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5일장
3, 8일로 끝나는 날짜에 열리는 장이다.
설 대목. 복작거리는 장터가 보고 싶어 별로 살 것도 없으면서 길을 나선다.
장터 초입. 생각보다 널널하다. 시간이 빨랐나? 한 바퀴 휘 돌아보기로 하고 이쪽 저쪽 기웃거린다.
어디서 가지고 오는지 항상 빛깔 좋고 싱싱해 보이는 고구마랑 감자가 입구에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 사서 쪄 먹었더니 정말 맛있었던 고구마. 여전히 분주해 보이는 아저씨. 참 친절하다.
설에 만날 수 있는 시장거리가 풍성하다. 떡국, 유과, 약과, 강정, 각종 떡들...
할머니들이 좌판에 앉아 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거리들을 늘어놓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사람들의 발길이 넘쳐나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생선을 많이들 사나 보다.
생선가게 이쪽 저쪽으로 사람들의 물결이 생겨난다.
두리번거리며 지나다 올 때마다 늘 찾아가는 만두가게로 향한다.
이집 만두랑 고로케는 인기가 참 좋다.
지글지글 끓는 기름에 노릇하게 익은 고로케랑 꽈배기, 찹쌀도너츠가 건져진다.
따끈한 김치고로케 한 입. 약간 매콤한 소와 바삭한 튀김가루를 입힌 피가 입맛을 돋군다.
새우만두도 1인분 사서 손에 들고 다시 장구경.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아무래도 시골장의 인심이 더 푸짐하리라.
오는 길. 좌판에 앉아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한테 표고버섯이랑 시금치 한 보따리를 산다.
대야에 있는 시금치를 통째로 담아주시는 할머니.
표고버섯도 우수리 얹어 한 봉지 듬뿍.
젊은 쥔장보다는 할머니한테 발길이 옮겨지는 건 나이들어 가는 우리네 마음이 기우는 탓이겠지.
직접 반죽하고 방망이로 밀어 만들었다는 유과. 자투리 한 입 먹어 보니 옛 맛 그대로다.
입에서 사르르. 부풀어 오르라고 따뜻한 아랫목 내어 주며 엄마랑 함께 만들던 유과가 생각난다.
집에 와서 먹어 보니 꿀맛이다. 한 봉지만 샀는데 더 살 걸.
튀김가게로 향한다. 도톰한 새우튀김, 큼직한 고구마 튀김, 말랑말랑한 김말이 튀김 함께 섞어 모둠튀김을 산다.
쌀쌀한 바깥 추위때문에 차 안으로 먹거리를 들고 온다.
음악을 틀어 놓고 차 안 분식집을 만들어 어묵국물이랑 함께 튀김 만두로 점심을 대신한다.
장날 재미는 이런 거지 뭐~
천은사 상생의 길을 걷기 위해 천은사 주차장을 향해 간다.
'천은사에서' 라는 카페가 새단장을 하고 손님맞이를 한다.
하지만 어쩐지 절집과 어울리지 않는 풍경.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커다란 인형들이 여기 저기. 뭔가 생경하고 유아스럽다.
수홍루에서 시작되는 누림길을 먼저 걷는다. 천은사 산문까지 0.7km
매끈하니 잘 생긴 소나무들이 길 양쪽에서 호위해 준다. 수려한 소나무의 자태가 매혹적이다.
이어지는 보듬길은 둑방길에서 천은사 입구까지 1.6km
제방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꼭대기가 눈으로 덮혀 있다.
노고단에 오르면 상고대를 볼 수 있으려나.
노고단은 3월까지 바리케이트를 쳐놓고 일반 승용차는 오르지 못하게 한다. 깊은 산 속이라 길이 구불구불할 뿐더러 곳곳이 얼어 있어 무척 위험한 탓이겠지.
누워서 쉴 수 있는 의자가 나타난다.
양쪽이 막혀 바람이 들지 않아 포근하다.
잠시 누워 소나무 잎사이로 드러나는 하늘도 보고 바람에 일렁이는 천은제도 바라 본다.
소나무 숲길이 계속된다. 통통거리며 계단을 뛰어 오르고 내리고 경쾌하게 걷는다.
수달이 놀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쉼터가 보인다.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몰래 놀고 가나 보다.
아쉽게도 한 번도 수달을 영접한 적이 없다.
천은사를 한 바퀴 휘 도는 나눔길(1.0km)로 접어 든다.
계곡물이 콸콸 우렁차게 흘러 내린다. 지난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더니 물길이 씩씩해졌다.
약간 경사가 진 잘 닦인 산길을 가다 보면 명상의 쉼터가 보인다.
소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명상해도 좋겠구나.
계곡이 보이는 다리를 지나 야생 차나무가 자라고 있는 차밭을 지난다.
키가 큰 소나무가 보인다. 수령 300년이 된 천은사를 지키는 소나무란다.
천은사 경내로 발길을 옮긴다.
관음전을 지나 바로 곁에 있는 팔상전에 이르니 크게 웃고 있는 불상이 보인다.
빨간 모자를 눌러 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 재밌다.
3.3km 천은사 상생의 길
수려한 소나무 숲과 천은제의 넉넉한 품, 멀리 보이는 지리산의 웅장함이 어울려 걷기 안성맞춤인 아름다운 길이었다.
첫댓글 아내는 길 건너 사당동 남성시장을 주로 이용합니다.
주로 사장이 파할 무렵의 떨이를 시작하는 시간에 갑니다. 싸거든요.
나는 밀대를 끌고 아내 뒤꽁무니를 뒤따라 다니는 포터입니다^^
오순도순 장보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떨이가 장보는 제맛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