운을 보면서 추남은 기가 막혔다. 그
책이 어떤 책인가? 자신을 천하제일고수로 만들어줄 무공비급이 아닌가
말이다.
"운아.. 어쩌자고 그걸... "
강운은 추남이 얼굴 표정을 굳히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자. 뭔가 일이
잘 못 틀어졌다는걸 알 수 있었다.
"형아 그거 중요한 거였어? 나는 글을 몰라서 그 책이 그렇게 중요한 책인
지 몰라봤나봐.. 미안해.. "
잠시 동안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던 추남은 강운이 미안해서 어쩔 줄 몰
라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잠시 동안 허망한 표정을 짓고 있던 추남은 강운이 미안해서 어쩔 줄 몰
라 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도 없었다.
"아냐.. 괜찮아. 까짓거 뭐 저기 한 권 더 있는데 저 걸로 공부하면 되겠
지..운아 별일 아니니까 너무 미안해 하지 말어. "
"정말? "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준 추남은 고개를 돌리며 탁자에 남아있는 한권의
책을 바라보았다.
비록 입으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 탁
자위에 있는 책은 어디까지나 덤으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별로 믿음이 가
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없으면 없는 대로 써야 했기 때문에 이 책이라도 써먹어야 했다.
아직 이른 새벽이었기 때문에 식당이 문을 열려면 한참동안 기다려야
했다.
강운은 특별히 할일이 없어서 침대위에 누워서 뒹굴거리고 있었고 추남
은 남아 있는 한권의 책을 집어들고 읽어나갔다.
책이 낡아서 제목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지만 안에 있을만한 내용은
다 있었다.
책 두께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양의 내용이 들어있었는데 내공심법부터
시작해서 검법, 장법, 도법, 경신술, 은신술과 암기술 몇 가지가 쓰여
있었는데 겉표지는 볼품없어 보였지만 막상 책을 펴보니 그 안의 내용이
전에 읽었던 책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무궁무진하게 광범위하고
또 그 안에 쓰여진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었다.
'음.. 역시 사람이고 물건이고 겉만 보고 판단할게 못되구나.. 이 책을 보
니 전에 봤던 책이야 말로 형편없는 내용에다가 이것저것 짜집기한 책이
틀림없다. 만약 그책에 있는 내용대로 무공을 익힌다면 주화입마에 빠져
자칫 목숨을 잃을게 틀림없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강운이 어이가 없고
황당해 보였지만 여러가지로 내가 은혜를 입는구나.. 우선은 무공의 기본
인 내공을 익혀보기로 할까나.. '
추남은 책에 써 있는 대로 단전에 정신을 집중하고 기를 느껴보려고 했
다. 책에 써 있기는 미약하게나마 단전에서 기운을 느낄 수 있으려면
그것만 해도 엄청난 시간과 함께 노력이 뒤 따라야 한다고 쓰여 있었지만
지금 추남은 단전뿐만이 아니라 온몸에서 느껴지는 충만한 기운에 의아
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흠.. 뭐야? 오래 걸린다더니 별로 안 걸리네 뭐. 음.. 이책도 그리 정확한
책은 아닌 모양이구나. 뭐 싸구려니 어쩔 수 없지. '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