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 직후에 아버님과 함께 청주를 다녀 온 이후로, 나는 다른 지역을
방문하지 못하고 어느 덧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1965년 가을, 수학여행 차 경주, 부산, 합천 해인사를 2박 3일 간의 일정으로
다녀 온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이 수학 여행을 다녀 온 얼마 후에 11월이 되었다.
학교 담임 선생님께서 중학교 3학년이던 나에게, '고교 입시 요강' 한장을 보여
주셨다. 그 내용을 살펴보니 대전 '중도공업고등학교'에서 입학 장학생을 선발
한다는 것이었다.
고교입학 1차 시험보다도 먼저 시험을 보는 것이기에, 경험삼아 시험을 보기로
하였다. 이 시험에 응시하려면 학교가 있는 대전을 다녀와야 했다.
이 때도 아버님께서 나를 데리고 대전에 가서 시험을 보게 되었다. 역시 3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가, 목적지인 대전에 도착하였다.
드넓은 대전역 광장을 지나가며 구경하고는 학교에 가서 시험을 보았다. 이 때
나는 대전 구경을 처음 한 셈이었다. 장학생을 뽑는 학교로 가서 시험을 보았다.
이 당시에 나 외에도 중학교 친구들 몇 사람이 함께 응시하였다.
시험을 다 마치고 나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밤에 달빛을 안고 버스를 타고
귀향하던 기억이 새롭다. 중학교 입학 직후에도, 또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치른
장학생 선발 시험에도 아버님과 함께 다녀 왔으며, 그 결과도 좋았다. 나와 함께
시험을 치른 학교의 다른 친구들은 시험에 실패하고, 나 혼자만 합격을 했으니
지금도 그 시절의 아련한 추억 속에서 아버님의 잔잔한 사랑을 느끼게 한다.